[경남 양산]가을 정취 더해주는 ‘갈색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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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가을 정취 더해주는 ‘갈색 추억’
  • 중소기업뉴스
  • 호수 1614
  • 승인 2006.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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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다가 아니라 우리나라 여행할 곳은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긴 세월 여행지를 훑어 다녔음에도 아직 못가 본 곳들은 양파 껍질 벗겨내듯이 수없이 나온다. 산과 자그마한 섬들까지 일일이 다 찾아다니려면 어쩌면, 내 생을 다하는 날까지도 부족할 것 같다. 경남 양산시 천성산 화엄벌 억새밭을 찾았을 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경남 지역엔 유명한 억새 군락지가 많다. 화왕산, 신불산, 영축산 등등. 그중에서 천성산 화엄벌 억새군락지는 수도권에서는 낯익지 않다. 우연히 신불산 정상부근에서 만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선글라스 맨’이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설쳐대는 필자에게 넌지시 사진 찍으려면 화엄벌로 가라는 정보를 준 것이다.
양산시의 천성산(922m)은 예로부터 깊은 계곡과 폭포가 많고 또한 경치가 빼어나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경남 지역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산일지 모르지만 필자의 귓전에는 매우 낯선 곳이다. 이왕지사 먼 길 달려온 터에 통도사와 부속암자, 내원사, 폭포가 아름다운 홍룡사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특히 홍룡사의 관음전과 홍룡폭포의 절묘한 풍경을 사진에 담겠다는 생각은 일정 중의 하나였다. 그에게 어디로 오르면 가장 가깝게 오를 수 있을까를 물었는데, 내원사 쪽을 권했지만 필자는 ‘홍룡사 쪽에서는 가능한가’라고 툭 하고 말을 던졌다. 그랬더니 그곳에서 올라가면 가장 빠르게 올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히 찾게 된 천성산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홍룡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가 넘은 시간이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홍룡폭포 사진을 찍고서도 이내 망설였다.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결국 앞서 다녀본 화왕산, 신불산 정도겠지’ 하는 마음. 가고 싶은 마음 절반, 안가고 싶은 마음 절반. 그래도 1시간30분 정도만 오르면 된다고 하니, 그다지 어렵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봇짐을 챙겨든다. 통도사 앞에서 산 김밥 두 줄과 감 한 개, 물병을 챙겨들고 조금 더 완만하다는 절집 왼편 산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온 산에는 유난히 도토리나무가 많아 등산로에는 많은 도토리가 떨어져 있다. 산은 흙산이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는지 단단하게 굳어 있었으며, 길이 한 길이라 헤맬 염려는 없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등산객들이 없었고, 유명 산이라고는 하나 등산로 팻말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양산에서 내로라하는 명산임에도 양산시청에서는 이런 곳에 팻말 하나도 준비하지 않다니, 그들의 무심함에 기분이 좋지 않다. 게다가 불이 났는지 중턱의 나무들은 검게 타버렸고, 경사는 심해 한없이 숨을 고르면서 올라야 하는 악순환이다. 두어 팀의 하산객을 만났는데, 그들의 대답은 아직도 멀었다는 이야기.
오름에 약한 필자로서는 힘겨움이 두 배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라면서 너무나 맑아서 코발트색 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걷기를 거듭한다.
금방 능선길이 나오겠지 하면서 금방이라도 내려설 것 같은 하늘을 따라 쫓아가기를 여러 번. 드디어 억새 군락지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능선 전체가 억새 평원이다. 천성산 상봉(예전에는 원효산) 오른쪽 사면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 평원 사이로는 길게 가르마를 타 놓은 듯 길이 나 있다.

희귀한 생태의 보고 화엄벌 습지

청아한 가을 하늘, 키는 작지만 너무나 일목요연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억새 군락지. 정성스레 쌓은 돌탑이 인상적인 449m봉은 주변 조망에 빠지다보니, 안도감 때문인지, 허기가 밀려온다. 김밥을 먹고, 물도 마시는 중 뒤늦게 쫓아온 가족 한 팀을 만난다. 걷기도 힘든 5살 박이 어린아이를 안고서. 이내 한층 가벼워진 배낭을 들쳐 메고 셔터를 눌러대면서 25만평의 화엄벌 억새평원을 걷는다.
낙동정맥은 정상을 넘어 부산 금정산으로 이어가고, 북쪽으로는 정족산을 거쳐 영축산(취서산), 신불산, 가지산으로 당당히 솟아올랐고 동쪽으로는 울산시내와 동해바다가 서쪽 내륙의 산과 대비된다.
억새평원에는 나무 철책이 있는데, 가만히 안쪽을 살펴보니 갈대가 살고 있다. 습지인 것이다. 억새와 갈대와 공존하는 곳. 바로 화엄 늪인데, 자연생태가 그대로 살아있는 환경적 학술가치가 높은 곳이란다. 희귀한 꽃과 식물(끈끈이주걱)등 곤충들의 생태가 아직 잘 보존돼 있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태계의 보고지. 천성산 터널을 반대하고 단식을 했던 지율 스님이 떠오르는 이 천성산의 자연 생태장. 도롱뇽 등 수많은 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이 늪지대는 물론이고 화엄벌의 억새평원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직접 보고나니 생생해진다. 지율 스님의 절규가 마치 내 목소리와 같은 것이 된다.

억새의 금강산

어쨌든 이 화엄벌은 신라 때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당나라에서 건너온 1천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돼 모두 성인이 되게 했다고 하는데서 천성산이라 칭한다.
모든 걸 차체하고 이곳의 억새평원이 좋은 점은 사방팔방 막힘없이 트여 있어 발아래 풍치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억새는 키가 크지 않지만 왠지 모를 수준이 높게 느껴진다. 국내 억새 평원의 금강산이라고 해도 손색없다. 산정은 갑자기 매섭게 바람이 불어와 추워졌는데, 꼭 긴팔 옷을 필히 준비해가길 바란다.
하산 길은 통도사 말사인 원효암(055-375-4111, 군부대 안을 거쳐 가야 하기 때문에 일반 통행은 불가능하고 원효암은 군부대 안을 거쳐 가야 하기 때문에 일반 통행은 불가능하고 오전 9시, 10시, 11시, 오후 1시, 3시의 셔틀 버스를 시간에 맞춰 이용해야 한다)을 경유하려 했지만 시간 관계상 다른 능선 길을 택하기로 했다. 딱히 팻말이 없으므로 혼자보다는 몇 사람이 어우러져 산행을 즐기는 것이 좋다. 필자는 부산에서 왔다는 사람들의 뒤를 쫓아 내려왔다.
내리막길 또한 만만치 않았는데, 너덜지구가 많아 바위가 많고, 경사도도 심했다. 하지만 중턱에는 붉은 단풍이 있어서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다. 이러 저리 쉬는 시간까지 합쳐 왕복 5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꽤 많은 걸음에 힘겹긴 했지만 멋진 억새군락지 하나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었다.

■ 자가운전:경부고속도로-양산 나들목-35번국도 따라 10분쯤 달리면 ‘홍룡사 대석마을’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에서 우회전하면 대석저수지를 지나면 먼저 원효암 셔틀 버스 타는 곳이 있고, 이곳을 지나면 홍룡사 매표소를 만난다.
■추천별미집:주변에 특별한 맛집은 없다. 그리고 산행시간이 길기 때문에 반드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며 오르는 길에 물이 없으므로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타코스:동쪽 계곡인 법수계곡→미타암→법수원→천성산 제2봉, 무지개폭포→원효암→정상 등 등산로가 매우 많다. 부산-양산-언양간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시외버스를 이용돼 국도변에서 내린다. 국도에서 대석마을까지는 20분, 홍룡사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내원사 역시 같은 버스를 이용돼 내원사 입구인 용연 삼거리에서 하차돼 5km를 걸어 들어가야 내원사 매표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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