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에 제정러시아가 중동철도를 건설하면서 송화강변에 자그마한 역을 만들면서 시작된 하얼빈은 짧은 도시 역사속에서 식민지 문화가 다분히 느껴지는 도시다.
하얼빈이란 명칭은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초기에 하얼빈에는 일부 만주족 후손과 산동 및 하북 지역에서 건너온 이주민이 전부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습관을 지키면서 외국으로부터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관대했다.
하얼빈은 중국에서 시베리아 지역과 가장 가까운 도시의 하나다. 사계절이 분명하며 기온차가 80℃에 달해 계절에 맞는 독특한 의식주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하얼빈인은 술상에서 인품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하얼빈인이 술을 즐기는 것이 차가운 날씨 때문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사회문화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하얼빈인이 술을 마시고 싶을 때에는 수많은 핑계를 댈 수 있다.
과거에는 몇 가지 간단한 요리만으로도 술상을 차렸지만 요즘은 많이 변해 고급레스토랑에서 술 마시는 걸 선호한다. 우선 주인과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주인은 메뉴를 손님에게 건네주고 우선 손님이 마지못해 요리 하나를 택하고 그 다음 서열 순서에 따라 정한다.
건배를 할 때에는 주인이 우선 건배 제의하고 잔을 비우고 다시 건배 제의를 함으로써 손님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그 다음부터는 서열 등 순서에 따라 건배를 제의하며 대체로 한 번에 잔을 비운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 그때부터는 호칭이 형님, 동생으로 바뀌기 일쑤이다. 그때부터는 건배의 의미를 붙여 분위기 술, 의리 술, 과거 불쾌했던 일에 대한 양해 술 등등 명목이 난무한다. 대체로 모두 함께 취하거나 취기를 느끼는 것이 예의이다.
하얼빈에서 맥주 평균 소비량은 파리와 뮌헨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간단히 반주 한잔에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얼빈인은 상당수가 돈이 좀 있으면 과소비를 하고 체면을 유지하고 유명브랜드를 추구한다. 나중에 돈이 없을 때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기 보다는 과거 얼마나 휘황한 생활을 했는지를 자랑한다.
하얼빈 남성은 미국 카우보이와 흡사하다. 체격이 우람지고 탄탄하며 건방지고 호방하다. 일처리가 비교적 깔끔하며 꼬치꼬치 따지는 것을 싫어한다. 하얼빈 남성은 ‘남성우월주의’와 ‘동북호랑이’이라는 호칭에서 알수있듯이 밖에서 남들의 업신여김을 받지 않겠지만 가정에서는 좋은 남편감이 못된다고 한다.
글·이명길 (rogers@copartner.net)
(주)코파트너 대표이사
■이번 하얼빈을 끝으로 ‘재미로 보는 중국 도시별 특징’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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