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제도 해법찾기]법 있지만 ‘집행력’이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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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제도 해법찾기]법 있지만 ‘집행력’이 없는 나라
  • 양옥석
  • 호수 0
  • 승인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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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외국인근로자 운영제도에 대한 정책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당초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해 대선공약으로 외국인연수생제도의 개선을 내걸었지만 최근들어 대통령직인수위와 노동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본지는 지금까지 국내외 실태 및 사례들을 면밀히 분석, 외국인근로자제도의 진정한 해법을 찾고자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경기 안산시 원곡본동은 흔히 ‘국경없는 마을’로 불린다. 이곳은 지하철 4호선 안산역 맞은편 일대로 각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며 거주하고 있다.
이곳엔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행정기관이 있지만 외국인에 의한 범죄 발생시 그 해결방안의 대책은 거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실정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일관성 있는 외국인 관리대책이 없는 실정이고, 최근 거주신고제를 실시한 이후 합법적인 체류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의한 범죄는 확대일로에 있다. 또한 외국인에 의한 살인, 강도, 강간 등 각종 강력사건도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범인일 경우 지문등록이 돼 있지 않아 수사 및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사건이 미궁에 빠질 공산이 크다.

위 글은 지난해 10월 안산경찰서 수사계장이 모 일간지에 독자투고한 기사내용중 일부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사회적 문제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처럼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과 관련된 각종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범죄 적발 건수는 1999년 555건(721명)에서 2000년 640건(901명), 2001년 808건(1천158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7월말까지 집계된 건수도 525건(713명)에 달했다.

불법체류자 사회문제로 대두
불법체류자 문제는 단지 범죄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신체검사 또는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입국하기 때문에 에이즈 등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전염시킬 우려가 크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외국인 에이즈감염자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여서 우연한 사고로 다치거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을 경우에만 AIDS로 밝혀질뿐”이라고 말한다. 사실상 이들 불법체류자의 질병실태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체류자 문제로 인한 손실은 국가이미지의 실추다. 한국은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국가’로 낙인 찍히고 나아가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이용한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등이 빈발해져 인권유린 국가로 오인받을 소지까지 있다.

10년새 30만명 육박
■불법체류자 얼마나 되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까지 우리나라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는 약 28만9천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10만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3배 가까이 늘었다.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관광, 친지방문 등을 이유로 입국한 아시아계 외국인들로, 이들이 전체 불법체류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4%(약 21만2천여명)나 된다.
나머지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해 들어온 산업연수생이 이탈한 경우(21%, 약 5만9천여명)이거나 해외투자기업들이 직접 국내로 데려온 외국인근로자들(5%, 1만6천여명)이다.

‘법의 권위’ 없는 나라
■불법체류자 왜 생기나= 우선 ‘임금의 차이’와 ‘일자리 부족’때문이다. 대부분 불법체류자들의 고향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같은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의 임금수준은 우리나라와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40배까지 차이가 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그들에겐 한국이 황금의 땅 ‘엘도라도’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들이 관광 등을 핑계로 입국한 후 불법 취업하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는 것. 심지어 지난 부산아시안게임 경기에 참가한 일부 국가대표선수들이 무더기 이탈한 경우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불법체류자들을 양산한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엄연히 규정돼 있지만 사실상 법집행은 제대로 시행된 일이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말 자진신고자에 한해 올해 3월까지 체류기간을 연장해주고 모두 내보내기로 했다가 다시 말을 바꿔 3년 미만 체류자에 대해선 체류기간을 1년 다시 연장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 하면서 불법체류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버티면 구제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
오는 3월 말이면 강제 출국해야 하는 3년 이상 장기 불법체류자들도 출국하지 않으려고 집단거주지에서 잠적하고 있는 상황도 이같은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근로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국가는 단연 한국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01년 외국인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려 70.2%가 한국을 선호했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3배가 넘는 일본은 25.2%, 싱가폴이 9.6%였다.

엉터리 처방 ‘고용허가제’
■‘고용허가제’로 해결되나= 대통령직인수위와 노동부는 최근 불법체류자문제의 해법으로 ‘고용허가제’조기 도입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 방안은 ‘처방전’이 되기 보다 ‘독약’이 되기 쉽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용허가제란 말 그대로 외국인력이 필요한 기업체가 정부로부터 허가를 얻어 해외근로자를 도입해서 일정기간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그 운영방식에 있어 현재의 ‘외국인연수취업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필요인력중 일정부분만 사용토록 하는 ‘쿼터제 운영’, 근로자를 선발하는 방식, 인력도입시 전문기관을 이용하는 것 등 거의 내용이 동일하다.
다만 고용조건에 있어 국내근로자와 동일하게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임금이 현재보다 대략 월 37만원정도 상승하고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결국 다른 조건은 변하지 않은채 임금상승만 가져온다면 송출국과의 ‘임금격차’는 더 벌어지고 불법체류에 대한 유혹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는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같은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독일의 사례다. 독일은 60년대부터 가장 전형적인 고용허가제를 실시해 왔지만 외국인근로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각종 사회문제가 야기되자 지난 83년 외국인귀국촉진법까지 제정, 귀국장려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 현재 750만명에 달한다. 서울 인구의 4분3 정도가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정책 일관성 유지가 우선
■해법책은 무엇인가= 일본은 외국인근로자제도에 있어 한국과 거의 유사한 ‘기능실습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인권유린 국가라는 오명도 없을 뿐더러 불법체류자 문제에 있어 어떤 나라보다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2년 일본은 불법체류자가 29만2천여명이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불법체류자는 늘지 않고 오히려 줄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자료에 의하면 2001년을 기준으로 일본의 불법체류자는 22만4천명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92년 겨우 3만명에 불과하던 불법체류자가 어느새 일본을 능가해 28만명을 넘어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불법체류자 관리문제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뭘까? 바로 그 해답은 일관성 있는 정책과 엄정한 법 집행에 있다.
일본은 대규모 연수생 이탈의 경우 송출기관이 연수생유치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이와 동시에 외국인연수생도 연수를 중단해야 한다. 송출기관과 연수생에 대한 이중 처벌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은 사면조치를 하지 않는다. 사면조치가 결국 사태를 악화시켜 불법체류자 유입을 늘이고 장기체류를 유발시키게 된다는 당국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노동부와 대통령직인수위가 최근 불법체류자 29만명을 사면조치하고 양성화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의 정책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다시 한번 불법외국인근로자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법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는 말이 있다. 이미 수천년전에 나라와 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악법도 법이다’며 독약을 마셨던 소크라테스의 살신(殺身)의 태도가 진정 무엇을 뜻하는지 차기정부와 당국자들은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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