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企에 엄청난 힘 느낀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차별은 당연한 것으로 여길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이 서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약자라는 것 자체가 공평하지 않은 조건이지만 그것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남들보다 내가 약하고 차별받고 있다면 그들보다 2배가 아니라 3배 4배 더 일하면 따라갈 수 있습니다.”대만 출신 제럴드 수(Gerald C.Hsu)이클레어(www.eclaire-group.com) 회장은 그 차별을 노력으로 보여준 사례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신화로 통하는 그를 최근 서울 역삼동에 마련한 그의 주택 겸 한국지사에서 만났다.
그를 소개할 때 항상 앞에 붙는 수식어는 ‘2000~200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성공한 아시아계 미국인 CEO’다. 그는 지금 기업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회사인 이클레어 그룹 외에도 홍콩 브로드 미디어 코퍼레이션(Broad Media Corporation·이하 BMC) 회장도 맡고 있다.
BMC는 2000년 4월에 이클레어 그룹의 투자로 설립한 개인 벤처캐피탈 투자 및 재정관리 기업이다.
그의 성공스토리는 우리 주변의 인간 승리를 일궈낸 주인공과 너무 닮아있다. 올해 나이 59세. 고생한 탓인지 얼굴에 검버섯이 군데군데 피어있는 약간은 어눌해 보이기까지 하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이웃집 아저씨다.
제럴드 수 회장이 백인 주류사회인 미국사회에서 성공하는데 첫째 조건은 부지런함이라고 했다. 그 외 그의 조건은 모두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 초반 대만에서 미국에 상륙(?)했을 때 주머니에는 700달러가 전부였고 영어실력을 가늠하는 토플점수는 430점 정도였습니다. 괜찮은 아르바이트도 구하지 못해 화장실 청소만 9개월 동안 1천개를 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가슴에 항상 희망과 열정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무한이 넓은 세상에서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열정이 어떤 일에서든 신바람으로 감당해 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열정 속에 꿈과 목표의 초점을 항상 맞추고 있었다. 그는 “끊어지지 않는 끈기와 오기를 기쁨으로 승화시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고 했다.
“세상은 본래 공평하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오히려 핸디캡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성공에 이르는 길도 많은 것을 가진 사람만이 반드시 걸어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공평하다면 많이 가진 사람이 성공하겠지만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성공의 노하우는 다른 것에 있다는 것이죠.”
수 회장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약자이고 핸디캡을 많이 지녔다고 해서 경쟁력이 없거나 성공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의 조건을 탓하기 보다는 조건이 안 좋으면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했다.
수 회장은 낮은 토플점수로 지방대에도 들어갈 수 없는 조건이었다. 어렵게 아이오와대학에 들어갔지만 학부평점 2.0으로 퇴학당했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당시 그의 실력이니까 더 노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1972년에 그는 가장 낮은 평점인 3.0으로 MIT에 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비를 벌기위해 식당 웨이터, 접시닦이, 배달부, 관리인, 문서작성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일의 종류는 가리지 않았고 일이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것이 고생의 끝이고 영광의 첫발은 아니었다.
290개의 회사에 지원서를 냈으나 모두 낙방했다. 1984년엔 회사설립을 위해 84개의 벤처캐피탈에 투자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육류가공, 휴대용 PC, 반도체설계 툴(EDA)관리시스템 등 10개의 회사를 설립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의 가시밭길은 계속됐다.
3년 동안 아무런 수입도 없이 아내의 월급으로 살아갔다. 1990년에는 아무런 죄도 없이 억울하게 감옥에서 9시간을 보냈다. 무죄를 입증하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2002년이었다. 그동안 그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는 총 3천 건에 달했다. 방송, 신문 및 출판을 통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나를 믿었습니다. 미국사람들과 똑 같이 일하면 나에겐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수 회장은 연속되는 실패와 시련속에서 삶과 성공에 대한 열정은 더욱 뜨거워졌다.
하루 15시간, 한 주에 110시간씩 주말도 없이 30년을 일했다. 그런 결과 어느 새 그는 미국 주류사회의 성공자로 각인되고 있었다.
그가 2002년, 1994년에 창업한 반도체 EDA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반트(Avant)사를 Synopsys에 12억달러(1조2천억원)에 매각했다. 실리콘밸리 IT기업 신화를 쓴 순간이었다.
제럴드 수 회장은 이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IT강국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은 소프트웨어(SW) 분야다.
“한국은 IT가 발달한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습니다. 삼성, LG 등은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분야는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기업이 없는 것 같습니다. SW가 빠진 IT는 불안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 회장은 한국의 IT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나설 뜻을 밝혔다.
“기업관리 소프트웨어를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무료로 보급하려고 합니다. 이클레어 펀드로 지원할 것이며 신생기업이나 영세기업은 단순하고 간편한 SW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는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며 어느새 부자가 되어있다. 수 회장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철저히 실천하는 기업인이다. 미국과 중국의 2천여명의 불우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했고 100여개의 대학에 SW와 연구소를 기증했다.
최근 한국의 사회복지기관에도 지원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중소기업이 약하면 국가는 강할 수 없습니다. ”
수 회장은 중소기업이 약한 나라치고 선진국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하기위해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만 조성해 주면 된다고도 했다.
그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우선 “사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만나는 사람이 천명이면 천 가지 방법으로 상대방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아반트의 CEO 시절.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보너스가 든 현금 봉투를 들고 직원들 집을 일일이 방문, 부인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직률이 높은 IT업계에도 불구, 한 자리 수의 이직률을 기록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에 부인들이 극구 남편들의 이직을 말렸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중소기업인들에게 한마디 했다.
“한국인은 우수한 열정과 창의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철저한 계획과 차분함이 더해지면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에게는 절망보다는 희망이 더 많다고 봅니다. 다만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선택하는 사람의 몫이죠.”
수 회장은 성공의 법칙을 말하며 한국사회에서 학벌이 중시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통해 항상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그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다.

■프로필
- 1947년 대만 출생
- 미국 아이오와대 기계공학박사 △응용수학학사
- 1982~1988년 실리콘밸리에 PC HW와 CAD SW회사 설립
- 1988~1991년 선 마이크로시스템 전략영업팀 이사
- 1991~1994년 IC디자인회사 Cadence 대표
- 1994~2002년 Avant 회장
- 現 이클레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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