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의 전격 해임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글과컴퓨터가 이 회사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한글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 한글’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90년 처음 선보인 아래아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에 맞서왔던 자국어 워드프로세서로 단순한 상품이 아닌 국민적인 자존심을 담고 있는 토종 프로그램의 대명사다.
그러나 최근 MS의 가격인하 정책과 MS오피스 패키지 판매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이 급락, 기업시장의 경우 30%도 채 되지 않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컴이 국민적 정서를 외면하고 아래아한글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져나오는 것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경영진 교체과정 때문.
지난 7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선임된 류한웅(미국명 폴류) 사장은 한컴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인 지난 2000년 한컴의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서 “한컴의 아래아한글 사업은 사양산업이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컴 관계자는 12일 “아래아한글에 대한 류씨의 비관적인 견해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며 “아래아한글을 현상유지 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아래아한글의 핵심 개발진 역시 류씨의 대표이사 선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설 경우 개발진이 집단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도 한컴이 포기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배 전 장관은 장관 재임기인 지난 98년 한컴이 부도위기에 처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기로 양해각서를 교환했을 때 ‘한글을 살리자’는 국민적인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며 아래아한글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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