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올해 우리나라의 최대 관심사다. 아직도 많은 문제가 있는 과제이나 풀어야 할 숙제다. FTA는 격렬한 찬·반 논란 속에서도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대세다.
FTA의 실이익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전 세계 무역의 50%이상이 FTA 체제와 맞물려 있다. 그러니 우리만이 FTA를 반대할 수도 없다. 우리와 같이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전 세계 대부분이 FTA로 가는데 우리만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문제는 FTA 때문에 크게 손해 보는 측이 있다는 데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농업과 영화 산업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피해를 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제약산업이다. 농업분야는 식량자립도가 30%이하로 떨어진 상황이고 세계화의 흐름 속에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어 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제약산업은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인 바이오산업의 전·후방 연관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등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FTA가 진행되면 해당산업의 소비자 물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약분야는 오히려 약가가 상승한다.
제약산업의 시장개방과 관련된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특허법을 개정하면서 특혜 이상의 과도한 특허권한을 미국 측에 허용해줘 국내 제약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가 있다.

제약산업 협상카드로 전락 안돼야

제약산업이 다른 산업을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되는 시니리오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이어서 당장 다른 산업(자동차나 반도체 등)의 중요성에 밀려 제약산업이 또 희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약산업에서 물질특허권한은 다른 분야의 특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물질특허가 있으면 어떠한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도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없고 사용 또는 유통이 금지된다. 물질특허의 유효기간은 20년으로 임상에 소요된 기간을 보상해서 일정기간을 더한다. 미국의 주장대로 FTA가 성사되면 특허연장은 늘어날 뿐만 아니라, 특허기간 만료전에는 특허 만료시에 대비할 의약품 연구개발도 못한다. 문제는 자료 독점권인데 물질특허 만료후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될 때, 오리지날 의약품의 안정성ㆍ유효성 자료 활용을 금지시키면 제네릭 의약품의 개발이 매우 어려워지고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제네릭 의약품의 개발이 어려워지면, 우리 국민은 훨씬 비싸게 오리지날 의약품을 사 먹어야 한다. 무역수지와 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는 제약산업 뿐만 아니라 바이오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정부는 제약산업이 비중 1%의 낙후된 산업이 아니라 신 성장 동력산업임을 명확히 하고, 국내 제약산업이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FTA 협상도 진행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더 중요한 것은 FTA 체제하에서 제약산업과 바이오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육성할 것인가 이다. 그 해법은 20년 전을 돌이켜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제약산업이 타격을 받게 되자 정부는 대응책으로 국가차원의 신약개발 연구를 했다.
신약개발을 위한 국책사업단이 결성돼 신약개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신약개발의 첫발을 내딛었다. 덕분에 1990년대에 들어와 많은 신약 후보물질들이 선진국의 대형 제약기업에 기술이전 됐고, 미국 FDA에서 승인 받은 의약품이 나오기도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으로 물질특허도입이 해가 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제약산업의 질적 향상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FTA라는 큰 파고에 제약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때야말로 우리의 신약개발 능력을 배양해 미국, 일본, 유럽의 제약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적기이다. 정부가 20년전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지혜를 다시 한번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수
카이로제닉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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