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정치보다 경제’라는 구호가 대선과 맞물려 등장했다. 구호는 쉽지만 사실 경제는 쉽지 않다.
우선 21세기 신경제 시스템과 환경 변화의 요점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구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수치적 성장목표 뿐만 아니라 성숙된 국가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외침이요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리능력을 요구하는 것임을 간과하면 안 된다.
제조업체들은 더욱 소형화돼 업체수가 많아지고 있으며 정부-기업 및 기업 간 관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근본원인 제거하는 치료형 행정 원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협업, 전자상거래, 신 바젤협약, 리스크 관리, 각종 인증제, 국가경쟁력, FTA 등 최근 시스템들은 과거와 달리 훨씬 복잡하고 확고한 리더십과 치밀한 관리능력을 더 요구한다.
국민 의식수준도 전과 다르다. 예컨대, 국가부채의 총규모가 GDP의 몇 %인가만을 따지는 것은 하수(下手)의 관리방법이다. 부채가 어디 투자되고 언제 어떻게 상환될 것인지 설명할 수 있다면 총규모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은 무대책의 국가부채를 걱정하는데 정부는 총규모가 외국에 비해 적다는 말만 한다. 징병제도 폐지에 관한 정부 책임자의 언급도 비슷한 이야기다.
징병제도는 병역특례제도와 연결돼 있고 산업 기능 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기관의 존립, 특례제도 확대를 원하는 소기업들의 입장과 맞물려 있는 문제가 아닌가.
국민들은 인기지향 행정이나 불 난 다음 진화하는 소방차형 행정에 만족하지 않는다.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근원적으로 재발원인을 치료하는 치료형 행정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부처 간 의견조율이 안 될 때는 기업 편을 들어 팔 걷고 나서는 지도자,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철학을 말해줄 수 있는 지도자, 산업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궁극적으로 창업과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기업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면 ‘정치보다 경제’라는 구호는 집어치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 상황에 대한 각종 조사결과와 통계가 계속 발표되고 인력, 자금, 기술개발, 판로, 대기업관계 등 많은 문제점이 나열되고 있다.
대부분이 시급하고 정책적인 문제들이어서 심각하다. 제조물 책임(PL) 법규를 여기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중기정책의 상당 부분을 리콜(recall)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당면과제 1순위는 정책 리콜

정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간의 상호 조정·협력 네트워크는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 무기력해진지 오래다. 또한 현대는 정보홍수 시대라는데 중소기업들은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 꼭 필요한 정보를 핀셋으로 집어주는 식의 고객 감동적 서비스가 중소기업 채널에는 없다. 동일한 문제가 재발하고 증폭되는 것을 보면 문제수습도 어렵지만 근원적 처방은 더 역부족인 듯하다.
요즘 중소기업들의 당면과제는 종류가 다양하고 항목수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상 정책입안자들도 당황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시다발적 문제 제기는 어쩌면 경제 업그레이드를 위한 더 큰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에 와서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는 드물며 각 항목들은 상당부분 공통적 요소를 안고 있다. 공통적으로 부족한 요소는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과 신뢰, 중소기업의 의견을 처음부터 정책입안에 입력하는 일, 그리고 중소기업의 소리를 모니터해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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