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갖기 위해서는 양질의 인재가 필수적이지만 지방이라는 이유로 취업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지방 중소기업 근무를 꺼리는 것은 교육, 문화 등 인프라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월급이 많다고 해도 이 같은 기반시설이 안 갖춰져 있으면 선뜻 입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치열한 기업유치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전·충남 소재 기업들은 인적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자체의 유인정책이 공장용지 지원 등 직접지원에 치우쳐 있는데 비해 기업들은 인력난 해결을 우선순위로 꼽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으며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핵심인력에 대한 유인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밖에 대형 유통점의 무차별 진출로 대전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규모가 1조 8천억원을 웃도는 등 재래시장 상인들의 체감경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결혼문제 등 지방근무 꺼려

□지방 중소기업 근무 왜 꺼리나=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기업유치에도 불구하고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은 생산직 인력은 물론 기업의 핵심인력 충원이 쉽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구직자들은 결혼 및 자녀 교육 등에 필수적인 기반시설 부족을 이유로 지방중소기업 근무를 꺼리고 있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 외국인공단 반도체 관련 미국회사에 근무하는 A과장(39). 96년 3월 천안으로 내려온 A과장은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 두 딸을 둔 가장이다.
허허벌판이었던 그 당시에 비해 기반시설이 많이 갖춰지기는 했지만 서울 생활에 비해 불편한 것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A과장은 “외국인 회사라 근무여건이 좋기는 하지만 지방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문제가 걱정”이라며 “이 같은 애로사항은 20대의 경우 결혼문제로 고민하는 등 연령대 별로 조금씩 틀리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의 S여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입사한 B양(28). A과장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 직원은 회사가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입사를 결심했다.
1년만 고생하면 서울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B양은 이전계획이 없었다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 소재 코스닥 상장기업 P사. 이 회사 O대표는 기업의 성장동력인 핵심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충남대 등 지역 국립대생들의 취업 1순위가 서울 소재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O대표는 “주변 환경이 사실 열악하다”며 “사회적 인식의 격차와 인프라 격차를 해소해야 고급두뇌들이 지역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지역상권 싹쓸이

□ 소상공인 체감경기 바닥=대전 지역에 진출한 백화점 및 대형 유통점은 20여개. 대전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대형유통점에서 역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연간 1조8천억원을 넘는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업체가 한 해에 2조원 어치의 물건을 팔면서 지역상권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점들이 떼돈을 벌어들이는 이유로 점포가 입지해 있는 위치를 꼽고 있다.
둔산, 유성을 비롯한 도심의 노른자위 상권을 이들 유통업체들이 선점했고 소비자 층을 양분해 고급브랜드 상품과 저가 소비재시장을 분점(分占)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들 업체들이 점포를 철수하지 않는 이상 큰 이익을 남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조원을 웃도는 매출액에서 지역에 유입되는 돈은 고작 36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그나마 인건비를 빼고 나면 지역생산품 판매실적의 경우 260억원이 채 안된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대형마트에 밀려 갈수록 운영난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생존을 위한 공동마켓 운영에 나섰다.
대전 도마시장 등 5개 재래시장 대표들이 대전시 중앙시장 내 구대전백화점에 공동마켓 설립을 위해 지난해부터 공사에 들어간 것. 1월 중순 개장을 앞둔 공동마켓은 20년 안팎의 경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농수산물 공동구매 등을 통한 저렴한 가격과 질 높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방침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오류시장 미트마트 김이탁 사장은 “대형 유통점 입점에 따라재래시장 슈퍼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소비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기업 떠날 채비 서둘러=대전을 대표하는 서남부개발권 20여 기업들이 대전을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제법 규모가 큰 영보화학은 충북 청원군과 이전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격 이전작업에 돌입했다. 진미식품도 대전에서 공장대체 부지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곳도 없는 상태.
대전의 공장부지와 관련한 딱한 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지역기업들의 고민이다.
어렵게 군수사령부를 유치하고도 실질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군수업체를 수용할 부지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불만이다.
2백여개에 이르는 군수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접근성과 물류비 등을 감안해 대전으로의 이전을 희망하지만 대전인근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태.
박광수 한국이연 상무는 “군수사령부가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적어도 2백여개 업체가 따라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업용지가 없어 충북 청원 등 인근 시·도로 빠져나간다는 소리가 있다”며 “공업용지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전시 관계자는 “올해중 대덕연구개발특구안에 45만평에 이르는 1단계 산업단지조성이 시작된다”며 “산업단지가 단계별로 조성되면 공장부지난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경제 현주소 최악=지난해 발표된 대전시의 2004년 대비 사업체 증가율은 0%. 대전의 경제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2년 사이에 20개 업체가 증가한데 그쳤다.
지역경제활성화의 원동력 역할을 담당할 제조업체 비율이 7.2%로 광역시중 꼴찌며 농업도(農業道)라는 충남이나 전북의 7.9%보다 낮다. 제주와 강원을 제외하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고용률 역시 전국 최하위권인데다 실업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대전의 고용률은 56.1%로 부산·광주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다. 같은 기간 대전의 실업률은 4.5%로 4.6%인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 최하위다. 15~29세 청년실업률 역시 8.8%로 전국평균 7.8%보다 훨씬 높다. 한마디로 시민들을 우울하게 하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대전의 이 같은 지역경제 여건은 구조적인 것이다.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이 없고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4.2%로 갈수록 줄고 있는 형편이다. GRDP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역시 생계형 음식숙박업이 대다수 인 것이 주요 원인. 내·외자 기업유치가 희망이지만 타 지역에 비해 땅값이 비싸 갖은 노력에도 불구 성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대전경제 회생을 위해 대형 서비스업체 유치 및 일자리창출 비중이 66%인 중소 영세업체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기업유치에만 몰두하다 보니 중소업체 지원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일자리창출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생산기반 확충해야

□활성화 해법은 없나=대전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제조업 생산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은다.
지난해 대전시민사회포럼주최 세미나에서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이같이 지적을 쏟아냈다.
이진옥 대전시경제과학국장은 “대전이 발전하려면 전통과 첨단, 신3차 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하지만 현재 대전의 산업구조는 제조업 비중이 취약한 경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며 “이를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바탕으로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육성하고 국내외 자금 및 기업 유치,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 등 제조업 생산기반을 확충해 제조업 비중을 부가가치 기준 25%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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