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년대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섬유와 자동차부품으로 대표되는 대구경제가 최근 중국의 저가품 공세, 완성차업체들이 해외이전, 수도권 집중화, 서남해권(L자형) 국토개발 등으로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대구시는 2004년 투자유치단을 발족, 기업유치에 노력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제의 침체원인과 활성화방안에 대해 취재했다.

“제조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못하게 말리겠다.”
“수도권 규제를 풀면서 지방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력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벤처캐피탈 회사들도 충청권 이남의 지방업체에겐 투자를 꺼린다.”
대구지역 중소기업들은 지방에서 기업하는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6개 시·도별 지역내총생산(GRDP) 및 지출추계’에 따르면 지역별 실질성장률의 경우 충남, 경기, 광주 등이 5% 이상을 기록하면서 나란히 1,2,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대구는 2.9%의 실질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수도권의 생산 비중은 경기도의 생산비중 소폭 증가에 힘입어 3년만에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수도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심화되고 있다.

지역 中企간 양극화 심각

최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대구·경북지역 6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3년 전에 비해 지역경제 양극화 정도가 어떠한가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슷하거나 심화됐다는 응답이 98%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2~3년간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6%만이 완화될 것으로 응답해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대구경제 침체 무엇 때문인가?= 대구경제의 침체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주력산업간 성장 양극화 현상 심화를 꼽았다.
대구경북연구원의 곽종무 연구위원은 최근 ‘대경 CEO 브리핑’을 통해 대구의 자동차부품과 섬유제조업 간 생산액 성장률 격차가 27.4%에 이르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 사이에 산업생산 성장률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중공업과 경공업, ICT(통신·전자부품 등 반도체 관련 산업) 및 자동차업종과 기타 업종, 그리고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사이에 두드러지고 있다.
2005년 기준 전년도 누계비 생산증가율을 보면 대구는 중공업이 9.2% 성장한 데 비해 경공업은 -0.2% 성장률을 보여 중공업과 경공업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이 12.5%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반면 섬유제품 제조업의 경우 -14.9% 감소했다.
대구지역민들의 폐쇄적 사고방식도 대구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지적됐다.
대구상공회의소 창립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대구 경제위기의 직접적 배경은 섬유산업의 쇠락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세계변화에 둔감했던 대구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
대구시 투자유치단 관계자는 “지금처럼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단지 요원한 꿈일 뿐”이라며 최근 수도권 총량제 완화 등 정부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밖에 대기업들이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도 협력중소기업들이 덩달아 이전하게 되는 현상을 유발하면서 지역경제 침체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지향이 고용시장 왜곡시켜

■기업 애로사항 무엇인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지방기업들은 △인력 △자금 △열악한 인프라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기능성 섬유를 제조·수출하는 (주)신풍섬유 윤상배 대표이사는 “젊은이들이 공무원과 대기업에만 몰리고 정작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에는 지원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심각한 인력난을 토로했다.
성서공단 소재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주)태양기전 손병규 팀장도 “대기업의 90%수준의 임금과 뛰어난 복지에도 불구하고 지방이라는 이유로 입사지원을 않는다”며 구직자들의 대기업 지향주의를 지적했다.
성서공단 소재 디스플레이 연마유리 제조회사인 (주)피에스텍 이상협 대표이사는 “벤처케피탈 회사들도 충청권 이남 지방 중소기업에게는 투자를 안한다”며 기업경영에서 자금조달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대출도 우량한 기업에게 집중되고 있어 실제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는 매출실적이 저조하거나 대기업과의 납품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대출을 기피하고 있어 지역 내에서도 중소기업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협 대표이사는 “이대로 가다간 몇 년 지나지 않아 지방의 제조업기반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며 정부차원의 특단의 조치를 요청했다.
이밖에 기업들은 대구경제가 침체하는 이유로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를 들었다.
윤상배 신풍섬유 대표는 “인구 230만을 가진 대구에 국제선 항공노선이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대구의 열악한 인프라를 지적하며 “글로벌화 경제시대에는 세계를 상대해야 하는데 열악한 인프라가 기업경쟁력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경제통합 추진해야

■대구경제 회생 해법은?= 최근 대구경제가 침체를 맞고 있지만 대구는 우리나라 산업화시대를 주도한 저력 있는 도시다.
지역 기업인들은 대구시가 다시 예전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3공단과 서대구공단 등 대구 도심 노후공단의 고부가가치 첨담 산업단지로의 변신을 꼽는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술개발 등 상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설 것을 지적한다.
이상협 피에스텍 대표는 “중소기업이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여가며 기술개발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기술개발에 나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경제통합도 대구경제 활성화 해법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구·경북은 60년대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앞세워 국가발전을 주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1981년 행정구역이 분리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구·경북의 행정분리에 따라 사업 인·허가, 기술개발, 인력확보, 정보교류 등에서 많은 불편과 과다한 경쟁으로인해 중복투자가 된 부분이 있었고 이로 인해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서정해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단장은 “최근 세계 각국은 경제권역을 광역화하고 각 지자체도 통합하는 게 추세”라며 “대구와 경북도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 기술, 인력, 정보 등을 공유하면 고용창출과 우수제품생산, 공동판로 개척 등으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며 빠른 시간내 대구시와 경북도의 경제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산업단지 유치로 대구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구시 투자유치단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가 조성하는 지방산업단지 보다는 국가가 조성하는 국가산업단지가 기업들에게 입주시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기업유치에 훨씬 유리하다”며 국가산업단지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올해 섬유를 제치고 자동차부품이 대구의 제1수출품목으로 부상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뿌리내린 차부품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자동차주행시험장 건립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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