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밥 안 먹겠다”고 생떼를 쓰는 어린애는 더러 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어머니가 생떼를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그런 협박(?)을 하는 것이다. 사려 깊은 어머니라면 이런 잘못된 버릇은 당장 고칠 수 있다. 밥 안 먹겠다면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이런 생떼는 자기 배만 고플 뿐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성과금 50%를 더 달라며 새해 시무식에서의 사장 폭행에 이어 15일 파업을 벌이더니 17일 노사는 성과금 협상을 타결했다. 여론악화와 과거 노조파업을 둘러싼 2억원의 검은 돈 뒷거래가 불거져 노사모두 도덕성 비리에 몰리자 서둘러 협상을 타결한 것이다. 성과금은 안 주고 격려금을 준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성과없이 보상없다’는 원칙을 지켜냈다고 주장하지만 이거야말로 조삼모사이며 눈감고 아웅이다. 협상이 타결됐다지만 이번에도 법과 원칙은 철저히 무너졌다. 회사는 불법파업에 대한 법적 책임은 계속 묻겠다면서 법원에 제기한 노조상대 형사고소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믿기 어렵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후 20년 간 한해를 빼고 매년 파업을 했다. 파업일수가 무려 336일, 손실 10조원, 생산차질 104만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만 해도 13번의 파업에 1조6000여 억 원의 생산손실을 끼쳤다. 현대차노조의 이번 파업은 불법인데다 회사에게는 물론 협력업체와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이기에 어린애의 생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떼쓰는 노조파업

연못가에서 소년들이 돌을 던지는 건 장난일 수 있다. 하지만 연못의 개구리는 목숨을 위협받는다. 동기와 목적이 어디에 있건 대기업노조의 파업은 협력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중소기업은 납품을 못해 직접적인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받는다. 납품단가를 깎아 남기는 돈은 대기업노조의 복지증진에 충당한다. 결국 대기업노동자는 중소기업노동자의 몫을 빼앗는 셈이다.
2004년 6월 한 세미나에서 한국노총위원장이 노·노(勞勞)간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H대기업의 사례를 들며 대기업노조가 양보를 해야한다고 했다. 평균 연봉 6000만 원선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10%선의 임금 인상과 특별보너스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을 때였다.
이 기업에 납품하는 1차 하도급중소업체 노동자의 연봉은 2000만원~3000만원, 2·3차 하도급업체 연봉은 1000만원 선이었다. 2년 반 전 사례지만 지금도 사정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부담은 中企에 떠 넘겨

대기업노조는 한미 FTA반대시위를 하고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외치지만 중소업체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에는 아무 말이 없다. 오죽하면 중소기업노동자들은 ‘대기업 파업이 가장 무섭다’고 말하겠는가. “중소협력업체들의 생존권을 빼앗지 말라. 이대로 가면 협력업체는 모두 도산하고 말 것이다.” 현대차 협력업체 협의회 회장의 노조를 향한 파업중단 호소다. “또 파업이라니 이젠 아예 공장 문을 닫고 싶은 심정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소기업자는 울분에 차 있다.
협상이 타결되고 파업이 끝났다고 해도 지난 연말부터 잔업·특근거부로 이미 등이 터진 새우신세인 중소기업의 상처는 누가 치료해주는가. 현대차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협력중소기업은 월급걱정을 하고있다.
원화강세(환율하락), 일본 엔화약세로 해외시장에서 현대차는 경쟁관계인 도요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노사에게 묻고싶다. 수출환경은 어려워지고 있는데 습관성 파업을 거듭하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불법파업을 투쟁수단으로 삼을 것이며 법과 원칙을 무시한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값싼 외국차가 몰려오는데 국내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현대차를 구매해줄 것이라고 믿는가. 현대차 불매운동이 일어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노조파업으로 월급조차 제대로 줄 형편이 못되는 협력중소업체를 언제까지 인질로 잡을 것인가. 질주해도 힘겨운 판에 역(逆)주행까지 하는 현대차의 앞날이 걱정이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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