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뱃사공이 생각나는 예천 겨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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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뱃사공이 생각나는 예천 겨울여행
  • 중소기업뉴스
  • 호수 1625
  • 승인 2007.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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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이라는 예천여행은 매우 정적인 느낌이다. 헐벗은 산하, 일손 멈춘 농부들이 잠시 손을 놓은 들녘에 따사로운 겨울 햇살이 스며든다. 가을동화 촬영지로 알려진 회룡포가 예천 여행지의 대명사지만 그 외에도 나름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낙동강변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마지막인 삼강주막이다.

■조선시대 마지막 삼강주막
삼강주막(예천군 풍양리 삼강리).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자그마한 흙집의 슬라브 지붕. 100여 년 전 지어진 삼강주막은 손바닥 크기의 방 두 칸과 부엌, 그리고 길손 네댓만 앉으면 꽉 차는 마루가 전부인 그곳. 주모가 떠나버린 텅 빈 집, 뒤에 500년 넘은 노거수 회화나무가 오랜 세월의 흔적을 읽게 한다. 삼강주막은 낙동강 강줄기 1300리에 남은 마지막 주막이다. 삼강(三江)은 회룡포를 돌아 나온 내성천과 문경에서 발원한 금천이 삼강나루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 강 너머는 문경 땅인데, 그곳에도 삼강주막보다는 훨씬 뒤늦게 생겨난 주막이 남아 있다. 삼강나루터는 경남 김해에서 올라오는 소금배가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안동까지 가기 전 쉬어가는 곳이었고,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가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관문이었다. 세월이 흘러 소금배가 올라오지 않고 사람을 건네주던 나룻배마저 없어지자 한 때 네 개나 있던 삼강나루의 주막이 다 사라졌고 2004년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삼강교가 완공되면서 뱃사공마저 떠나버렸다. 지금은 이 곳만 남아 지나간 세월을 증언하고 있다. 오랜 세월 수없이 사라져 버린 조선시대의 주막은 우리에게는 묘한 추억을 안겨준다.
나루터를 알려주는 터나 흔적만으로도 막걸리, 빈대떡, 뱃사람들의 시름을 녹여주던 홍춘이가 생각나는 것이 주막의 이미지.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삼강주막(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34호)은 3년 전 이곳 지킴이인 마지막 주모 유옥연 할머니(당시 90세)가 세상을 떠난 후로는 폐허나 다름없게 됐다. 16살에 청주 한씨 집성촌인 이 마을에, 유일하게 성이 다른 배씨집안으로 시집와 5남매를 낳고 6.25직전에 남편과 사별한 후에 이 주막의 주모로 살았던 할머니. 인터넷 사진 속 할머니는 주름진 얼굴에 곱게 낭자를 틀어 올리고 장미 담배를 즐겨 피우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막의 빈 집은 너무나 황량하고 썰렁했음직한 데, 다행히도 필자가 가던 날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 숨죽이지 않은 달짝지근한 생배추로 빈대떡을 지졌고, 손 두부를 깍두기처럼 썰어놓고, 조선간장 양념장과 함께 차려냈다. 모닥불 피워 놓고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여주면서 길동무를 해준 정씨 문중 할아버지들.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는 듯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벽에 그려놓은 줄을 휙휙 그어 놓은 듯한 정(正)모양을 가리키며 “할머니는 기가 막히게 잘도 외상장부를 기억했다”고 설명한다. “얼굴이 동굴 납작하면서 예뻤지”하는 말속에서 주름진 어르신의 얼굴에도 아련한 추억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1900년께 지어진 이 주막은 폭풍우에 금방 쓰러질 것 같지만, 마을에서 관리한다면 그 맥은 이어지지 않을까. 여름철 회화나무 이파리가 푸르러지면, 내성천에 천렵을 즐기면서 매운탕을 끓여 먹으면, 멋진 여행지가 된다는 이곳에 관광객들을 위한 나룻배 한척이라도 남아 길손을 맞이해주면 좋으련만. 어디선가, 삐그덕 삐그덧 나룻배 젓는 소리가 들리고, 긴 행로에 초췌해진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 기른, 옛 사람이 불현듯 “주모, 여기 시원한 탁주 한 사발과 빈대떡좀 지져 주구려!”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황진이 촬영지로 알려진 병암정과 금당실 체험마을
또 하나 예천에서 볼거리는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황진이라는 드라마 촬영지인 병암정(문화재자료 453호, 용문면 성현리)이다. 병암정은 예천 권씨의 별묘다. 벼랑 끝에 잘 지어진 건물과 연못이 어울려 멋진 풍치를 자아낸다. 특히 드라마를 찍기 위해 연못을 연결하는 조악한 다리와 누각을 세워 놓아, 드라마 장면에서는 멋지게 보여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는 곳이다. 연꽃이 져버린 연못과 차가운 겨울 날씨가 합체될지라도 그곳에 스며드는 오후 햇살 한줌은 따뜻하다. 병암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금당실 마을(용문면 상금곡리)이 있다. 금당실 마을은 조선 태조가 도읍지로 정하려 했던 곳으로 ‘반서울’이라고 부르며 십승지지의 하나였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는 체험(054-655-8090, 위원장:박우상)이 가능하다. 평범한 벽돌집에서는 체험객을 위해서 두부, 팥죽 만들기도 하고 예약손님에 한해서 전통 옷을 입고 칠첩반상을 즐길 수 있다.
■기타 볼거리:예천권씨 종택과 초간정과 윤장대, 목각탱 등 보물이 있는 용문사, 진성이씨 후손이 만들어놓은 선몽대, 감천면에 가면 세금 내는 소나무인 석송령과 예천온천, 예천별천문대(054-654-1710)를 연계할 수 있으며 그 외에 장안사-회룡포-뽕뽕 다리를 건너 회룡마을을 건너보는 재미를 느끼면 된다. 멀지 않은 용문면에서 열리는 자그마한 장터(4, 9일)를 비롯해 향교 등 여럿 있다. 문의:문화관광과(054-650-6391, 6394)
■자가 운전:중부내륙고속도로-함창(점촌) 나들목-예천을 잇는 34번 국도를 가다보니 우측으로 풍양읍 가는 59번 국도를 만난다. 풍양읍내로 가다가 다리를 건너면 삼강주막이다. 그 외에는 각자 원하는 곳을 찾아다니면 되고, 용문면에 이르면 병암정, 금당실 마을 예천 권씨 종택, 초간정, 용문사가 인접해 있다. 석송룡, 예천온천, 천문대 등은 감천면으로 가면 되고 회룡포는 용문면쪽으로 가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예천읍내에는 달리는 청포묵(054-655-0264, 묵밥)이나 낙천갈비(054-654-3432, 한우)가 괜찮고 황도령 휴게가든(054-654-2788, 돼지갈비, 상동 농공단지 앞)도 맛있다. 용문면에는 흥부네 순대(054-653-6220)의 순대와 오징어 불고기가 괜찮다. 숙박은 학가산우래자연휴양림(054-652-0114, www.hakasan.co.kr 예천군 보문면 우래리)이나 읍내의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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