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의 신의주 특구 발표로 최근 인력난과 고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가슴이 설레고 있다. 만일 북한당국의 발표대로만 된다면 우리 기업들은 그곳에 들어가 저임금에다 우리말까지 통하는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고 무관세, 낮은 세금(14%) 등의 혜택도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중소기업인이 투자하기에는 북한실정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투자를 하면 제대로 투자자산이 보장되는지’가 염려되고 ‘생산된 제품이 제대로 출하돼 운반 가능한지’, ‘운반비용은 얼마나 되는지’등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인프라 수준 = 신의주의 전력사정은 다소 어렵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괜찮은 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한실 김삼식 과장은 “인근에 수풍발전소와 태평만발전소가 있고 필요시엔 중국으로부터 송전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도로·철도망은 경의선 단절구간 공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어 희망적이긴 하지만 북한쪽에 위치한 철도 구간이 노후돼 속도와 수송능력에 한계를 드러낼 전망이다.
항만은 수심이 얕아 배의 접근이 어렵다. 따라서 중국 단동의 항구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단동∼인천 구간 정기선이 주 2회정도 운행되고 있으며 물류비는 인천∼남포 구간 보다 싼 편이다. 한편, 통신시설도 거의 없어 불편이 예상된다.
▲특구 개발기간은 얼마나? = 열악한 인프라와 제도 등 각종 투자환경이 제대로 갖춰지기 위해서는 최소 4∼5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발 초기 2∼3년 동안에는 신의주가 중국 동북부에 인접하고 있다는 점, 중국계 기업인 양빈이 장관으로 임명된 점, 북한·중국간 전통적 우호관계 등을 감안하면 주로 중국기업 및 화교기업들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적으로 특구가 차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북한당국의 불개입이 보장될 경우 외국인기업의 투자도 본격화 될 것이다.
▲투자의 걸림돌 = 북한당국의 신뢰성 문제가 중요하다. 최근 양빈 신의주장관의 ‘무비자 입국’에 대한 말바꾸기와 과거 나진·선봉 특구 사례를 볼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아무리 법·제도의 내용이 좋다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나진·선봉 지구도 법적으로는 무비자 입국이 허용돼 있지만 실제는 불가능하다.
두 번째, 껄끄러운 對美 관계부분이다. 북한에서 아무리 물건을 값싸게 만든다해도 현재로선 세계 최대 판매시장인 미국에서 북한 제품이 팔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이 지난 74년 통상법에 의거 북한제품에 대해서는 ‘column 2’의 금지적 관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IMF, 세계개발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국제금융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이들 기관으로부터 차관을 얻어 미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거의 힘들다.
따라서 북한 신의주 특구의 성공여부는 이 두가지 큰 걸림돌을 제거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中企,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투자여건이 개선될 때까지는 최소 3∼4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그동안 서두르지 말고 추이를 지켜볼 것”을 조언한다.
또한 이들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신의주 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논의하게 될 개성공단이나 남포공단 등이 유리하다”는 견해다.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이달 중순 남북 관계실무자 회의가 열리고 내년초 공사 착공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경의선 복구작업과 맞물려 물류, 전력, 용수 등의 인프라와 판로 등 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해서 성공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대해 KOTRA 김삼식 과장은 “단순 임가공 또는 설비제공형 임가공 사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내의를 만드는 M회사 대표는 3년전부터 대북투자 적격지를 점검하다 약 1년 6개월 전부터 북한 남포지역에 브래지어 공장을 건립, 매월 5∼6만장의 제품(임가공비 약 2만달러)을 생산해 한국과 중국에 물건을 수출하고 있다.
M회사 대표는 “제품이 생산돼 남포에서 인천까지 들어오는데 50일 정도가 걸리고 물류비는 한국에서 LA까지의 운반비용과 비슷하다”면서 “여타 돌발상황이 많기 때문에 특히 납기를 맞춰야 하는 물품 등은 (북한에서) 생산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 인력난 등을 이유로 어설프게 대북 투자를 하다 망하는 회사를 많이 봤다”면서 “업종, 납기 가능여부, 자금 동원능력 등을 스스로 꼼꼼히 평가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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