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에 생명 불어 넣는 디자인 개발
“같은 제품이라도 디자인에 따라 가치는 천양지차로 벌어집니다. 경제수준이 낮았을 때는 수요보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디자인을 따질 겨를이 없었지만 공급이 넘치는 오늘날엔 디자인이 구매를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누브티스(Nouveautes) 이경순 사장에게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디자인의 대상이다. 꽃과 돌과 구름과 심지어 바람조차도 그의 눈과 손을 거치면 디자인이라는 작품으로 생명을 얻어 꿈틀거리며 살아난다. 그에게서 상상은 형체를 띤 현실이 되고 무생물은 생명을 얻는다.
한마디로 디자인은 창조며 마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어떤 제품이든지 디자인이 가미되지 않으면 죽은 제품이며 디자인에 따라 죽은 제품도 숨을 쉬게 됩니다. 세계적 명품은 품질도 그에 맞는 수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어떤 사람이 디자인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리나라 디자인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과 차이가 커 디자인 개발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이 사장은 지적했다.
이 사장은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무엇이건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언제나 새롭게 꾸며보고, 재구성하고, 모양을 바꾸어 봤다.
그의 진로는 어쩌면 일찌감치 결정됐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명품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그 때부터 있었으니까.
최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취임했을 때 라이스 미국국무장관에게 줄 스카프를 만들어 준 것으로 화제가 됐던 이 사장이다.
2002년 전국민을 열광케 했던 한일월드컵 때 히딩크가 매서 일약 유명세를 탔던 ‘히딩크 넥타이’도 그의 작품이다.
사실은 이에 앞서 국내 유명 CEO를 비롯 정·관계의 내로라하는 유명인들로부터 넥타이와 스카프를 주문받아 제작해 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도 그의 고객명단에 있다.
이 사장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의 로체스터공대 미술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미국의 원단회사인 스토니프린트에서 컬러리스트로 일했다. 그는 페리가모, 에르메스 등 세계적 명품 넥타이 원단을 디자인했다.
10년간의 미국 활동을 접고 귀국한 때가 1994년. 한국은 원단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원단디자인 싹을 틔우는 일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누브티스의 투자자이기도 한 아버지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을 내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샘플을 발송했다. 그의 디자인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원단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전파했다.
반응은 5개월이 지난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기업이미지를 독창적이고 고급스럽게 나타내는 데 마음이 움직여 주문을 내기 시작했다. 누브티스의 첫발은 이렇게 시작됐다.
누브티스는 기념품을 만든다. 행사 때 나눠주는 흔한 기념품은 계절이 바뀌기 전 집안 구석으로 혹은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별 쓸모도 없는 기념품은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게 낫지요. 시간이 가도 손길을 줄 수 있는 사랑받는 기념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예술품 같은 기념품,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명품을 만들기 위해 이제 첫발을 뗐다고 말했다.
일본은 겐죠나 미야자키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있지만 우리는 아직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은 국가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우리 국민의 비전이고 희망 프로젝트라고 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유럽 어디를 가도 골목에서 일본의 기모노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가게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고 했다. 초라한 가게가 세계적 명품브랜드를 잉태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디자인진흥원은 초라한 건물이지만 국가적 지원으로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거꾸로 건물은 화려한데 내실있는 지원이 약합니다. 사람 중심의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 사장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길은 바로 디자인과 브랜드가치를 알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이미지 브랜드인 전남함평의 ‘나르다’와 충남금산의 ‘아젠다’를 만들어 성공시켰다. 현재 나르다는 브랜드가치만 1천억원 대라고 한다.
이제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FTA체제다. 이곳에서는 품질과 기능은 똑 같다. 살아남는 길은 브랜드가치라고 한다. 누가 만들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24명의 누브티스 디자인너들은 한번 일에 몰입하면 밤을 새기 일쑤다. 그들의 손끝에서 우리나라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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