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하면 왠지 ‘콩밭 매는 아낙네’가 떠오른다. 어느 시골마을에서나 콩밭 매는 아낙이 없겠느냐마는 칠갑산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뇌리 속을 떠나지 않으니 그 아낙은 청양의 몫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리라. 청양 땅의 칠갑산 자락의 첩첩 오지마을인 가파마을은 농촌체험마을로 관심을 받고 있다. 호랑이에 얽힌 전설이 전해지는 이 마을은 아직도 산신제를 지내고 양반자제들의 영재 교육 놀이인 승경도 놀이를 비롯,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2월의 끝자락 봄 방학 맞이한 가족들 손 붙잡고, 이 마을에 들러 다양한 체험을 즐기면 무기력한 하루가 생생해진다.
충청남도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군. 이곳의 대표적인 명산은 칠갑산이다. 칠갑산 산자락을 기대고 사는 한 마을이 대치면의 상갑리 마을. 대치면에서도 최고의 오지로 꼽히는 상갑리에 자리한 가파마을. 마치 호리병 모양처럼 된 분지 마을인 이 곳은 아직까지 오염되지 않은 천혜적인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농촌체험마을이다.

충청남도의 알프스 - 칠갑산

우선 이 마을에서 체험을 하려면 미리 신청(가파마을 정보센터 : 041-940-2401, 이장 임광빈 : 010-3073-4414)을 해야 한다. 사철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는데, 한가족정도만 가도 체험이 가능하지만 20명 이상 단체라면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선 마을에 도착하면 장승과 솟대가 양쪽으로 도열하면서 반긴다. 마을 안쪽 정보센터 들어가며 홍보물이나 탐험일지를 나눠주면서 마을의 유래와 더불어 마을 소개, 체험 내용 등을 소개한다.
가파마을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우선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 데 그 고개가 가파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란다.
또 한 가지 설은 마을을 둘러싼 언덕들의 산세가 아름답기에 아름다울 가(佳), 언덕 파(坡)자를 써서 붙여진 것이며, 임진왜란 때에 왜군의 침입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마을 입구에 갑옷을 깨트리라는 뜻의 갑파(갑옷 갑 鉀, 깨뜨릴 파 破)라고 써놓았는데 그것이 발음 나는 대로 읽혀지다 가파마을이 됐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마을의 형세가 한자인 갑(甲)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상인 상갑(上甲)리는 맨 위쪽에 위치한 으뜸이 되는 마을로 청양군의 주류인 냇물(之川)이 발원되는 곳이란 뜻이란다.
이 마을의 특이한 것으로 400년간 이어오고 있는 제당이 있다. 1600년경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올해는 3월 4일로 넘어가는 밤)에 지내는 산신제가 긴 세월 이어오고 있는 것.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고 재앙을 물리친다는 뜻에서 지내는 산신제인데, 제 지내는 방법이 여느 마을과는 나름 차별화된다.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돼지머리를 놓고 제를 지내지만 가파마을은 비싼 수소를 잡아 올린다. 산신제를 지내는데도 재밌는 일화가 전해내려 온다. 오래전, 소를 잡던 사람이 고기 욕심이 나서 몰래 숨겨 놓았는데, 갑자기 말을 못하는 벙어리가 돼 버렸단다.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다 생각해서 닦달을 했더니 이실직고 했고, 숨겨놓은 고기를 잘 씻어서 제를 지내고 나서야 말문이 트였다는 이야기다.
그 만큼 인간의 욕심 됨이 산신을 노하게 했다는 것으로 교훈을 던져준 이야기리라. 지금도 제 지내는 날에는 7일간 목욕하고 3일간이나 자시(子時 오후 11시-새벽1시 사이)에 정성스레 행해진다.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소지를 태우고 제사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해마다 마을에서 벌이는 큰 행사 중 하나로 그때에 맞춰 찾아가보는 것도 괜찮을 일이다.

다양한 체험놀이

가파마을에서는 천연염색(7천원), 장승깍기(4천원)는 물론이고 다식 만들기, 금줄 만들기, 떡메치기, 짚공예, 승경도 놀이(2천원) 등 전래놀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승경도 놀이가 눈길을 끈다. 승경도 놀이는 양반들의 윷놀이로 조선시대 양반들이 과거시험을 쳐서 오를 수 있는 많은 관직을 학습과 놀이로 익히게 한 것이다. 일종의 양반 자재들 영재 교육용 놀이인 셈. 고구마처럼 둥근 윷을 굴려 나오는 ‘도개걸윷모’를 기준으로 조정문무사판에 말을 놓는다. 다시 윷을 굴러 나오는 것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4명에서 8명까지 동시에 가능하다. 수문장부터 정일품 영의정까지 관직에 오르며 도중에 파직을 당하거나 한직으로 물러나 있다가 다시 중앙으로 진출하는 등 흥미진진한 게임이다. 더불어 흑백 팀으로 나눈 뒤 주사위 두개를 던져 나오는 숫자로 말을 이동시키는 쌍륙놀이도 재미있다.
또한 이 무렵에는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장치기 등이 괜찮다. 장치기는 일종의 격구로 고려 이전의 삼국시대에도 군사들의 훈련방법으로 이용된 것으로도 추측되고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오던 전통 민속놀이.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장치기는 여러 사람이 같은 수로 편을 갈라 나무뿌리나 새끼를 공 모양으로 만든 다음 긴 막대기로 쳐서 상대편 문 안에 넣는 경기다. 장치기는 오늘날의 ‘필드하키’와 비슷한 것.
그 외에 천연염색을 하고 콩을 불려 갈아 두부를 만들어 보거나 짚으로 인형을 만드는 체험거리도 재미가 있고, 밤가루, 송홧가루, 콩가루, 녹말가루, 참깨가루를 볶아 꿀에 반죽해 다식판에 찍어 색색의 다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도 있다. 농업박물관에는 농사에 필요한 갖가지 농기구와 더불어 짚으로 만들 수 있는 생활도구와 가파마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이 전시돼 있다. 장승을 깎아 보거나 흰 천에 고운 색을 들이는 것도 좋은 체험거리다.
특히 자기 이름을 쓰고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다양한 체험거리와 볼거리를 표시하는 탐험일지가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이 마을에서는 민박이 가능하다. 4인 가족 방 하나에 3만원이며 식사는 1인 5천 원씩이다. 가파마을 홈페이지(gapa.go2vil.org)에서 체험 신청을 하면 된다. 홈페이지 이야기 방에 일정과 원하는 내용을 적으면 소요경비와 동선을 짜준다.
■찾아가는 길: 천안 논산고속도로 정안IC로 나와 청양방면 36번 국도를 따라 칠갑산 휴게소를 지난다. 대치터널 지나 대치 파출소에서 시전방향으로 진입하면 가파마을이다.
■주변 볼거리: 장곡사나 장곡사 초입에 있는 청양장승공원(041-940-2732) 등이 있다. 그 외에 청양고추박물관(041-944-0049 www.gochuland.co.kr)에 가면 고추는 물론 청양특산물인 구기자와 벌꿀, 표고버섯을 이용한 고추장도 맛볼 수 있다.
■별미집:11만평 부지에 6천여 종의 고운 꽃이 가득한 고운 식물원 내 고운정 식당(041-943-2202)에서는 엄나무 백숙이나 옻닭백숙이 먹을 만 하다. 가격은 3만5천원으로 고운 식물원 뒷자락의 엄나무와 옻나무를 사용해 국물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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