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고질적인 애로사항중의 하나가 인력부족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최근 청년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사회적인 병리현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심각한 인력기근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취업난은 오히려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이는 전통적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의식과 직업적 귀천의식으로부터 형성된 매우 뿌리 깊은 고질적 편견이며, 70년대 이후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심화되면서 더욱 고착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회적 편견은 마지못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젊은이들로 하여금 기회만 있으면 대기업으로의 신분상승을 꾀하게 만들고 있고, 남아도는 고급인력들도 3D업종으로 인식되는 중소기업 취업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절반이상이 장래 희망직업으로 인기연예인을 꿈꾸고 있다고 하니 우리 중소기업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규모의 편견 바뀌어야

최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부족률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공장가동률이 60%대에 머물고 있는데다 기능직 및 단순 노무인력의 공급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제조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전문직과 생산직 인력부족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어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기술경쟁력 향상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할 방책은 정말 없는 것인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바꿔줘야 한다. ‘규모의 편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경제주체의 다양성과 중요성에 대한 균형감각을 심어주고, 직업귀천의식을 불식시켜야 하며, 열심히 일하면서 흘리는 땀과 그로 인한 경제적 대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청년실업난을 중소기업인력난과 연계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데,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채용패키지사업’이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중소기업체 중에서도 영세한 업종에서 인력난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본 사업의 범위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같은 성격의 취업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고령·여성인력 활용 늘려야

또한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인력의 수용뿐만 아니라 고령인력과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고령인력과 여성인력의 노동시장 참가율을 지금보다 10%정도만 높일 수 있다면, 외국인 미숙련 노동인력을 대체하고도 남는다는 조사보고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현재 많은 중소기업들은 부족한 인력수요를 외국인 노동인력으로 채우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그나마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여기에 줄어든 산업연수생 쿼터로 말미암아 생산현장에는 미숙련 외국인 노동인력 마저도 부족한 실정이 돼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사용자에게 편리한 제도’로 인식돼온 ‘산업연수생제도’를 없앨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보완해 확대·시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정부에서는 ‘산업기능요원제도’와 같은 다양한 제도를 개발·확충해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 돼온 중소기업체의 숙원인 기능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들 역시 인력확보의 어려움을 정부에만 의존해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어째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 회사를 기피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공통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데부터 시작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기간이 개인의 경력개발과 향후의 직업적 성취에 큰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영배
세명대학교 대학원장·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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