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변의 매화 꽃밭이 천연적이라면 해남의 보해매원은 다소 인공적이다. 섬진강변은 구릉진 산을 개간해서 울퉁불퉁한 야산의 흔적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보해매원은 호남평야의 넓은 밭에 무더기로 매화꽃을 심었다. 이곳은 ‘보해 술’을 만드는 (주)보해에서 매실주를 담고자 조성한 곳이니 그저 다수확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었을까 하고 일반적인 생각을 해본다. 청매실에 꽃이 만발해 행락객으로 몸살을 앓을 즈음, 이곳에도 흐드러지게 매화꽃이 피어난다.

보해매원(061-532-4959, 산이면 예정리)을 찾아 사방에 붉디붉은 황토밭이 펼쳐지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평범한 시골마을의 소로를 따라 들어간다. 몇 번 매화잔치를 하더니만 이제 그것조차 접어버렸다. 그럼에도, 이미 소문이 나 있는 곳이어서 찾는 사람들은 뜻밖에 많다. 붉은 황토밭은 너른 주차장이 됐고, 어김없이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 촌이 형성된다.
주차장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매화꽃밭을 만난다. 입구의 매화 밭은 세월이 지나면서 수령도 굵어지고, 꽃이 만개할 때는 이제 터널을 이룰 정도가 됐다.
이곳은 13만 평이나 되는 너른 구릉지대로 국내의 매화농장으로서는 최대규모다. 이곳은 매화의 종류가 다양해서 조생종 꽃이 피고 나면 연달아 다른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기후에 따라 다소 달라지기는 하지만 4월 초순까지 꽃 감상이 가능하다. 다소 길게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농장을 관리하려고 지은 듯한 벽돌식 집 한 채가 있다. 마당에서는 매실차도 마시게 하고 매화 사진도 전시하면서 볼거리를 주기도 한다. 안쪽 실내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매실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매실로 담가 놓은 매실주. 이곳 농장은 지난 78년에 조림된 곳으로 매화나무 수도 1만 4천500주로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매화로 이름난 곳의 나무 수가 천 그루를 넘기 어려운 것과 비교하면 이곳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정작 사람들은 꽃만 보고 말지만 이 농장에서는 6월 매실을 딸 때가 가장 번잡하고 복잡하다. 그 자잘한 열매를 어떻게 딸까가 내심 궁금해지는데, 일단 흙바닥에 검은 비닐 천을 깔고 작대기로 후려치듯 열매를 때려주면 후두둑 땅에 열매가 떨어지는 것이다. 떨어진 열매를 주워담으면 되는 일인데, 워낙 개체수가 많아서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닐 거라고 짐작된다.
막사 뒤쪽으로도 매화꽃이 이어진다. 한적한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실제로 매실 밭 전체를 돌아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양쪽 나뭇가지를 일렬로 쭉 심어 놓은 꽃밭이 장소를 바꿔 탄다고 해서 모양이 달라질 리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밭고랑에 눈에 띄는 팻말이 나선다. 팻말에는 매화꽃밭에서 사랑스런 표정으로 서로 손을 잡은 낯익은 영화배우 전도연과 황정민 씨의 사진이 새겨져 있다. 바로 “너는 내 운명”이라는 촬영지다. 문득 그 영화가 생각난다. 에이즈 환자 시한부 여성과 농촌총각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영화 속에서 매화꽃밭에서 뛰어놀 때의 장면이 선연하게 다가서고 그들이 행복에 겨워 부르던 노랫가락이 귓전에 잠시 맴돈다. 고개를 잠시 숙여 땅 밑을 바라보니 활짝 핀 매화나무 밑으로 양지바른 들에서 핀다는 진분홍빛의 구슬붕이 꽃이 많이도 피어 따뜻한 햇볕을 맞는다. 나도 예쁘게 봐달라고 아우성치듯이 말이다.

*주변 볼거리
윤선도의 녹우당, 그리고 땅끝마을, 고천암호 갈대밭과 철새떼, 송지호 해수욕장의 낙조, 달마산 도솔암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우항리 공룡자연사 유적지나 마산면 당두리 간척지에도 철새 떼가 날아든다.

*찾아가는 길
해남에서 진도 방면 18번 국도를 타고 가다 상동리에서 806번 지방도를 타면 산이반도 가는 길. 팻말이 작으므로 유의. 10여 분쯤 달리면 왼쪽에 보해 매실농원이라는 표지판이 왼쪽에 나타난다/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목포 IC를 나와 영산강하구언을 넘으면 대불공단. 하구언을 넘자마자 첫 번째 3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영암방조제 가는 길. 방조제를 지나면 산이면 가는 806번 지방도와 만난다.

*추천 별미집
해남읍내의 천일식당(061-536-4001)은 떡갈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변식당(061-536-2649)은 추어탕과 짱뚱어탕으로 해남사람에게 소문난 집. 천변 길 건너에 있는 주막식당(061-533-5377)은 회 종류를 파는데 계절 별미인 세발낙지도 있어 간단하게 술 한 잔 하기에 좋다.

*숙박 정보
유선장이나 해남읍내의 모텔 이용. 또는 대선찜질사우나(061-535-3700)를 이용. 또는 설아다원(061-533-3083, 북일면 삼성리)은 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다양한 체험거리는 물론 숙박할 수 있다.

*사진 찍는 포인트
봄철 매화꽃이 만발할 시기를 잘 맞추면 된다. 광양 청매실보다는 1-2주 정도 늦게 개화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