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8개월을 끌어왔던 비씨카드와 이마트간에 벌어진 가맹점 수수료 싸움이 일단락 됐다.
두 공룡간의 힘 싸움이 벌어진 것은 2004년 9월. 이마트가 비씨카드의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며 전국 매장에서 비씨카드를 받지 않겠다고 선전포고 한 후 대형마트와 카드사간에 수수료를 둘러싼 전면전이 벌어진 것이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기본수수료율+정액방식이 도입됐고 수수료율이 종전보다 0.15~0.2% 상승했다는 점과 당초 카드사 요구인 2.3% 이상보다 낮은 인상률에 그친 점에서 양쪽 다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수수료 원가에 대한 분석과 점포별·카드사별로 각기 다른 수수료율 체계 도입, 수수료율 절감을 위한 카드사와 가맹점간 직선망 구축 등 근 본 해결책 없이 카드업계와 할인점업계의 대표선수끼리 맞붙어 힘 겨루기 식으로 사태가 봉합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6천여 유통 상인이 조합원으로 있는 A협동조합.
몇 해째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수료보다 0.5%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는 A조합은 대형마트에 못지않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지만 카드사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이 조합 관계자는 “이마트처럼 특정회사의 카드를 거부하겠다고 해도 카드사에서는 눈하나 꿈적하지 않는다”며 “개별 소상공인들의 힘으로는 카드사에 대항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온라인 유통시장 강화에 따른 가격파괴 심화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마진이 5% 미만으로 줄고 있다”며 “수수료율을 1%만 낮춰도 소상공인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이 문제인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177개 업종으로 나눠 업종별로 일률적으로 적용되며 카드사 별로도 격차가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카드사의 수수료율이 은행계 카드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상태. 은행계 카드사들과 달리 전업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수수료율 인하에 인색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의 영업수익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66.7%(5,576억원)을 차지했고 LG카드(43.5%), 삼성카드(49.2%)도 수익의 상당부분을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업종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골프장과 같은 고급 사치업종은 1.5%인 반면, 이·미용실, 세탁소, 카센터 등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업종은 3.6~4.05%를 적용받고 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받고 있는 것이 문제.
한국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업계의 경우 대기업 산하 직영정비업체는 2.6%의 낮은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영세 정비업체들은 3.6~4%의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이 같은 높은 수수료로 인해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율이 시장기능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입장.
한국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철저하게 시장 기능에 의해 결정되고 있으며, 외국의 경우도 매출이 큰 업종일수록 수수료율에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길종 카드수수료인하 추진위 공동대표는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이 가맹점을 대상으로 산출되서는 안된다”며 “현재와 같은 수수료율 체계는 무작위 카드 발행에 따른 손실을 가맹점에 전가시키는 꼴”이라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 주장에 대해 조 공동대표는 “대형마트나 수수료율이 낮은 대형매장보다 170만 소규모 가맹점의 규모가 훨씬 크다”고 일축하고 “현재 카드사에서 정해놓은 수수료율은 오로지 자기 편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안은 없나=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처럼 ‘단수매입제’에 도입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수매입제는 가맹점 계약이 돼 있지 않아도 기존 매입사를 통해 서비스가 가능하고 매출 후 정산과 함께 소액 수수료를 매입사에 지불하는 제도로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맹점이 모든 카드사와 개별 계약을 하고 각각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복수매입제’를 도입하고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조길종 카드수수료인하 추진위 공동대표는 “외국의 경우 카드 사용으로 인해 발생된 부가매출 증가율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가 정해진다”며 금융의 공공성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인하요인 찾을 것을 제안했다.
한편, 정부도 연초 발표한 ‘올해 경제 운용 방향’에서 중립적인 기관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를 분석하도록 해, 카드 업계가 불합리한 수수료율 체계를 자발적으로 고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혀 올해 내에 가이드라인 제정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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