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뒤늦게 함박눈이 내리고 몹시 추운 날이 며칠 있긴 했지만, 지난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다. 매우 추울 것이라고 한 기상예보는 몇 차례 빗나갔다. 기상관측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예보보다 나쁠 것이라는 예보가 많다. 좋을 것이라고 했다가 나빠지면 항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람들이 날씨에 대한 기대를 어떻게 하건 실제 날씨는 이런 기대와는 상관없다.
하지만 경제는 다르다. 경제가 나빠질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면 상황을 역전시키거나 상황악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건희 삼성회장은 “심각하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4~6년 후 삼성도 한국경제도 혼란이 온다. 생활가전 사업은 한국에서 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는 발언을 했다. 한국의 대표기업 회장의 발언은 심각한 상황전개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전자업계도 반도체 가전 휴대폰을 비롯한 주력제품의 수익 창출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한국경제의 주도산업마저 흔들리고 있는 조짐이 나타난다.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중국은 뒤좇아오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국수출증가율은 2005년 24.4%에서 2006년에는 12.2%로 감소했다. 일본의 중국수출증가율은 2005년 6.7%에서 2006년에는 15.3%로 증가했다.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흑자폭은 감소하고 대일 무역적자폭은 증가하고 있다.

대내·외 기업환경 갈수록 열악

대중국 무역흑자폭 감소는 중국이 공산품 자체 생산을 늘린 결과이며, 대일 무역적자폭 확대는 특히 기계류와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부품·소재를 한국보다 중국에 2배나 많이 수출한다. 기술격차가 약간 있지만 중국이 동일한 일본의 부품·소재로 최종제품을 만들면 중국의 낮은 생산비를 고려할 때 우리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부품·소재산업의 발전은 우리의 과제이고 그 과제는 중소기업이 떠맡아한다.
잘 나가는 대기업과 주력산업이 심각하다면 중소기업 사정은 물어볼 것도 없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회장을 새로 뽑아 새로운 출발을 했다. 김기문 회장은 “당당하고 힘있는 중앙회를 만들겠다”며 “위기의 중소기업이 재 도약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변화를 읽고 방향 제시해야

‘당당한’ ‘힘있는’ 중앙회는 듣기에 괜찮은 말이다. 이 말이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당당해지려면 우선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계획부터 세워야한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찾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한다. 중소기업은 아이들의 돌팔매질에 시달리는 연못 속의 개구리 같은 처지에 비유된다.
중소기업은 겪는 고충도, 원망할 대상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이 알아야할 일은 무엇을 만들건, 무엇을 하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기업환경이 어렵다 하더라도 정책지원 요구에 앞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은 중소기업이 스스로 떠맡아야할 몫이다. 누구를 원망한다고 될 일 아니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업종과 규모, 업태(業態)가 각기 달라 중앙회는 중소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대표단체로서의 중앙회의 능력과 창조적 변신이 필요하고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다. 배의 안전운항보다 갑판 위의 청결상태에 마음을 쏟는 선장과 같아서는 안 된다. 미래의 변화를 읽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발휘돼야한다.
중앙회가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타성에 젖어있는 조직의 낡은 틀을 깨야한다. 비효율적으로 하는 일이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합리화되거나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의 밝은 기상도를 위해서 중앙회가 할 일은 켜켜이 쌓여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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