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발표된 부즈·앨런&해밀턴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일본과 중국사이에 끼인 넛크래커(nutcracker)와 같은 존재로 비유한 바 있다.
동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첨단고급기술 산업에서 한국을 상당부분 추월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에도 중하급기술 산업은 물론 첨단기술부문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지 않는다면 조만간 중국에도 뒤처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대외적인 경쟁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거의 향상되지 않고 있다. 매년 스위스 IMD는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의 조사(2006년)에서 우리는 조사대상 61개국 중 38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우리의 경쟁상대국인 싱가포르(3위), 홍콩(2위), 대만(18위)은 물론이거니와 중국(19위), 말레이시아(23위), 인도(29위), 태국(32위)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한, 타 경쟁국들과 기업환경을 비롯한 여러 부문의 조사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번 IMD의 조사결과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경쟁력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05년 중국과 인도의 경쟁력은 각각 31위와 39위에 그쳤으나 2006년에는 각각 12단계와 10단계씩 상승한 19위와 29위를 기록했는데, 이러한 중국의 경쟁력 순위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정부·기업효율 급락

우리의 IMD 세계경쟁력을 4대 평가분야별로 살펴보면 경제성과 분야는 41위로 2005년에 비해 2단계 상승했고, 사회 인프라 분야는 24위로 1단계 하락해 2005년과 비슷한 평가를 받았으나, 정부효율 분야와 기업효율 분야는 2005년에 비해 각각 16단계, 15단계씩 하락한 47위와 45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효율 분야에서는 기업관련법, 제도적 여건 및 공공재정 부문 등이, 그리고 기업효율 분야에서는 경영활동, 노동시장 및 행태·가치 부문 등이 각각 10단계 이상 순위가 하락해 우리의 세계경쟁력 순위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조사 항목별로 순위변화를 살펴보면 경제성과 분야(Economic Performance)에서는 실질GDP 성장률, 상품수출(실질증가율), 고용증가율 등의 항목의 순위가 하락했으며, 정부효율 분야(Govern-ment Efficiency)에서는 환율안정성, 공공재정관리의 향후 2년간 개선 가능성, 투자유인의 매력도,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소요되는 일수 등의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또한, 기업효율 분야(Business Efficiency)의 경우는 사회가치가 경쟁력을 지원하는 정도, 경영이사회의 효율적 운영, 경제와 사회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정도, 기업의 가치가 근로자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는 정도 등 항목의 순위가 하락했으며, 사회 인프라 분야(Social Infrastructure)에서는 기술개발 및 응용이 법적 환경에 의해 지원되는 정도, 기업의 사이버 보안성 정도,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경제에서 우선시되는 정도 등의 항목의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관계분야 최하위 기록

특히, 기업효율 분야에서는 2005년 30위에서 2006년에는 45위로 15단계 하락해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분야로 평가됐다. 부문별로는 금융이 37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기업경영행태는 48위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항목별로는 근로시간(7위), 주식시장지수(9위), 세계화에 대한 긍정적 태도(13위), 소비자 만족도(14위) 등은 강점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노사관계와 금융전문가의 이용가능 정도는 최하위(61위)를 기록했다. 또한, 감사와 회계의 투명성(58위), 중소기업의 효율성(국제기준)(58위), 기업이사회의 회사관리(56위)도 취약요인으로 조사됐다.
기업관련 분야에서 우리의 주요 경쟁상대국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은 모두 이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기업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기업환경이 이들 국가에 비해 크게 뒤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각종 기업관련 규제완화(deregulation)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고 외국인에 대한 배려 등이 필요하다. 특히, 노사관계는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편, 국가경쟁력이 동태적, 상대적 개념에서 파악돼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간의 IMD 경쟁력 순위 변화를 근거로 전반적인 국가경쟁력의 부침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의 국가경쟁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국제적 시각에서, 특히 우리의 경쟁상대국들과의 비교분석적 시각에서 파악해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국가의 전역량을 결집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재기
호서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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