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빼앗긴 ‘아내’의 반란

K사장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요란한 부부싸움 끝에 아내는 어디론가 나가 버리고 대학 2년생 외동 딸도 K사장에게 편지를 써놓고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K사장이 보여준 딸의 편지 첫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존경하는 아빠. 사업에 몰두하시는 아빠의 모습은 언제나 매력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자나깨나 고객만족을 부르짖는 아빠에게 묻고 싶어요. 아빠에겐 고객만족만 보이고 가족만족은 안 보이세요? 최근 내가 보기에도 안타까운 엄마의 히스테리 역시 남편을 ‘고객’에게 빼앗긴 ‘가족’의 반란으로 생각하시면 해결이 쉬울 거예요.”
K사장은 기가 막히단 소리만 연발하고 있었다. 아내와 딸이 이토록 자기의 사업을 이해하지 못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는 것이다. 사업은 정말 잘 돼가고 있었다. 그의 전자제품 대리점은 시작 5년만에 세 들었던 3층 빌딩을 매입할 수 있을 만큼 잘 나가고 있었다.
사업이 잘 되고 있을 때의 모든 CEO가 그렇듯이 K사장 역시 미칠 듯이 일에만 매달렸던 것이다. 인생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40대 중반 나이를 다른 것 다 제치고 사업에만 매달리는 CEO는 한국에만 있는것 아니다.
소위 선진국의 CEO들 역시 K사장이 겪는 어려움에 부딪치기는 마찬가지다.
왕따는 약과이고 이혼당하는 경우도

가정의 비중은 어느 정도냐? 사업가는역시 사업 위주로 살아야 하지 않느냐?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
최근에도 이런 질문을 많은 CEO로부터 받고 있다.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아내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중해요? 사업이 중해요?’라며 남편에게 따지고 싶어 한다. 심한 경우 ‘아내를 택할 거예요? 사업을 택할 거예요?’ 하는 양자택일의 흑백논리를 강요당하는 CEO도 있다.
대부분의 CEO는 가정보다는 역시 사업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업과 가정 어느 한 쪽을 불가피하게 희생시켜야 할 경우 대개는 사업 우선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는 사업가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만약 아내가 참아주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불만이나 비난에는 소스라쳐 놀랄 줄도 알지만, 가정을 소홀히 한다는 가족들의 불만이나 비난은 그저 애교 정도로 가볍게 넘기려는 CEO도 없지 않다. 그러다가 가족들에게 왕따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도가 지나쳐서 이혼 당하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그렇다면 CEO에게 있어 가정은 어느 정도의 비중이어야 하는가?
“사업이나 한답시고 아내 알기를 우습게 안다구요. 내가 참고 살아주니까 망정이니 만약 내가 안 참아주면 어떡할 거예요? 집안 거덜나고 만다구요”
남편의 성공을 주제로 하는 생방송에 출연 해 ‘참아 줄 때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날리는 중년 아내의 아우성(?)을 모르는 척 해서는 안된다.
돈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벌었지만, 그동안 돌보지 않던 자녀들이 잘못 풀려 마약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간의 정이나 형재애도 아버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극단적으로 잘못되면 재벌 집안의 형제싸움, 또는 부자지간의 싸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업에 몰두하는 동안 돌보지 않았던 아내가 중병에 걸리는 경우나 바람이 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사업과 가정의 비중을 구태여 따질 필요도 없다. 사업을 사랑하듯 아내와 가족을 사랑해야 하고, 소비자 만족에 귀 기울이듯 가족 만족에 신경 써야 한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6개 분야가 있다. 경제활동, 사회적 활동, 교육이나 문화적인 면, 건강에 관한 측면, 종교 등 영적인 면의 비중과 함께 가정적인 면도 그 비중이 동일해야 한다.
가정과 사업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CEO가 진짜 사업가다. 그러니까 CEO는 어려운 과목이다.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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