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고 해서 임금체불, 폭행 등을 일삼는다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겁니다. 대다수의 중소기업 사장들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종업원들을 자신의 가족같이 대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이용한다고 생각치 않으며 설령 불법체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조치가 뒤따르더라도 지킬 생각이 전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몽골 출신 외국인노동자인 바초 간볼트(30)는 지난 2월초까지만 해도 뇌종양으로 사선을 넘나들었다. 낯선 이국 땅에서 사경을 헤매던 그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 한국인은 그가 일하는 대성산업의 사장 박덕기(朴德基·52)씨다.
2000년 10월. 동생 4명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온 간볼트씨는 친구의 소개를 받아 찾아간 곳이 벨벳 원단을 만드는 경기도 양주의 대성산업.
월급 1백20만원을 알뜰히 모아 고향에 보내는 재미로 살았던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머리가 자주 아팠지만 단순한 두통으로 생각하고 그냥 견뎌왔다.
그러나 올 초 병세가 호전되기는 커녕 증상이 심해졌고 병원행을 종용하던 박사장의 만류도 뿌리치고 몽골식 민간요법인 지압 치료를 위해 몽골인 지압사를 수소문했다. 박사장과 같이 지압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박사장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의정부 시내 병원에서 그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호두알 크기의 악성종양이 숨골을 압박해 하루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수술비가 문제였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4천만원은 족히 들어갈 수술비가 엄두나지 않았고 일감이 없어 기계설비를 놀리고 있는 박사장 또한 선뜻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액수였다.
박사장은 “성실하게 일해 왔던 간볼트가 생사를 넘나드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빚을 내 1천만원을 마련했지만 모자란 부분은 몽골대사관의 주선으로 건국대 부속병원 측이 부담키로 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은 간볼트씨는 요즘 퇴원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간볼트씨는 “주위엔 월급을 떼먹는 나쁜 사장도 있지만 죽을 목숨을 살려준 우리 사장님같은 분도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사장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한 달에 임대료 150만원을 내는 소규모 섬유 후가공업체를 운영하면서 불경기까지 겹쳐 25명이나 됐던 직원을 6명으로 줄였다. 또 하루 3시간 이상 설비 가동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일감을 따올 시간을 도통 낼 수가 없습니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뛰어다녀야했고 병상에 누워있는 요즘 거의 매일 붙어있다시피 합니다. 사람의 도리로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박사장은 최근 출입국관리소를 찾아가 간볼트씨의 출국을 10월로 늦췄다. 워낙 재발이 잘되는 병의 특성상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더라도 이대로 귀국할 경우 또다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박사장에게 또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체감경기의 침체로 일감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도통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50여개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돼 있는 주변 공단의 생산인력중 90% 가량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으나 그나마 원활한 조달이 어렵다.
특히 출신국가별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은 만원이라도 더 주는 공장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고 있다.
“자주 옮겨 다니는 경우와 한 공장에 오래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이 반반정도 됩니다. 고임금을 찾아 다니는 외국인들이 결국 임금인상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기술의 숙련도 또한 떨어집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이 과정에서 발생됩니다.”
박 사장은 성실함도 신의도 없이 돈만을 찾아 다니는 외국인들까지 법의 테두리 속에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잘못이라고 꼬집는다.
오히려 한 곳에서 장기근속하는 외국인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관용을 베풀고 이직빈도가 높은 외국인들은 즉시 내보내는 등 차별화 정책을 펴는 것이 건전한 노동시장을 형성,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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