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중소제조업 하기 힘든 사회분위기와 상속·증여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업승계형 가족기업들이 국가경쟁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볼 때 수십년 동안 쌓인 기술력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뉴스는 가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여론 조성과 경영성과가 탁월한 가족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의 경영승계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을 기은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기획, 시리즈로 소개한다.

60~70년대 창업해 회사를 일궜던 1세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기업 승계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경영승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뿐만 아니라 상속세 등 각종 세금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 창업이 쉽지 않은 것은 선진 각국도 마찬가지.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십년간 축적된 기술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 될 수 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승계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인 합의는 물론 제도 개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중소기업CEO가 직계자손에게 가업을 승계할 때 기업가치의 최대 65%를 상속세로 추징당해 기업의 연속성이 저하되고 있다.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소기업CEO 중 60대 이상이 16%일 정도로 최근 들어 경영승계 임박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며 “기업들은 최소 5년 정도는 승계 준비를 해야하며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차원에서 세금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인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이사 고령화 급속 진행

▲中企 가업승계 할까 말까= 사회 전반에 걸친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중소기업 대표이사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CEO들이 기업경영을 후계자에게 승계할 의사를 갖고 있지만 경영승계 시 과중한 증여·상속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세금 문제와 자식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매각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은경제연구소(소장 조병선)가 최근 업력 20년 이상, CEO 연령 50세 이상 중소기업 208개사를 대상으로 경영승계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85%가 승계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14.1%는 자식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고 세금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승계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승계하려는 이유는‘회사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와 ‘평생 일군 기업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답했다. 경영 승계를 원치않는 CEO들은 매각(34.5%), 종업원에게 넘김(31%), 폐업(20.7%)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영승계 후계자는 아들이 69.6%로 압도적이었으며 다음은 임직원(12.7%), 전문경영인(8.2%) 순이었고 딸은 5.7%로 매우 낮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최고경영자에 따라 기업의 부침이 심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직계자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가업승계를 선호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소유개념이 강해 가족에게 승계하려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이 같은 가족경영은 후진적 경영형태가 아니라 독일(84%), 영국(76%), 미국(54.%) 등 선진국에서도 대다수가 가족경영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가족기업의 경영성과 및 경제적 기여도가 일반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 CEO들이 꼽는 경영승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세금문제.
고령의 중소기업 창업주인 K씨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려 했으나 오너만큼 기업에 대한 애착이 없어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려 하고 있다. 이 경우 과도한 증여세로 회사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지속가능 경영이 불가능해 질 것 같아 고민중이다. 증여관련 세금을 물납으로 할 경우 기업가치의 60% 정도를 세금으로 내게 돼 이러지도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 결과 K 대표와 같이 응답자중 73.5%가 상속 및 증여세 등 과중한 세금부담으로 승계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후계자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확신과 절차상의 까다로움도 승계의 발목을 잡은 요인들이었다. 조세제도와 관련해 △상속·증여세 개선(76.2%) △주식평가방법개선(10.1%) △과세이연제도 개선(5.4%) △기초공제액 인상(4.2%)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경영승계 지원제도 미흡

가족경영을 통한 기술축적과 기업경영의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상속 증여세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해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정해진 세율 이외의 최대 30%(중소기업 15%)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할증되도록 구성돼 가업승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상속세 제도는 1950년 제정된 상속세법을 토대로 지난 1998년 기업 상속에 대한 개정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는 상속재산가액인 과세표준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대 50%의 세율이 적용됐다. 이는 개정 전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45%의 세율을 적용받던데 비해 최고세율 인상과 최고세율 적용구간이 인하된 결과를 초래했다.
2003년에는 상속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돼 상속세를 강화했다.
열거되지 않은 새로운 방법에 따른 상속·증여세 회피 방지를 위한 조치였으나 이 같은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세(稅)부담이 높아지는 역효과가 생긴 셈이다. 이러다 보니 회사를 물려받은 중소기업 대표들은 유동성 부족에 따른 국세 물납비중이 높아져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가 어렵게 되고 있다.
최근 국세물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05년 사이 주식물납 비율이 평균 80%에 달하며, 특히 2004년에는 94%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 중소제조업을 물려받은 2~3세 경영인들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병선 기은경제연구소장은 “경영승계에 대한 지원제도가 미흡해 중소기업들은 과중한 상속세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사업 분할 등 비정상적인 승계방식을 강구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적 대안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가업승계 분위기 만들어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연령이 52.7세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10년 내 은퇴를 희망하는 기업이 42.3%에 달했다.

반사회적 인식·제도 바꿔야

그러나 가업승계에 대해 현재와 같은 반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우선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영호 건국대 교수는 “영국의 상위 8천대 기업의 76%는 가족기업이며 독일의 경우 가족기업은 노동력의 75%, GDP의 66%를 차지하고 있다”며 “가족에 대한 경영승계를 반사회적 시각으로 보는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독일의 경우 가업승계 원활화를 위해 상속·증여세를 최대 10년간 유예하는 입법안을 제정 올해 시행할 예정”이라며 “한국의 경우 중소기업들의 가업승계가 원활치 않은 만큼 대기업을 제외하고 독일과 유사한 형태로 상속세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병선 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중소기업의 경영승계 문제를 부의 대물림 차원이 아닌 기업 경쟁력강화 및 고용안정, 생산설비와 경영노하우의 효율적 전수 측면에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업계, 정부, 지원기관의 역할 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소장은 또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5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중소기업들은 서둘러서 승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경영승계를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인식하고 우수가업승계기업 인증제도와 같은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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