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영원한 이웃 중국과 일본은 끊임없이 세계 산업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샌드위치 코리아를 확인이라도 하듯 주변국들과 손잡고 우리를 고립시키려는 자세까지 취한다. 시장쟁탈전, 자원쟁탈전, 기술쟁탈전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21세기 동북아의 모습은 삼국지의 재연이 아닐 수 없다.
유럽과 미주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BRICs가 용트림하며 검은 대륙 아프리카도 긴 잠에서 깨어나 행보를 빨리 하고 있다. 역동적인 지구촌 시대에서 무역은 더 이상 경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를 망라하면서 국가 기본활동이 됐다. 기업은 전방위 체제로 글로벌 무역 현장에 출정해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의 변신을 강요당하면서까지 총성 없는 전장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우리나라는 매일 1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하루 평균 33,000여명의 해외여행객이 관세선을 넘어 출국할 것이다. 나라마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대의 진전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것은 매일반이지만, 아시아의 무역강국을 자임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한국은 진정으로 무역에 총력 집중하고 있으며, 무역인을 대접하고 차세대 무역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시장은 모든 것이 포화상태이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개방모드를 선택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세계와 경쟁하려 해도 무역모드가 필요하지만 다른 경제권과 제휴하거나 연대하려 해도 무역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생존해법

차세대 무역인력을 양성하지 않으면 한국은 미래가 없다고 하면서도 우리나라 무역교육은 여전히 분필에 의존하고 있다. 차세대 무역상품 개발이 우리 살길이며 무역만이 유일한 비전이라 외치면서도 시장개방은 곧잘 매국적인 행위로 간주해 버린다. 한국은 과연 글로벌 모드로의 진입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동안 글로벌 모드로의 전환을 너무 게을리 해 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무역모드는 한국의 경제체질이 무역체질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사고와 행동 양식이 개방지향성의 글로벌 모드이어야 한다. 차세대 무역기업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글로벌 무역리더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일도 무역모드의 모습일 수 있다. 또한 무역모드는 국가, 기업, 개인 모두 경제활동 양식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글로벌 사고와 행동이 일치해야 하며, 글로벌 비전을 지향해야 함을 의미한다. 비즈니스를 비롯한 모든 경제활동을 무역과 연계시키고, 기업의 근로생리 역시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글로벌 관점에서 사고하고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며, 글로벌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는 자긍심도 가져야 한다.

국가체질 무역모드로 개선을

산업현장에서 땀흘리는 무역전사들의 수고를 그나마 들어줄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국가시스템을 무역모드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국이 실질적인 무역모드로 진입하게 되면 경제정책 의사결정과정에서 파생되는 국내 사회의 갈등을 봉합해 나갈 수도 있으며, 국가간 문화충돌에 의한 위험과 변화에 의한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국가경영시스템을 무역모드로 바꾸면 무역협상 때마다 국론이 양분되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시각에서 경제문제를 인식하면 국론을 한 곳으로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시장개척에서, 자원조달에서, 환율변화에서, 무역마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더욱이 여전히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비춰지고 있고,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항상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구호로만 무역을 강조할 뿐 무역모드로의 전환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장 절실하게 무역모드에 맞추어야 할 운명을 가진 나라 한국이 국가체질을 무역모드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한국모드에서 교육하고 기업하며 무역을 한다. 교육이 잘 될 리 없고 기업이 성과를 낼 수가 없다.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수출 역시 살얼음판을 걷게 된다. 결국 이 모든 현상들이 샌드위치 코리아를 만드는 직접적 요인이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은 예외 없이 무역모드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기업의 활동무대는 글로벌 시장이며, 경영자는 지구촌과 디지털 시장에서 비전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학자들 역시 끊임없이 서비스무역상품을 발굴해야 할 책무가 있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무역발전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람으로 행동하지 말라!
이제 한미FTA 타결로 한국경제사에 또 한 번의 국면전환이 이뤄졌다. UR협상에 이어 다시 한 번 무역 분수령을 넘어서야 할 운명이며, 제2차 세계무역대전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무역8강 진입과 왕복 1조 달러 무역규모 달성, 그것도 조기 달성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이 생존하려면 무역모드로 완전하게 변신해야 한다. 골드만삭스가 예측한 대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될 때까지….

박문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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