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이 제기한 ‘샌드위치 위기론’이 세간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중국이 쫓아오고 있고 일본은 달아나고 있어 한국은 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을 한데 이어, 3월초에는 “우리경제 전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며칠 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도 우리경제의 상황에 대해 유사한 발언을 하면서 “불확실한 경제환경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전과는 다른 방식과 시스템으로 새로운 성장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말에 대해 해석은 제 각각이다. 한편에서는 “우리 경제 상황을 침소봉대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두 회장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며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 맞는 말들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두 회장의 말이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공방을 벌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 시간에도 일본은 우리에게서 더 멀리 달아나고, 중국은 더 빨리 쫓아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함께 우리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전을 마련해 혼연일체가 돼 빨리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정확한 상황 인식으로 처방 내릴때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위기의 연속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위기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어 왔다.
늘 약육강식의 크고 작은 싸움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도 이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며,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이와 같은 위기의 본질을 인식하고 항시 그리고 철저히 대비해온 주체만이 생존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잘 나가갔던 기업도, 아무리 찬란했던 문명도 위기인식을 못하면 역사에서 사려져 갔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위기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위기는 늘 우리 곁에서 우리의 안이함을 파고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상시적 혁신의 길로 나가는 것이다.

속이 알찬 샌드위치 만들어야

한편 샌드위치론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문제는 샌드위치 모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라는 말은 18세기 후반 영국의 J. M. 샌드위치 백작이 트럼프놀이를 할 때 식사할 시간이 없어 육류와 채소를 빵 사이에 끼워 먹으며 했던 일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샌드위치는 용도에 따라 속과 모양을 달리해 점심 또는 소풍용 샌드위치, 티와 칵테일용 샌드위치, 파티용의 샌드위치 등으로 나눠진다. 그러나 모든 샌드위치의 공통점은 영양분이 고루 들어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두 회장이 말한 샌드위치는 속이 빈 샌드위치를 지칭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경제를 영양분이 고루 그리고 듬뿍 담긴 샌드위치로 만든다면, 우리경제는 어느 새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게 될 것이고 우리는 풍요로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속이 알찬 샌드위치 경제를 만드는 일이지도 모른다.
대기업은 잘 구워진 빵으로서 우리가 먹고 살 미래의 신산업을 개척하고, 중소기업은 끝임없는 혁신을 통해 알찬 속이 되며, 정부는 빵과 속이 잘 만들어지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일이다.
더 이상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한 공방이 없었으면 한다. 어느 때보다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이 요청되는 상황에 있다. 시간은 우리를 마냥 기다리고 있어 주지 않을 것이다.

홍 순 영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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