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기 상생 컨텐츠 명확해야”
“고용창출의 원천이며 국가발전의 에너지인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온갖 수난을 겪고 있으며 하도급제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통해 국가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김영호 유한대 학장(前산업자원부장관)은 환율하락, 원자재 및 유가 상승의 3중고와 불공정 하도급관계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을 이대로 방치하면 수년 내에 국가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문제의 근본을 치유하지 않고는 혁신, 상생을 외쳐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김 학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관계가 산업화 이전 농경시대의 지주와 소작관계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근대적인 기업판 소작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소기업혁신이나 대·중소기업 상생전략은 어떠한 효과도 실현시키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해 내가 경제적 이익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는 혁신을 통한 이익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기업판 소작제도 개선을 위해 김 학장은 중소기업이 기술 및 지식재산권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착취에 가까운 거래관계에서 신기술개발을 엄두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특허를 내도 대기업이 탈취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그것. 특히 오히려 개발자인 중소기업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 것은 물론 특허소송을 벌여도 비용을 감당 못해 대기업에 무릎을 꿇게 되며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그는 지적했다.
상생이란 말이 매우 추상적이라고 지적한 김 학장은 “내용 없는 상생은 문제가 많다”며 “최근 우리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재벌기업 총수의 폭행사건도 대기업 입장에서는 협력업체를 통한 상생의 관계”라고 밝혔다.
이처럼 실체가 명확치 않은 상생이란 말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정의하다 보면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호도될 가능성이 큰 만큼 상생의 컨텐츠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대기업과 중소기업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때가 있었습니다. 협력 중소기업도 특정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여러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입니다. 이런 관계가 한국에서도 일어나야 합니다.”
하청개념의 관계가 혁신적인 상생개념으로 바뀐 일본을 예로 든 김 학장은 글로벌 대기업의 세계시장에서의 눈부신 활약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한 영광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기업이 품질보다는 가격으로 경쟁을 해온 만큼 유가, 원자재 가격상승과 환율하락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협력 중소기업에 떠 넘기며 지켜온 가격경쟁력이라는 게 그의 주장. 김 학장은 “이 같은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식전환 못지 않게 강한 중소기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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