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반영하듯 기술과 의학 벤처 연구와 지원이 사그라져가고 있다.1999년의 벤처붐은 2000년 뉴밀레니엄에 들어 실체 없이 증발, 장래성 있던 많은 벤처기업들이 무참히 꺾여 도산했다. 암 등 불치병 치료약 개발에 애쓰던 바이오 벤처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점이 아쉽다.
인류는 수 천년간 질병들과 싸워 그 질병들을 극복해 왔으나 암은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질병 중의 하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평균수명에 도달하기까지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는 3명중 1명, 여자는 5명중 1명으로 나온다.
암이란 비정상적인 세포의 증식으로 인해 세포괴가 형성돼 이것이 주변의 조직을 침투, 무자비하게 파고들어 정상조직을 파괴하고 혈관을 통해 몸의 다른 부분으로 전이해 세포증식이 멈추지 않는 무서운 질병이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되는 원인은 유전자의 이상 때문인데,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 원인도 있으나 많은 경우는 암을 일으키는 물질, 흡연, 식이,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해 일어난다.
대개 암은 단순요인 보다는 여러 가지 복합요인이 작용, 오랜 기간동안 위해인자에 노출될 때 발생하며 나이가 듦에 따라 암발생 가능성은 급격히 늘어난다.
반면, 일반적으로 암의 치료는 외과적 수술만으로는 완치가 어렵고 항암제를 함께 사용한다. 그러나 항암제의 온갖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암세포 성장과 전이에 관련된 신호전달 체계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독성 없는 항암제의 개발을 본격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신 개념의 항암제개발은 다국적 제약기업이 아닌 바이오 벤처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되면 대규모의 M&A나 나스닥 상장을 통해 필요한 개발자금을 모아 대형 제약기업으로 발전해 나간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1980년에 사업을 시작한 암젠이다. 1987년에 “에포젠”이란 내출혈 치료약을 개발, 1989년부터 시판해 2006년에 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 1992년에는 Fortune 500 기업에 선정, 현재에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MMP나 HDAC, VEGF와 같은 암의 신호전달체계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항암제들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 상품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아무리 좋은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한다 해도 전 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후보물질들이 탈락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구개발의 어려움보다도 바이오 벤처기업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연구중심의 바이오벤처기업이 획기적인 결과를 낼 때까지 생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투입자금이 적어 너무 쉽게 고갈돼고 추가 지원이 없는 국내 산업자본 환경 때문이다.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기업의 경우 기업규모가 작아 대규모의 연구팀이 요구하는 신약개발관련 정부출연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벤처 캐피탈 역시 위험성이 높은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우리가 신약개발 강국으로서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이토록 어려운 개발과정을 진행해나가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순조로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생태계의 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리고 그 어떤 분야의 산업보다도 막대한 개발자금을 필요로 하는 신약개발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이 분야의 벤처기업들이 M&A나 코스닥등록을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 벤처기업이 획기적인 항암제를 개발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수
카이로제닉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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