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3000만년 동안 살아 숨쉬고 있던 동굴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바로 삼척 대금굴이다. 이미 환선굴로 잘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178호인 대이리 동굴지대에 새로운 동굴이 개장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삼척시는 2000년 탐사 시작, 2003년 존재 확인, 2004년 개발 착공 등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한 7년의 노력 끝에 신기면 대이리 대금굴을 6월5일부터 일반인에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그 현장을 미리 다녀왔다.

6월5일 일반에 개방

삼척시는 대금굴 개장을 앞두고 수많은 언론사, 여행사 등을 유치해 설명회를 가졌다. 그 초청 명단에 끼어 대금굴(5월15일)을 먼저 볼 수 있는 영광을 얻어냈다. 대금굴은 환선굴처럼 힘겹게 올라가야 하는 것을 배제했다.
매표소를 지나 조금만 오르면 계곡을 잇는 나무 계단을 만난다. 대금굴이라는 팻말을 따라 나무 계단을 오르는 길에 만나는 하늘 향해 쑥쑥 솟아 오른 전나무 숲길이 아름답다.
대금굴을 잇는 모노레일을 타는 통나무로 된 2층 건물 한 채가 대금굴 관광센터다. 너와집, 물레방아 등으로 잘 정비된 공원과 물골 계곡, 산정을 향한 모노레일, 음영 짙은 산세가 어우러져 이국정치를 물씬 풍겨낸다.
관광센터에서 동굴까지 610m 길이의 42인승의 모노레일 이름은 일명 ‘은하철도’다. 우주를 기행하는 듯한 기차 이름. 서서히 가파른 레일을 따라 기차가 움직이고, 대금굴 앞에 도착해서도 내릴 필요는 없다. 마치 땅굴을 방문하듯 굴속으로 이어져서, 땅을 밟지 않아도 동굴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깜깜한 동굴에 촉수 낮은 조명등 불빛이 바람처럼 유영하면 마치 SF 영화속 화면에 직접 들어온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광장에 도착해 동굴탐사가 시작된다.
동굴 관람로의 길이는 약 1225m. 습하다는 느낌보다 축축하다는 느낌이 우선 든다. 습도가 90% 이상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환선굴처럼 계곡이 많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철계단을 따라 몇 발자국 걷지 않으면 거대한 폭포를 만난다. 일명 5m 높이의 비룡폭포. 깊이 10m의 호수는 동굴안에서 맑은 옥빛을 띄고 있다.
굴 안에 거대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동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로는 모두 계곡 위에 설치했다고 한다.
발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는 셈이다. 폭포의 물소리에 옆 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울 지경이다. 너무나 완벽한 폭포 모습에 반하고 그 옆에 펼쳐지는 종유석, 석순, 석주, 곡석 등의 석회석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촉촉이 젖어 있다.
조명등에 물줄기와 물빛 색은 형언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동굴 안쪽의 석순이 아우러져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이 굴을 발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물줄기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 물줄기는 관광센터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골인데, 예부터 아무리 가물어도 사철 물이 줄지 않았다고 한다. 굴이 개발되지 않은 4~5년 전까지만 해도 ‘굴이 있을 것’이란 예상만 있었을 뿐 규모나 성격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물이 흘러나오는 수로를 파들어 간 끝에 140m 지점에서 석회동굴을 만날 수 있었고 2000년 탐사를 시작한 후 3년 만인 2003년 동굴의 존재를 확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3년여 동안 발굴된 대금굴은 또다시 4년여 동안의 모노레일 설치와 동굴내부 관람로 설치 등의 공사를 친 것이다.
삼척시가 이 개발에 들인 돈만 170억원. 관람객의 숫자를 제한하는 탓에 향후 19년이 돼야 겨우 투자비의 원금을 뽑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동굴 자체의 관람요금으로는 ‘남는 장사’가 아니다. 그러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대로 개발이 이뤄졌다고 한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비경’

어쨌든 어느 누가 이 동굴을 탐사해도 한눈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관람로에는 종유석과 석순, 석주, 곡석을 비롯한 동굴 생성물들이 가득 펼쳐져 있다. 종유석과 석순에서는 수억년전과 마찬가지로 촉촉하게 젖은 채 똑똑 소리를 내며 물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순백색의 종유석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 이 동굴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혼자 탐험을 나선다면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듯, 머리 뒤통수가 쭈빗쭈빗거릴 정도로 섬뜩함까지 느껴진다. 탐험은 폭포를 만드는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폭포를 지나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천장에서 아래로 축축 늘어진 종유석은 마치 커튼을 드리운 듯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 커튼형 종유석의 색깔이 금색이어서 대금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넓은 지하 광장에는 석순이 천장을 향해 솟아 있다. 5m는 충분히 돼 보이는 석순은 마치 가느다란 나무를 꽂아 놓은 듯 막대 모양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름을 얻지 못한 석순도 많다. 생각보다 길지 않은 곳에 철계단 관람로가 끝이 난다. 여느 동굴처럼 길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마간산으로 놓쳐버린다면 이내 돌아와서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관람로는 호수 쯤에서 끝이 난다. 맑은 호수 밑으로 20m쯤 들어가면 동굴이 다시 이어진다는데, 자칫 훼손될 위험이 있는데다 현재기술로는 더 이상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대금굴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개방되는 곳이 전체 동굴의 30%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나머지 70%는 앞으로도 수억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한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대금굴 관람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다른 입구가 없어 모노레일이 유일한 관람 수단이다. 관람 요금을 1만2000원인데, 입장권을 구입하면 환선굴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관람객을 인터넷 예약을 통해 최대 72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이 주변 산자락에 숨어 있는 관음동굴 등이 언제쯤 일반인에게 모습을 드러낼지는 모른다. 하지만 잘 보전하는 방법은 잘 관람하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이 자연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고 자기만의 영역과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을 텐데, 인간들이 또 나서서 그 자리를 뺏어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생긴다. 이것도 일종의 생태계의 원리일까?

■찾아가는 방법
영동고속국도를 이용해 강릉까지 간 다음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동해시까지 간다. 이후 7번 국도를 타고 삼척 방향으로 가다가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 방향으로 우회전해 약 20㎞쯤 가면 신기에 이른다. 여기서 우회전. 7㎞쯤 더 가면 환선굴 매표소에 닿는다. 매표소에서 약 20m쯤 올라가면 왼쪽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를 건너 약 5분쯤 더 오르면 대금굴관광센터 건물이 나타난다.
문의 및 신청:(033)541-9266, 570-3255, 삼척시청 홈페이지(www.samcheok.go.kr) 참조.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