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마트 확산으로 수퍼마켓 등 영세유통점포가 75만여개에서 2004년 61만1천여개로 14만여개가 줄어들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지난해 330여개가 영업중이며 매출액은 25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는 중소유통업체의 매출 급감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타 소매점의 판매액 지수를 2000년 100으로 봤을 때 2005년 94.3으로 떨어진 반면 대형마트는 96년 20.1에서 2005년 195.7로 급상승 했다. 특히 대형유통점은 최근들어 악화된 수익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슈퍼수퍼마켓(SSM)의 출점을 늘리고 있으며 인구 2만명 지역에 집중입점, 동네상권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1월 현재 SSM은 농협 하나로마트가 125개로 가장많고 GS수퍼마켓 83개, 롯데수퍼 52개, 홈플러스 슈퍼익스프레스 32개 등 396개가 운영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국에 있는 수퍼마켓 및 재래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확산저지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지난 1월23일. 서울 중구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는 전국의 소상공인 3백여명이 일손을 놓은 채 모였다.
공룡마트의 무분별한 확산방지를 위해 이날 모인 소상공인들은 ‘대형유통점·SSM 확산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범국민운동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40여개 중소유통단체가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 김경배 위원장(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대형마트의 급격한 확산과 대형유통업체의 SSM 출점 확대로 영세한 수퍼마켓과 재래시장은 생존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며 “국내 유통산업의 근간을 송두리째 뽑고 영세한 중소유통업계가 고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이 문제인가=비대위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2005년 한해 2조원에 달하는 매출액이 늘었으며 반대로 재래시장은 2조7천억원이 감소했다. 이는 재래시장 137개에 해당하는 매출이다.
특히 유통개방 이후 10년 동안 대형마트 1개당 556개의 동네 수퍼마켓이 사라졌고 2005년 33개의 대형마트가 늘어나면서 2만6천명의 재래시장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러나 신규고용은 1만9천명에 그쳐 7천2백명이 실업자로 전락했다는 것이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최근 들어 슈퍼수퍼마켓(SSM)의 출현은 골목 상권마저 초토화하고 있는 상태. 3백~1천평 규모로 인구 2만명 지역에 집중 입점한 SSM은 동네상권을 빨아들이고 있다.
SSM업계 1,2위인 LG유통과 롯데 수퍼에 이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지난 4월 SSM 진출을 선언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6월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SSM 10개를 오픈할 계획으로 300~400평 규모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도 201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SSM 사업에 적극 나선다고 밝히고 있어 중소상인들의 생존 위협이 커지고 있다. 농협은 26개인 하나로클럽(대형마트)를 60개로, 125개인 하나로마트(수퍼마켓)를 500개로 각각 늘리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해결방법은 없나= 중소유통산업의 수요기반을 확충을 위해서는 대형마트의 영업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요청.
외국의 경우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국가에서 일요일 영업 제한·금지 등을 골자로 한 할인점 규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대형 할인점 개설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시장, 군수, 구청장이 할인점에 대해 의무휴업일수와 영업종료시각을 명령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상인 보호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김경배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최근들어 대형마트가 인구 5만, 3만도 안되는 지역에도 들어서고 있다”면서 “최소한 인구 15만이라든가 하는 기준이라도 마련돼야 한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또 “정부는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소상공인 보호 육성대책 강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대형점포 활동 제한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행선 공동위원장(전국시장상인연합회장)은 “대형 소매점의 의무 휴일 수 지정 및 폐점시간 제한을 명시해 인근지역 상인들이 특정시간대 집중영업이라도 가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대형소매점의 취급품목도 제한해 해당 지역 중소상점간 업종교환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장호 숭실대교수는 “유럽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규제를 하고 있다”며 “특히 대형 유통점의 출점에 대한 의견 조율은 상인조합이나 민간협회 등에서 지역단위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40여개 중소유통단체는 지난 1월23일 프레스센터에서 ‘대형유통점 SSM 확산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무차별적인 재벌계열 유통기업을 상대로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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