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점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인구가 적은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대형유통점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마치 블랙홀처럼 주변 상권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대형유통업체들이 속속 개장하고 있는 슈퍼수퍼마켓(SSM)은 규모는 적지만 그 파괴력은 대형마트보다 더 심각하다. 이들 SSM은 대형마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주택가 골목상권까지 초토화시키고 있다.

지난 4월10일 전남 목포 하당에 위치한 롯데마트 주차장에서는 칠성사이다, 꼬깔콘, 빼빼로 등 롯데의 제과제품과 음료들이 불에 탔다.
롯데 계열의 SSM인 롯데슈퍼의 목포 입점에 반대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들 제품을 불태운 것.
목포지역 소상공인들은 롯데슈퍼 입점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롯데제품 판매 중단과 시민 불매운동 등 범시민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서부수퍼마켓협동조합 등 관련단체들로 구성된 ‘롯데슈퍼 목포 입점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설명서에서 “대형유통업체들이 SSM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괴물을 만들어 동네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뒤져 지역경제의 뿌리를 송두리째 빼앗아가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SSM 진출이 철회될 때까지 지역경제 사수를 위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중소도시까지 확산= 대형유통업체와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마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2~3년 사이 대형마트가 지방 중소도시로까지 확대되면서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확산은 목포의 경우에서처럼 이제 지역경제의 핵심사안으로 떠올랐다.
대형마트의 확산과 함께 SSM가 주택가를 중심으로 속속 들어서면서 도심권 재래시장 뿐만 아니라 골목의 상권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것.
소상공인들은 이런 대형유통업체의 공세에 생존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는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항의 집회가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은 지난 4월6일 ‘대형유통점 저지와 중소상인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대형마트 입점철회와 대형유통점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정책을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회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주변 상권의 86%가 매출감소 등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은 “소상공인들의 몰락을 앉아서 바라볼 수만은 없다”며 “제주지역 중소상인들의 힘을 결집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지역에서도 지난해 ‘대형유통점 저지 마산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서명운동, 토론회 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마산·창원 지역 도매업체들도 ‘마창유통협의회’를 꾸려 재래시장 상인들과 함께 대형유통점 확산 저지에 나섰다.
■지역 상인들과 마찰 끊이지 않어= 충북 제천에서는 4월27일 제천사랑모임·지역경제살리기 여성소비자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소상공인들과 함께 “지역경제와 중소상인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입점을 저지하자”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재벌기업들의 과도한 유통업 진출로 중소상인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쇼핑 편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지역경제의 황폐화를 막고 중소상인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입점을 저지하는데 적극 나서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충북 북부지역 중소상인들과 함께 대형마트 신규입점 저지, 대형마트의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 및 불공정거래 고발, 중소상인과 연계한 공동구매 등의 소비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은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건축심의를 유보하거나 유치계획을 백지화하는 사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인천 지역에서는 시설관리공단이 문학월드컵경기장에 대형할인점 유치를 추진하다가 지역상인들이 ‘대형할인점 출점제한 지방조례’ 제정 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결국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이마트동구미점입점저지대책위원회 소속 70여명의 회원들이 구미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건축심의위원회를 실력저지해 이마트 동구미점에 대한 건축심의가 현재 유보된 상태.
구미지역 2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구미사랑시민회의는 지난 2월부터 이마트 협찬기부 받지 않기와 상품불매 운동, 차량경적시위 등을 전개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 대항 ‘역부족’= 지역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입점 반대운동에 나서고 규제강화 등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지만 대형유통업체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초 대전상인연합회, 대전수퍼마켓협동조합 등 5개 단체와 영세상인들은 가오지구에 입점할 예정인 홈플러스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준 대전 동구청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전시가 대형점포 입점을 올해까지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동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시장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입게 될 피해를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광주 금남로지하상가번영회 조세철 회장은 “다른 상권 상인회 등 11개 단체와 함께 도심상권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대형유통점에는 도저히 대응할 수가 없다”며 “시에서도 소상공인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어 상인들이 저소득층으로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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