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에서 컴퓨터 유통업을 하는 A대표. 100만원짜리 물건을 팔아 카드수수료 주고나면 손에 쥐는 게 없어 울상이다. 2%인 대형마트에 비해 3%대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A대표는 2004년 대형마트와 카드사의 힘겨루기 결과를 지켜본 터라 협상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A대표는 “여신관련법에 카드가맹을 의무화해 결과적으로 카드사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됐다”며 “소상공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연도별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보면 1998년 30조원 수준에서 2005년 192조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의 경우 신용카드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수수료 부담이 수익 악화로 직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카드가맹점 수수료 비중이 2003년 28.1%에서 지난해 6월 44.9%로 증가하면서 신용카드사들의 경영수지는 소상공인들의 부담 가중과는 반대로 개선되고 있다.

■카드수수료율체계 어떻게=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177개 업종으로 나눠 업종별로 일률적으로 적용되며 카드사 별로 요율이 다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카드사의 수수료율이 은행계 카드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있다. 이는 은행계 카드사들과 달리 전업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인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용카드사별 가맹점 수수료는 평균 3.2%. 이중 삼성카드가 3.38%로 가장 높았고 외환카드가 2.89%로 가장 낮았다.
동일업종 내에서도 카드사들은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산정하고 있으나 대형마트, 종합병원, 골프장 등 협상력이 강한 업체에는 매출액의 1.5%~2% 수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신발가게, 안경점, 서점 등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3.6%~4%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매출 4,800만원인 의류 상점의 경우 연간 세금이 72만원인데 비해 카드 수수료는 138만원을 부담해 세금납부액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더 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세업종 수수료율 높아

■외국 사정은 어떤가= 2001년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매출액의 2.5%로 미국(1.9%), 프랑스(1.5%)에 비해 1% 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 2004년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조사한 결과 한국은 2.7%로 프랑스(0.48%), 영국(1.05%), 독일(0.95%)보다 높은 수준이며 올해 초 재경부가 발표한 자료도 한국은 2.37%로 미국(2.1%), 영국(1.19%), 호주(0.92%)보다 높다.
또 EU의 경우 2004년 기준 렌터카 등 5개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가맹점 수수료가 2% 미만으로 나타나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 호주중앙은행은 △신용카드사들의 은행간 정산수수료 산정 투명성 확보 △가맹점의 신용카드 이용자에 대한 추가수수료 부과금지 폐지 △비은행기관의 신용카드 시스템 참가 허용을 골자로 한 신용카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호주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1999년 1.8%에서 2004년 말 0.99%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정산 수수료 하락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유발시켜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안정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사의 수익률 감소와 신용카드 산업의 성장둔화가 전망됐지만 사회 전체의 이익이 발생될 것으로 호주 중앙은행은 분석했다.
■해결방법은 없나= 신용카드 사업자는 현재 신용카드전업사 7개, 겸업은행 15개 등 총 35개가 영업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용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율 책정은 카드사들간의 협의, 가맹점과의 협상 등에 크게 좌우돼 근거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일부 신용카드사에서 공인회계법인을 통해 원가를 산출했으나 객관성이 떨어져 일반소비자와 가맹점업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것.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와 소비자단체, 가맹점 등이 공동으로 과학적 근거에 따라 중립적인 기관을 통해 원가분석 등 표준원가 산출하고, 관련부처에서 공개하는 방안 도입이 시급하다.

여신금융법 국회 통과돼야

또 불합리한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차별금지를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가맹점에게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직불카드, 체크카드 및 현금영수증 거래를 활성화해 수수료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도 현실적인 상황이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사회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적인 가맹점 수수료 부과로 중소 자영업자들은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겪고 있다”면서 “현재 신용카드사들은 대형마트나 골프장과 같은 대규모 사업장에게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중소 자영업이 대다수인 미용업, 음식업, 안경업, 서점, 대학교재, 귀금속판매업, 문구점, 제과점, 자동차 정비업 등에게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해 중소 자영업을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맹점수수료 차별금지 명문화와 가맹점수수료 원가내역 표준안을 골자로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20일 엄호성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초청, 신용카드 제도개선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중소기업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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