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은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국의 소상공인 2천여 명은 지난 5월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대형유통업체들의 수퍼마켓 시장진출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6월 12일에는 소상공인 1만여 명이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법제화를 촉구하는 대회를 국회 앞에서 가졌다.
대형마트와 슈퍼 수퍼마켓(SSM)이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진출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대형 할인점이 들어선 곳에서는 당연히 재래시장이나 종래의 수퍼마켓은 어려움을 겪거나 휴·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뉴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확산에 따라 소상공인들은 50% 이상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래시장과 수퍼마켓의 중소상인들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최근 들어 3백 평에서 1천 평 규모의 SSM 출현은 골목 상권마저 초토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매출 감소와 영업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형마트를 강력히 규제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영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고 소비자 후생복리증진을 위해서라도 대형마트를 제한하는 법 제정을 할 수 없다는 게 정부당국의 입장이다.

대형마트 확산 소상공인 고사위기

정부는 그동안 수년에 걸쳐 재래시장을 비롯한 중소유통인을 지원하기 위해 아케이드 설치, 편의시설 확충 등 시장 환경개선사업과 시장상인에 대한 고객 서비스 및 마케팅 기법 등의 교육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재래시장 활성화방안을 강구한다해도 대형마트를 규제하지 않는 한 별 의미가 없다. 대형마트는 중소유통점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와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경쟁은 피할 수 없고 중요하지만 모든 걸 경쟁으로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권투에서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맞붙이지 않는다. 유통근대화도 좋고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중소상공인들이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책과 제도의 몫이다.
소상공인 스스로도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는 노력을 해야함은 물론이다. 고용과 민생경제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중소상공인들을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 내몰아 고사(枯死)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형 현대화된 마트는 도시의 외각에 두고 재래시장이나 수퍼마켓은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도심에 두도록 하는 등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저소득층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이 바로 중소상공업이 아닌가.

중소기업 발목잡는 환경 바꿔야

늦가을 시골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 까치밥 몇 개는 남겨놓는다. “새들도 먹고살아야지”하며 남겨두는 것이다. 새들이 추운 겨울에 먹을 것조차 없을 것을 걱정하고 남겨두는 것이다. 배고팠던, 먹을 것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그 까치밥을 따먹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까치밥은 약자를 배려하는 우리의 따뜻한 마음과 나누면서 사는 이치를 담고 있다. 까치밥을 따려하면 ‘인정머리 없는 놈’으로 치부했다.
영세자영업자들은 카드수수료에서도 차별대우를 받는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매출액의 3.5%∼4.5%, 대형업체들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매출액의 1.5%∼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자영업자대표들은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 대기업수준에 맞춰 수수료율을 인하해달라고 주장한다. 국회에 계류돼있는 수수료율 인하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국회 앞에서 궐기대회를 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생존하려면 중소기업 스스로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 있다. 중소기업이 그 일을 못하면 어떠한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소용이 없다. 중소기업 스스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하는가. 그래서 중소기업과의 상생(相生)을 위해서 대기업이 떠맡아야할 몫과 정책의 몫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한다. 그런 환경에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것은 중소기업의 몫이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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