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헤이리 문화예술마을 속속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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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헤이리 문화예술마을 속속 들여다보기
  • 중소기업뉴스
  • 호수 1644
  • 승인 2007.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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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헤이리 문화예술마을(www.heyri.net)은 지난 97년 발족해 15만평의 규모로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명의 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 문화예술공간을 짓고, 2004년부터 문을 열고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마을 이름은 경기 파주지역에 전해져오는 전래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소위 말하는 예술가들이 많아서 이 마을은 초장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큰 기대를 갖고 이 마을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을 위해서 속살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95년인가, 96년인가는 기억이 가물거린다. 단지 필자는 97년도에 ‘서울근교 낭만드라이브”라는 출간했고, 당시 이곳 헤이리에서 멀지 않은 시골 오막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고, 일대 전환기를 마련하는 격변기를 보내던 곳이다. 책 출간을 위해 취재하면서 프로방스라는 곳을 들르게 되었고, 당시 그집 주인은 ‘이곳에 예술인마을이 들어설 것이며 큰 병원이 생길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투자 전망을 정확히 짚었다.
한창 전원주택에 대한 붐이 일던 때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대 격변을 겪고 급부상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안다손 치더라도 땅 한평 살 돈은 꿈도 못꾸던 시절이었다.
헤이리 마을을 취재하기 위해서 파주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다른 목적지를 둘러보고 난 후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영어마을과 헤이리를 한데 묶어 원고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불쑥 생긴 것이다.
여주로 이사로 오고 나서 파주쪽을 가지 않은 것은 아닌데, 옛길은 기억도 가물거려 이리저리 헤매기 십상이었고, 당시 집주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당시 필자가 살던 집만 허름한 채로 남아 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것인가. 가늠하기도 어려운데, 그 장소에 서니 자꾸 옛 생각이 머릿속을 뱅뱅 돈다.
오후 4시경, 일을 마치고 영어마을을 찾았지만 입구부터 경비원(폴리스라는 제복을 입은 사람)의 ‘삐딱한 태도’가 마음에 거슬려 헤이리를 찾게 된 것이다. 헤이리에는 홍보를 담당(031-946-8551)하는 곳이 따로 있었는데, 담당자는 대충 이 마을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사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그저 색칠되지 않은 집들의 겉만 보고 지루하고 짜증섞인 취재를 하고 말았는데, 홍보담당자의 말을 들으니 대충 이해가 된다.
일단 회원들끼리 단체 조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건물은 도색하지 않은 채로 놔두기로 하고 집의 형태는 자연 친화적으로, 3층 이상의 건물은 노을과 산을 가리므로 금지, 건물의 안과 겉은 똑같이 하되 인공 페인트는 피하고 나무 재질 그대로의 느낌을 살려서 짓자는 것 등이 있으며 상업적이지 않게 20% 정도만 카페로 운영하기로 했다는 등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 듣는 것이다.
아직도 들어온 빈터는 조만간 집을 완공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회원 탈퇴를 해야 한다든가 하는 이야기 등등. 헤이리 건설위원회가 엄선한 국내 37개 팀이 시공을 시작했고 문화예술타운이 최종목표인 관계로 마을 내 60%가 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그는 얘기를 나누던 모아갤러리(031-949-3309)를 우선 둘러보게 하고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되는 집을 소개해주었는데, 실제로 가본 타임캡슐이나 영화박물관 등등은 가족들이 가볍게 가서 볼 수 있는 곳들이기는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식상하면서도 수준이 낮은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전국방방곡곡에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에서 이미 그보다 더 나은, 수집가들을 만났기 때문에 새로움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길쭉하면서도 집밖으로 나무가 나와 있는 금산 갤러리(031-957-6320)를 들르고 안쪽으로 들어서니 관람료를 내라는 것이다.
매우 독특한 인테리어가 된 실내에는 말 그대로 독특한 쇠굴렁쇠같은, 일본 작가의 작품이 마치 한 작품처럼 전시돼 있었는데, 단지 그것을 보기 위해서 돈을 내라는 것이 의아스럽다.
하지만 입장료는 받는 곳은 이곳 뿐이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입장료를 받고 있었는데, 이해는 된다. 딱히 돈 되는 것 없고, 그렇다고 휑하니 전시품만 보고 나가는 사람이 태반이니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무수히 많은 집들에서 다 입장료를 내야 한다면 처음 온 사람들은 금방 싫증나서 헤이리에 진저리를 칠지도 모를 일이다.
해가 져가고 있을 무렵 세계민속악기박물관(031-946-9838)이라는 곳에 들렀더니 몇 사람이 모여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일언지하에 ‘문 닫았다’는 야속한 답변만 돌아온다. 김빠지고 맥빠지기를 여러차례. 그런 중에 바로 옆건물에 있는 ‘이정규 장신구(011-9752-1957)’이라는 곳을 들렀고 이곳 또한 입장료를 받고 있었는데, ‘꼭 내야 하나요’했더니 ‘그럼 그냥 보세요’하는 말에 굳었던 마음 약간 수그러들고, 한눈에 보기에도 귀티나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수작업 보석류에 혼을 쏙 빼지만, 역시 그림의 떡. 그냥 유한마담도 아니고 꽤 고급스럽고 지적인 미가 풍기면서도 예술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는 상류사회가 아니면 안될 정도의 가격표시에 전시관만 뱅글뱅글 돌 무렵 차 한잔하라는 말에 선뜻 엉덩이 붙이고 들어간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이야기가 술술 잘도 풀려나간다. 50대 초반이라는 이정규씨와 그의 남편, 그리고 초등 동창이라는 여자분과 필자까지 넷이 되었고, 다들 왠지 멋스럽고, 필자와는 격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데도 군산이 고향이라는 단 하나의 끈을 붙들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고 머뭇거린 것이다. 그녀에게 헤이리에서 괜찮은 곳을 꼽아달라고 부탁했고, 어차피 하루를 더 머물면서 깊게 취재를 해야 겠다는 욕심을 부린 것이다.
저녁 식사시간에도 가지 않고 머뭇거리는 필자에게 가나안 덕(031-949-5292)에서 오리를 먹자고 권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얼굴 두꺼운 필자는 맛있는 저녁까지 얻어 먹게 되었다. 다음날 일찍 북경 페어에 참여해야 한다는 그녀를 붙잡고서. 그것뿐 아니다. 밤 늦게도 좋으니 오라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는 모티프 1(031-949-0901)의 이안수씨네에서 직접 그라인더에 갈아서 끓여준 맛있는 커피까지 얻어 마시면서, 긴 시간을 보낸 것이다.
마치 산신이 화한 것 같은 모습을 한 이안수씨네의 거실에는 무수한 책들이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는 오래전 해외여행관련잡지에서 일을 했다고 하는데, 얘기는 매우 재미있고 한마디로 ‘자유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다음날 로빈스레터스(031-957-0896)라는 곳에서 샌드위치로 조식을 해결한다. 당시 이름은 ‘라임트리’였는데, 조만간 상호를 바꿀 예정이라는데, 남편의 사진작업실은 아직 정리가 안되어 있었지만 자그마한 스넥코너는 이른 시간에도 식사가 가능했다. 마당에 채마밭을 만들어 상추를 심어 재료로 이용한다는 그녀는 겉모습에서도 현모양처의 모습이 느껴진다.
상업사진가였던 남편을 잘 내조한 듯한 중년여성은 호밀빵을 이용해 제법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자리를 비껴 이웃하고 있는 북카페라는 반디를 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다시 모티프에 들러 실내를 둘러보기로 한다. 모티프 주변은 일반인들의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있었는데, 거의 살림집으로 이용하고 김기덕, 강재규, 박현욱, 윤도현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이 집은 허가를 받고 방 세 개를 내주고 있는데, 국내인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찾는 집이란다. 가격은 펜션정도(12만원) 수준이었고, 집도 매우 심플하면서도 격조있어 꽤 만족스럽다. 예술가들의 시각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이안수씨와 이야기가 길어진다. 붙잡는 사람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곳이 많은 직업인인 필자로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야 할 시간이다.
한길사 대표가 운영한다는 북하우스(031-949-9305)는 여러 가지 괜찮은 공간이었고, 바로 그 뒤쪽에 있는 아트 팩토리(031-957-1054)는 큐레이터라는 사람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가격도 비싸지 않은 실용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다. 다달이 테마를 만들어 전시를 하면서 미술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단다. 길을 따라 내려와 다시 악기박물관을 찾는다. 전날 본 사람의 얼굴이 낯이 익고 실내 사진찍기를 부탁했더니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반응은 무덤덤하다.
지하에는 젊은 여성 두명이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악기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어쨌든 재미있는 공간임은 확실하다. 가끔 갈대공원에서 공연도 한단다. 바로 옆 이정규 장신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을 의식한 탓에 건물만 보고 뒤켠에 있는 황인용씨가 운영한다는 카메라타(031-957-3369)의 문을 연다.
입구와 건물이 왠지 칙칙하게 느껴지는데, 이름도 하얀 분필로 써 놓고 공연안내도 벽면에 자그마한 분필글씨를 써 놓았다. 사각진 실내는 어둑했지만 한켠에는 천장에 유리를 달아 놓아 햇살이 들어와 환하다. 사전 허락없이 사진 찍을 수 없다는 말에, 이리저리 이야기를 돌리고 돌려서 겨우 한두컷 찍고 밖으로 나온다. 황인용씨의 유명세와 토요일마다 상설공연을 하고 있어 제법 성공적인 곳으로 명망이 나 있는 곳이다.

■여행포인트
인근 영어마을은 입장료를 내면 구경이 가능하고 영집 궁시박물관(031-944-6800)은 가는 길이 아름답고, 화살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성동리의 통일촌두부마을(031-945-3370)도 한끼 식사로 괜찮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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