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영역 다각화로 제2의 전성기 누려
“최고경영자는 기업이 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기업의 생존은 보장받을 수 없게 됩니다.”
최근 50여년간 한우물만 고집해온 가죽장갑 생산에서 탈피해 모자, 머플러 등 의류액세서리는 물론 골프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주)한영캉가루(www.hyk.co.kr) 강혜숙 대표이사는 최고경영자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하며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꾸준히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죽장갑의 대명사 ‘캉가루표 가죽장갑’을 생산하는 한영캉가루는 1957년 강혜숙 대표이사의 부친이 설립, 지금까지 장갑을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갑전문 중소기업이다. 한때 명절이나 연말연초 각종 기념일에는 가죽장갑이 선물목록 1호였을 정도로 가죽장갑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국내 최초로 가죽장갑을 생산한 한영캉가루는 별다른 경쟁업체 없이 우리나라 가죽장갑시장의 80% 이상을 독점으로 공급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해마다 겨울철이 되기 전부터 전국 도매상들이 몰려와 물건을 받아가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고 강 대표는 당시를 기억했다.
지난 1983년부터 한영캉가루를 경영하고 있는 강혜숙 대표는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은 2세 경영인이다.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중 부친의 병세가 악화돼 본의 아니게 기업경영을 떠맡게 된 것.
지금도 중장년층에게는 가죽장갑의 대명사로 강하게 각인되고 있는 ‘캉가루표 가죽장갑’을 생산했던 한영캉가루는 당시 거의 독점적 공급자 입장이라 기업경영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 나가던 한영캉가루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해외여행이 자유화가 되면서 외국산 브랜드의 수입이 늘어나고 해외 유명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증대되면서 한영캉가루도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피에르가르뎅을 비롯한 해외 유명브랜드업체들의 라이선스 계약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나 품질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심감과 30여년간 지켜온 ‘캉가루표’라는 토종브랜드를 지키겠다는 자부심으로 강 대표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았다.
강 대표는 “당시 해외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 증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품질만으로 승부하겠다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강 대표는 90년대 이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레저문화가 발전할 것으로 판단, 가죽장갑 일변도에서 탈피해 골프용 장갑, 오토바이용 장갑, 등산용 장갑, 조기용 장갑 등 다양한 기능성 장갑을 생산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2004년에는 ‘딤플잇 1070’ 골프공을 선보이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업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딤플잇 1070’은 골프공 겉면의 홈(딤플)의 개수가 1070개로 일반 골프공이 430~460인 것에 비해만 2배 이상 많은 것이 특징.
“비거리가 향상되고 공기저항을 줄여 방향성과 직진성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딤플잇 1070’의 장점”이라며 “국내보다 미국 등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장갑 전문기업인 한영캉가루가 전혀 생소한 골프공 제조사업을 하게 된 것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강 대표의 판단으로 소신껏 밀어 붙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장갑수요가 확 줄어든 데다 계절적 상품이라는 점이 기업성장의 큰 한계였다”면서 “수입품과 경쟁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변화가 절실했다”며 강 대표는 사업다각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강 대표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환원활동이며 가장 기초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직원 복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한영캉가루는 직원들이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을 경우 자금규모와 상관없이 원하는 금액만큼 무이자로 상환기간을 정하지 않고 무조건 회사에서 대출해 주고 있다.
또 직원들 자녀들의 중·고교 학자금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경영실적이 더 좋아지면 대학교 학자금까지 지원해줄 계획이다.
‘직원들에게 잘해주는 것이 곧 기업의 사회환원’이라는 강 대표의 경영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지난 20여년간 여성이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남여의 구분이 없고 오로지 능력만으로 평가받을 뿐”이라고 강 대표는 말했다.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후배 여성 기업가들도 이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의 : 02-466-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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