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과 지역경제
대형마트가 유통업태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제조업은 그 힘에 굴복한지 오래다. 대형마트들은 점포 늘리기에 사력을 다하더니 이제는 슈퍼수퍼마켓같은 작은 점포 개설까지 눈독을 들여 남아있는 구멍가게까지 완전히 초토화시킬 움직임이다.
대형마트의 점포개설이 추진되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형마트와 이를 저지하려는 지자체의 대립이 쉼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가히 폭발적이다. 결국 지역에 상품만 떨어뜨리고 거둬들인 자금을 지체없이 수도권으로 올려보내고 있으니, 이른바 자금의 빨대현상으로 인해 지역경제의 흐름마저 왜곡시키고 있다. 즉, 지역에서는 전업종에 걸쳐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월적 지위와 불공정거래
이렇듯 유통산업에 있어서 특정 업태로의 경제적 집중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복지에 저해가 될 우려를 낳고 있으며, 저품질의 공산품이 범람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형마트들은 걸핏하면 소비문화의 향상과 저가격을 이유로 대형마트 확산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런 것인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대량구매에서 발생하는 저가격을 추구하기보다는 중소납품업체의 납품단가인하 요구가 빈번하게 발생해 이 또한 제조업계에 바람직하지 못한 경제현상을 유발시키고 있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제조업이나 농수축산업자의 경우, 불공정거래행위를 겪고 있으나 거래중단이라는 무서운 보복을 우려하는 처지이다.

■지자체와 대형마트의 갈등
유통시장의 개방과 함께 서둘러서 완화돼버린 법을 배경으로 흔히, 대형마트들은 자유기업과 글로벌 논리를 펴면서 유통업의 양극화와 불평등에서 유발되는 이익을 향유해왔다. 대형마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자체의 경우 대형마트에 대해 영세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여러 가지의 요구사항을 제시했으나 대형마트에서는 그간의 관례나 파워를 바탕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협약을 하더라도 그 이행에 있어서 거의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으며 시일이 지나면 흐지부지돼 버렸다.
대형마트가 지역에 환원하는 금액을 조사해보면 대형마트가 가진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지자체는 지역상권 및 경제의 보호와 도시의 균형적 개발을 이유로 대형마트의 입점 제한이라는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 지자체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휘말려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뭔가 잘못되고 꼬인 것만은 분명하다.

■생각과 자세의 전환
유통산업을 관장하는 산업자원부는 대형마트의 규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처에서 주장하는 WTO 규범이나 양허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재고하는 자세와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명확한 정의가 없거나 해석이 분분할 때는 상황에 맞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목적과 형태 그리고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선진 외국에서도 대형마트에 대한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제 대형마트들도 지역경제상황을 고려해 영세 상인들과 같이 공존, 공생한다는 자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힘을 가진 대형마트 스스로 하지 못한다면 이것 또한 법적 장치를 만들어서 강제할 수 밖에 없다.

■규제법안의 조속한 통과
국회에는 대형마트 규제에 관한 무려 9개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 상태이다. 그만큼 의원들의 관심이 많은 사안이다. 그러나 발의는 활발한데 어찌된 일인지 심의는 지지부진하다. 지역경제를 보호하려는 지자체의 힘겨운 움직임을 국회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꼴이다.
규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보다는 완화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더 심각한 것을 알았다. 모두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면 정부의 통치이념이나 정당의 정강정책을 적극 고려하기 바란다. 정부와 의원들이 틈만나면 균형과 서민을 위한다고 말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설거지만 하고 있는 지방행정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형마트와 지자체간의 계속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형마트의 출점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 라인이 어서 빨리 설정돼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대규모점포 관련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균형발전과 서민경제를 생각하는 국회라면 말이다.

유대근
우석대 유통통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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