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천억클럽에 가입한 벤처기업 숫자가 100개사를 돌파했다고 한다. 지난 2005년 벤처기업협회가 설립 10주년을 맞아 매출액 1천억원을 상회하는 23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천억클럽을 결성한 이래 처음으로 가입업체수가 100개를 넘은 것이다.
짧은 시간에 천억클럽 가입업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벤처 업계의 역동성과 진취성을 잘 말해준다. 작년 기준으로 벤처 업계는 연간 매출 100조원을 달성했고 수출 실적도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벤처 거품론 잠재워

이같은 통계 수치가 증명하듯이 벤처기업은 이제 한국경제에서 더 이상 종속변수가 아니다. 한국경제의 흥망을 좌우하는 핵심변수로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천억클럽 가입 업체 증가추이를 볼때 머지않아 2천억 클럽은 물론 1조 클럽 가입업체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벤처천억클럽 100개 돌파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사실 매출 실적이 1000억원을 상회한다면 벤처기업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오히려 혁신형 중소기업, 중견기업, 강소기업 등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게 마땅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굳이 매출이 1000억을 상회하는 기업에 ‘벤처’라는 명패를 붙인 이유는 매출 측면보다는 벤처기업으로서의 도전정신과 창의성,그리고 기업가 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천억클럽의 존재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벤처기업에 대한 불신의 고리를 끊고 벤처 생태계 전반이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 만큼 천억클럽에 가입한 벤처기업들은 책임의식을 갖고 벤처업계 전체의 여론을 선도하고 벤처업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향도 역할을 해야할 책무가 있다고 본다. 단순히 벤처업계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 벤처기업들에게 전승해주는 멘토 역할도 해줘야한다.
상당히 이미지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벤처 정서를 불식하는데도 천억 클럽 가입기업들이 모범을 보야줘야할 것이다. 벤처업계가 천억클럽 가입업체에 남다는 기대를 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같은 책무를 다하기 위해 천억클럽 벤처기업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사회 전부문에 혁신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혁신 피로증도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어차피 변화와 혁신은 우리에게는 숙명과 같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된다.

글로벌전략 다듬어야

하지만 과거와 달리 벤처기업들이 모험 정신과 첨단 기술로만 승부하기는 힘든 게 작금의 경제현실이다. 시장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들다. 몇년전 천억클럽에 가입했던 벤처기업 가운데 적지않은 기업이 도약의 문턱에서 주저앉거나 경영상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만한 첨단제품을 앞세워 세계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스타 벤처기업들이 후속 제품의 불발, 글로벌 전략의 실패, 선진 외국업체들의 전방위 압박 등의 영향으로 한순간 무너져버리는 게 비일비재하다.
천억클럽 가입업체로서의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덩치가 커질수록 긴장감을 늦추지않고 몸을 한층 가볍게 하려는 절제의 미학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 전체가 건강성과 평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장길수
전자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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