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니 하루빨리 소음에 서 벗어나기 위해 곡부를 떠나 태안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이동은 택시로 한다. 태안의 관광식당에서 중식을 먹고 짐을 맡기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변으로 나왔지만 웬걸, 국내처럼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다. 결국 조금 걸어서 일반 버스를 타고 태산 입구쪽까지 오게 된다. 처음으로 타보는 시외버스인 것이다. 학교라는 간판 근처에서 어린 여학생이 타고 의자에 앉는다. 눈이 똥그래서 순수하고 맑아보이는 소녀는 머리를 한 갈래로 묶고 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말에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녀와의 잠시 인연으로 하산해 태산 입구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간다.

태산의 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와

사실 태산(1,524m)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전날의 극찬하던 몽산의 실망감과 관광지의 시끄러움과 더위에 몸과 마음이 다 지쳐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산의 첫인상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안개도 조금 걷혀 있었고, 산정에 기암이 보이고, 하늘 높이 나는 듯한 케이블카를 만났을 때는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셔틀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무심결에 바라본 태산은 관심을 끌기에 나름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굽이굽이 약 30분정도 오르는 동안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지면서 눈이 똘망똘망해 진다. 산정위에 지어놓은 건물과 산세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치를 물씬 풍겨낸다. 태산의 크기에 비해 성냥갑처럼 작게 보이는 케이블카의 움직임도 장관이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에 이곳저곳을 들러 사진을 찍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개인 사당, 우리나라로는 개인 절집인 듯 한데, 사당 앞에 향이 타고 있고 그 밑으로 열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열쇠는 행복을 담아 열쇠에 꼭꼭 잠가둔다고 하는데, 치렁치렁 달린 열쇠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인데다, 행여 달아날까봐 겁내하는 행운을 그렇게 잠근다고 얻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차라리 고통을 담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그렇게 흥분된 기분으로 케이블카를 탄다.
태산은 중국 오악(五岳)의 으뜸이라는 동악이라고도 한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과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태산석각은 2천200여 곳에 달하는데, 중국 마애석각박물관으로 불린다.
일반 서민들은 태산에 오르면 죽은 후에 영혼이 이 산으로 돌아와 영원한 삶을 누린다고 믿었으며 태산을 한번 오를 때마다 수명이 10년씩 연장된다고 할 만큼 영험한 산이란다.
거의 8부 능선까지 케이블카가 이동해준다. 그저 등산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쨌든 케이블카에서 정상까지는 평평한 길과 계단을 따라 20~30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본다.
산밑에서 보았던 건물들은 숙박동이나 상가동이다. 정상에는 옥황각(玉皇閣)이 있다. 옥황각에는 도교의 최고신인 옥황상제를 모시고 있어 도교의 총본산임을 알려준다.
특히 옥황전 앞의 평정봉 아래에 있는 대관봉의 기암은 매우 독특하다. 바위마다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당현종의 “기태산명”이 새겨져 있다. 일명 당마애비라고도 한다. 정상에는 50m나 될 듯한 마의비를 비롯해 모든 바위 위에 명필의 글이 조각 돼 있다.
하산은 18반이라는 높은 언덕위에 두 벼랑 사이의 좁은 길을 일컫는 계단으로 내려오려고 했지만 시간관계상 접고 말았다. 사진 포인트가 되는 멋진 경관인데, 인연이 된다면 가을 단풍철을 기약해 보고 싶다.

제남시의 자연용천을 찾아

여러 가지 미진함을 남겨 놓고, 태산을 비껴 다시 택시로 제남까지 이동한다. 그날 탄 택시는 중국에서 가장 깨끗했고, 운전석에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놀라웠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와 제남시의 4성급 정도 된다는 양우부림대반점(86-531-8695)이라는 호텔에 여장을 풀고 로차이(魯菜) 집을 찾는다.
산동요리중에서도 제남이 로차이를 잘한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안가 볼 수도 없는 일이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제남채관이라는 곳을 찾는다. 식당안이 크지 않았지만 간판이나 실내는 매우 현대적이었고 단체 관광객보다는 친구, 연인들이 주로 찾는 듯하다.
하지만 주문에서부터 말문이 막히기 시작한다. 로차이는 한가지 음식이 아니라 60여가지 정도의 종류가 있으며 주로 가정에서 먹던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메뉴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결국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음식을 엿보거나 그림을 보면서 시킬 수밖에 없는데, 대여섯가지 요리는 종류마다 크기가 달라서 결국 절반도 넘게 남겨 놓고 나올 수밖에 없다. 음식은 대부분 맛이 좋았는데, 특히 해물을 넣고 죽처럼 끓여낸 해물탕이 괜찮았고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이곳까지 들러 제남의 특징인 샘을 일부라도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표돌천을 비롯해 샘은 모두 시간관계상 문을 닫아 걸어 광장만이라도 잠시 나가보기로 한다.
제남은 여느 지역보다 지열이 뜨거웠다. 한 여름에는 40도가 넘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무더위를 감안해야 한단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4대 화로라는 이름이 붙었겠는가. 제남은 그만큼 더운 지방인지라 여름에는 43도까지 올라간다는데 한마디로 사람들이 살기에는 적당치 않은 환경임에도 제법 큰 도시다. 하지만 억지로 여행을 즐길 수는 없는 일. 제남의 가장 큰 기억은 ‘덥다’는 정도와 광장에서 멋지게 롤러 스케이트를 타던 소녀와 야경 등만을 가슴속에 담았다.

■여행정보:인천 제2여객터미널에서 위동페리(www.weidong.co.kr)의 ‘뉴 골든 브릿지’ 배를 이용(주 3회, 화, 목, 토 오후 5시출발)하거나 평택에서 출발해서 일조로 가는 황해페리(일주일에 3번 운항)가 있다. 항공편은 산동항공(02-775-2691, www.shandongair.co.kr)을 비롯하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등이 있으며 매일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인천-제남간 직항편도 주3회(월, 목, 토) 운항하고 있다. 산동부터 여행을 시작해 제남에서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다.
■ 맛집과 숙박정보 : 패키지로 이용한다면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개인이라면 숙박사이트(www. 0532.com)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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