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 대책’에서 도입된 ‘문화접대비’제도가 9월1일 본격 시행됨에 따라 ‘문화로 모시기 운동’의 추진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문화로 모시기 운동 1호 기업’으로 중소기업인 ‘진흥기업’을 선정했다.
진흥기업(사장 전홍규)은 중견 건설업체로 1억 원을 투자해 국립현대미술관과 덕수궁미술관에 미래의 잠재 고객인 청소년들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했다.
해외에는 보다 많은 사례가 있다. 영국의 트래블랙스 (Travelex)은행은 국립극장인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와 함께 4~6월에 트래블랙스 시즌( The Travelex ticket season)을 운영한다.
이 기간에는 트래블랙스의 후원으로 모든 공연티켓이 10파운드에 판매된다. 가격 때문에 망설이던 사람들은 트래블랙스 은행 덕택에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됐고 제작비를 지원받는 내셔널 씨어터는 비시즌에 양질의 공연물을 제작하고 극장 문턱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환전을 주 업무로 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트래블랙스 은행은 예술 지원을 통해 고급은행 이미지와 문화기업 이미지를 동시에 획득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거삼득이 아닐 수 없다.
이노슨트(Innocent)라는 음료회사는 과일음료를 출시하면서 후르츠스톡(Fruitstock Innocent Festival)이라는 축제를 개최해 지역주민을 초대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 고객마음 얻어

이노슨트 마케팅 리포트에 의하면 이노슨트가 후르츠스톡 축제를 개최하면서 이노슨트 브랜드를 인지하는 사람은 38%에서 57%로 수직상승했고 불과 2년 만에 시장 점유율은 14%에서 30%로 증가했다고 한다.
앞의 사례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이 문화를 활용해 고객을 접대한다면 실질적인 세제혜택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예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매출은 덩달아 증가 하고 서동처럼 왕이 될 수도 있다. 서동이 서동요로 선화공주의 마음을 빼앗은 것처럼….
문화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오늘날 후기자본사회의 성숙으로 제품 차별화가 힘든 기업 환경에서는 마케팅 패러다임이 ‘제품’에서 ‘사람의 욕구’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그러자면 소비자를 매출증대를 불러오는 고객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귀히 여겨야 한다. 그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기업은 아직도 제품을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제품 중심 전략 수정해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마케팅환경 하에서는 소비자보다 사람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소비자는 이기적인 장사꾼보다 자신의 삶에 도움을 주는 친구 를 원한다.
소비자는 가격할인 이벤트로 금전적인 혜택을 얻기보다 자신이 기업에게서 중요하고 환대받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매출증대에 기여하는 소비자를 연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친구가 되는 사람에 대한 이해로부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소비자는 ‘충성도’가 있지만 사람은 ‘긍정적 애착’이 있다. 소비자에게는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사람은 기업이 전달한 메시지를 자신의 경험과 섞어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니즈’로 결정하지만 사람은 ‘감성’으로도 결정한다. 소비자는 ‘데이터’로 파악 할 수 있지만 사람은 그들을 둘러싼 ‘문화’로 짐작할 수 있다.
‘문화로 모시기 운동’은 ‘소비자를 접대’하는 것을 넘어 ‘친구로 만나는 것’이며 애정과 사랑이 교류하는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의 자세이다.
이제는 문화예술로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을 섬기자. 섬겨서 감동시키고 마음을 얻자. 친한 친구는 서로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평생 신뢰를 바칠 것이다.

남정숙
성균관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