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버렸다.
남양주시의 수동계곡, 비금계곡, 축령산 자연휴양림, 몽골민속촌을 거쳐 가평군 고갯길을 넘어 대통령이라는 식당을 찾아 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가 버린 건가?
축령산 휴양림 들어가는 길이 새로 생긴 것 이외에는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수해난 후 계곡도 원상태로 돌아온 것 같은데, 게다가 그냥 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왠지 기억은 가물거린다. 특히 아주 오랜만에 만난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서로 세월의 흔적을 감지하는 것은 어찌보면 서글픈 일이다.
이렇게 빠른 것을,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나는 것도 손에 잡히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이어지는 비 때문인지, 지열과 습기로 견디기조차 힘든데, 이상하리 만치 수동계곡은 한갓지다. 올 여름은 집에서 원고정리 하느라 뜨거운 여름철 계곡물에 발 한번 못 담그고 지내버린 시간이었다.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써지지 않은 원고 잡고 시름하는 것은 심장이 멈출 지경이었다.
그런 긴 시간을 견디고 모처럼 나선 자연은 어찌됐든, 기분을 좋게 한다. 그래서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복잡한 마석시내를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겨우 수동으로 빠지는 2차선 지방도로로 들어서게 되면서 이내 한산해진다. 계곡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다. 풀벌레 소리 요란해고, 제법 밤송이가 땡글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뜨거운 지열에서도 왠지 모를 가을을 느끼게 한다.
우선 축령산자연휴양림(031-592-0681)을 찾는다. 축령산(879m)은 60년 이상 된 잣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며 각종 활엽수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고, 도심과 가까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새로운 길은 예전보다 다소 짧아진 듯하다. 장작불 지펴 삶아낸 옥수수 한봉지 사들고 축령산을 향해 달려간다. 시간이 없다. 그저 한바퀴 휴양림을 돌아보는 것 뿐이다.
매표소를 벗어나 한없이 정상부위를 향해 올라가면 산마루에 산막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울창한 잣나무 숲에 둘러 쌓인 집들이다. 넓은 평상도 여러 곳. 대낮에도 어둠침침할 정도로 숲 그늘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인지 잣나무 산책로는 여인들의 밀회장소로 인기를 누린다.
휴양림에는 산림욕장, 야영장, 물놀이장, 자연관찰원, 잔디광장, 철쭉 동산, 체육시설, 놀이시설 등이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서리산-축령산 정상으로 등산을 즐기면 잣나무 향기에 듬뿍 취할 수 있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울창한 숲사이로 언뜻 보여지는 물놀이객들을 흘낏 쳐다보고, 새로 지은 산림휴양관을 확인하고, 유난히 맑은 하늘이라는 것에 감탄할 뿐이다. 결국 시작의 기분 좋음은 역시 직업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내 휴양림을 나와 도로변을 따라 기억을 더듬거리며 몽골문화촌(031-592-0088)을 찾는다. 건물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을 돌아보고 나서야 위치가 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지금 공연장은 몇 년 사이에 건물을 새롭게 지은 것이고 예전 자리는 올 10월부터 체험장으로 만들 생각으로 공사가 한창이란다.
남양주시가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시와 우호협력 관계를 갖게 되면서 2000년부터 몽골문화촌을 건립했는데,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간 것이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개인 장학회에서 인연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장학회에서는 내몽고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었고, 그는 이내 성장해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전문 기술을 배운 예술단원을 몽골에서 직접 뽑아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공연하고 있는 것이란다. 패키지 여행에서 볼 수 없는 전문 기예단들의 솜씨라는 것이다.
공연은 하루에 4번정도 열린다. 입장료는 2천원으로 저렴하고 1시간 정도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장 안에는 아이들이 주류를 이룬다. 막이 오르기 전에 몽골에 대한 풍습등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잠시의 지루함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은 안절부절 떠드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그 어수선함도 사라진다.
몽골전통노래와 춤, 악기연주, 기예, 허미노래 등등. 솔직히 공연순서는 지금 이곳에서 나열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예술단원들의 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보지도 못한 요상한 악기도 관심끌고, 귀여우면서도 발랄함이 느껴지는 몽골 춤, 그리고 관객과 함께 꾸미는 코미디, 동반자라는 한국가요 한곡을 멋지게 불러 제끼는 성악가, 해금으로 클래식을 연주하는 것 등. 무엇보다 백미는 서커스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유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예단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2천원이라는 저렴한 돈으로 수십배의 엔돌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한 일이겠는가. 일상의 변화는 자기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처럼 살아있음에 대한 만족이다.
뜨거운 지열도 잠시 잊을 정도가 된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이런 재미꺼리가 있는 것을 알지만 행동하지 않는 자에게는 그 행운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이 주변에 다양한 체험거리, 볼거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즐거운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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