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설렘과 동시에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이번 여행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몸담아 왔던 중우회 회원 36명은 지난 9월 인천공항을 출발해 대련공항에 도착했다. 대련이라는 곳은 중국의 지방 도시로는 의외로 깨끗하고 세련돼 보였다.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연길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야는 끝없이 이어지는 구릉과 숲을 이루고 있는 광야 그 자체다.
한 시간 정도 비행 후 연길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는 중도에 보이는 연길시 풍경은 우리나라 6,70년도 시골도시 풍경 그대로였다.
곳곳에 낯익은 한글간판, 사람들의 옷차림, 집, 길거리를 둘러봐도 전혀 낯설지 않은 등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다음날 아침 도문시 두만강유역 참관을 위해 일찍 서둘렀다. 오후 내내 도문시에 투자하고 있는 중소기업체 세 곳을 방문하고 두만강 접경지역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문시와 북한과는 다리하나 사이로 접경을 이루고 있어 언제나 왕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건만 북한쪽 풍경은 고요하다 못해 쓸쓸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그 다음날 드디어 백두산 관광에 나섰다.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갈 길이 멀어 일찍 서둘렀다. 한족 가이드 말로는 연길에서 백두산까지 4시간 이상 가야 된다며 예전에는 비포장도로로 8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4시간으로 단축됐단다.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보인다. 주위에 들녘에는 옥수수와 해바라기가 노란 물감을 들인 것처럼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다.
백두산 가는 초입에 들어서자 쭉쭉 뻗은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여러 번 느꼈지만 지독히 큰 나라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오전 5시에 출발한 차는 10시경에 백두산 초입에 도착해 지프차로 갈아타고 필사적으로 올라 해발 2,500m의 정상부근에 다 달았다.
백두산 천지에 머무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다. 사전에 들은 대로 쾌청하던 날씨가 정상에 올라서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처럼 기회인지라 부지런히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 찍는 시간에 비와 구름이 걷히고 그림으로 본 천지가 내려다 보였다 가히 환상적이었다.
한 번에 백두산 천지를 본 것은 큰 행운이었다. 천지를 보려고 백두산에 여러 번 온 사람도 맑게 갠 천지를 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만큼 기후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하산 길에 내려다본 백두산 산세와 협곡은 웅장하고 광활할 뿐만 아니라 태초의 산이 형성된 것처럼 형용할 수 없는 감격을 맛보게 하였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백두산 위치에 있는 국제호텔을 중국 길림성 정부가 운영권을 회수하였다고 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한족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연길, 용정, 도문 등 여러 도시를 합쳐 삼강시(두만강, 송화강, 압록강)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것이 말하는 중국정부에서 추진하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여겨지니 씁쓸한 감정이 느껴지는 동시에 백두산이 우리나라 영토였음을 생각하니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시간에 장백폭포, 온천수에서 찐 삶은 달걀을 맛보는 등 주마간산으로 스쳐갈 뿐이다. 여하튼 백두산 주변 전체를 관광개발을 위하여 개발이 한창이고 최근에는 골프장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만찬시간을 위해서 아쉽지만 서둘러 돌아와야만 했다. 저녁환영만찬은 사전에 없던 북한에서 운영하는 유경식당에서 이뤄졌다.
모처럼의 북한음식과 북한아가씨의 보편적인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옛 노래(찔레꽃, 고향동무, 아리랑 등)를 특유의 간드러진 목소리로 불러 옛 향수를 불러일으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로서 아쉬운 대로 모든 일정은 끝났다. 짧은 일정동안 우리일행을 끝까지 안내해준 연길시, 도문시 관계자 여러분과 이 행사를 위해 각별히 애쓰신 중우회 강종찬 회장께 감사드린다.

박인근
한국기업문서배송업협동조합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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