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상품 하나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내놓기 위해서는 연구소에서 생산라인에서 사무실에서 모두가 혼신을 다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공연 한편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도 무대 위에서 열정의 연기를 펼치는 배우를 비롯해 작가, 작곡가, 연출가, 스텝 등 많은 예술가들이 하나가 돼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제조업이나 예술이나 똑같이 최상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만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은 차이가 있다. 그것이 바로 소비자 즉 관객이다. 기업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상품은 소비자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그것은 기업의 이윤과 직결된다.

고객의 문화적 욕구 점차 커져

즉 소비자는 상품이란 매개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러나 공연의 소비자인 관객은 단순히 공연단체의 상품을 통해 단체의 이윤과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연자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연극의 4대요소에 희곡, 배우, 무대와 함께 관객이 포함되는 것처럼 관객은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공연을 함께 만들어가는 창작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 예술단체들은 기업을 찾아가 사회 환원과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강조하며 광고협찬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회 환원이나 이미지 제고 등의 추상적인 비계량적효과 말고는 직접적인 광고효과나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협찬은 점점 줄어들고, 예술단체들은 기업의 협찬을 받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 왔다.
그 고민의 결과 중 하나가 바로 기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은행사이다. 기업은 공연단체로부터 협찬한 금액만큼의 공연티켓을 받아 자신의 고객들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지속적인 고객관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예술단체는 단순히 돈을 받기 보다는 공연을 함께 만들어 갈 관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서로 win-win하는 전략이 됐다.
필자의 경우는 ‘맘마미아’, ‘시카고’, ‘댄싱 섀도우’ 등의 수십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형 뮤지컬들을 제작하다 보니, 기업의 협찬이 절실하지만 20만여 명의 관객을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공연은 작품만 좋아서도, 돈이 많아서도 되지 않는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9월 1일부터 시행된 ‘문화접대비’ 제도는 조세특례법으로 2008년 12월 31일까지의 한시적인 제도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와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업과 예술의 상생분위기 만들어야

기업에서는 세제혜택과 접대방식의 다양성, 고객 환원 등의 직접적인 측면과 문화기업으로써의 이미지 상승 등의 간접적 측면으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게 될 것이고, 문화계는 새로운 관객 확보와 국민적 관심도 상승으로 더욱 좋은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은 고객과 문화에 투자하고, 문화는 가치를 높여 관객과 기업에게 되돌려주게 된다.
8~90년대의 경제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인은 하나가 돼 노력했고 그 목표를 이루고 있다. 이제 문화의 차례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도 필요하고 기반시설도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컨텐츠 개발은 예술인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 컨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발전시키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기업과 문화 모두가 상생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이 무대에서 기업인과 예술인이 한데 어울려 멋진 공연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문화접대는 선물이 아니다. 문화접대는 감동이다!

박명성
서울연극협회장·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