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는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중앙회 납품단가현실화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중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의 불공정 사례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불공정 백서’에서 밝힌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주물제품 납품단가 인하압력 거세

올해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고철가격은 kg당 270원에서 390원으로 연초대비 45%나 올랐다. 이에 따라 주물업계는 누적되는 채산성 악화로 창업 이래 최대의 경영위기에 빠져 있다. 그동안 주물업계는 수요업체인 대기업에게 원자재 상승분만이라도 제품가격을 현실화 해 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대기업은 이익경영 및 원가절감을 이유로 오히려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주물업계는 중소기업중앙회 납품단가현실화 특별위원회를 통해 2차에 걸쳐 자동차, 조선, 전자, 중장비업종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납품단가 현실화 촉구 공문을 발송했으나 현대자동차에서만 원자재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했다는 회신을 했을 뿐, 르노삼성, 지엠대우,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은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물업계는 원자재 수급의 안정과 중소기업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원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제품가격 연동제 실시를 요청하고 있다.

대기업의 아연말 시장 침해

자본금 943억원, 매출 2조2천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아연괴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 그러나 고려아연이 아연괴를 원료로 하는 아연말제조 및 판매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려하자 중소기업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고려아연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중소기업들은 절대적인 경쟁력 열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영석 알루미늄연합회 회장은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아연말은 지난해 20톤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아연말 시장 진출은 중복 및 과잉투자는 물론 관련업종의 발전저해와 독점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두부시장까지 싹쓸이 하려는 대기업

국내 두부제조업체는 대략 1천7백개사로 대부분 중·소규모 업체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몇몇의 대기업이 막강한 자금력과 기존 유통망을 이용,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두부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발 대기업은 두부 한모를 사면 한모를 더 주거나 콩나물 등 다른 제품을 얹어주는 ‘1+1’ 행사를 실시하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그러나 두부시장에 새로운 대기업이 참여할 경우 한정된 시장에서의 대기업 간의 과당경쟁으로 중소 두부제조업체만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브랜드나 품질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판매 현장에서 양으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절대적으로 양 개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고민이다. 김기순 연식품연합회 회장은 “덤 마케팅으로 인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간과 하면 안 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인 원료 가격 결정

국내 플라스틱 사업체수는 7,848개사로 16만여명의 종업원이1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 그러나 10인 미만의 소기업이 3천3백여개로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300명 이상 대기업은 20여개에 불과한 상태다. 그러나 대기업은 당월 판매한 원료가격을 익월 초 또는 월말에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고 있으나 주요 납품처인 대기업 또한 원료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석상신 전북합성수지조합 이사장은 “국내 합성수지 가격수준이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는 만큼 주요 합성수지원료에 대해 할당관세 영세율 적용이 시급하다”며 “협동조합이 합성수지 생산 대기업들과 일정기간 단가계약을 체결·구매하는 공동구판매를 통한 가격예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사업제안으로 中企 죽이기

(주)LIG넥스원(舊 LG정밀)은 레이더 장비 등을 국방부에 납품해 연간 4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재벌기업. 국방부로부터 20mm 대공포 레이더 장비 독점 공급업체로 74년 선정돼 관련 장비의 독점 납품은 물론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독점의 폐해로 국방부는 주요 부품을 국산화 한 중소기업 K전자에 개발 가능성을 타진했고 98년 12월 국방부에 정식으로 국산화개발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러한 국방부의 움직임을 뒤늦게 감지한 L사는 국방부 실무자등을 압박, K전자보다 늦게 개발계획서를 제출했음에도 99년 5월 K전자와 복수로 국산개발 업체로 선정됐다.
중소기업인 K전자는 20mm 대공포 레이더 장비 관련 순수 국산기술개발로 1.2km에 불과했던 사거리를 1.8km까지 연장시키는데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 그러나 L사는 공동사업을 제안, 65:35의 지분을 갖고 대공포 레이다 개량사업에 합의했으나 K전자가 정식으로 국방부에 사업포기 공문을 보낸 것을 확인 후 지난 5년간 K전자를 공동사업수행자가 아닌 임가공 업체로 전락시켜 2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통해 발생한 영업이익을 일방적으로 챙겼다는 것이 K 사장의 주장이다.
K 사장은 “대기업은 사업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공동사업을 제안하고 사업권 포기를 확인하고 중소기업 죽이기에 나선다”며 “지난 8월14일 L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끝 없는 대기업 횡포

인천 소재 플라스틱 중소제조업체 A사. 지난 7월 중순에 플라스틱 제품 주문을 받아 B사로부터 직전 6월 가격 기준으로 원료를 구입해 제조, 판매했다. 그러나 B사는 8월초에 7월분 원료가격을 6월 가격보다 톤당 5만원 오른 가격에 구매 대금을 청구, A사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인상된 가격을 지불했다. 원료판매처인 대기업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은 A사는 손실을 입었다.
경기도 김포소재 C사는 지난해 2월부터 올 7월까지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 대기업 D사로부터 전동차 내장판을 제작해 납품했다. C사는 제품 납품과 함께 철도차량 70량 내장품에 대한 금형비 2억원과 제품비 12억2천만원 등 총 14억2천만원 지급을 요청했으나 D사가 일방적로 10%를 삭감 12억8천만원에 발주키로 했다. D사는 자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제품의 하자수리에 따른 비용도 C사에게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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