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PB(Private Brand) 상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소매유통시장의 가격파괴 경쟁이 지난 최저가격보상제 이후 또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소매업체 PB 상품은 이미 유통업체의 규모화와 함께 몇 년 전부터 조금씩 확대돼 왔다. 홈플러스는 2006년에 PB 매출비중이 18%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고 롯데마트도 올 해 PB 비중이 약14%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트는 현재 매출의 10% 미만인 PB 비중을 지속적으로 증대시켜 10년 후에는 30%의 비중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이와 같은 대형마트들의 PB 비중 증대는 생필품 NB(National Brand)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체들에게 위기가 될 수 있는 한편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PB와의 경쟁 심화와 마진 감소 등으로 나타날 것이고, 기회는 제판동맹(제조업체와 판매업체의 동맹)으로 매출증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매업체의 PB는 생필품에 주로 적용이 되며, 유통업체의 규모화가 선행돼야 한다. 소매업체의 PB 비중 증대는 글로벌화와 유통업체의 규모화와 함께 세계적인 현상이다. 브랜드위크(Brandweek)지에 따르면 미국 전체 소매시장에서 PB 상품이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월마트 매출의 약 40%를 PB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AC닐슨 발표에 의하면 미국 소매시장에서 1997년 대비 2005년도 PB와 제조업체 브랜드의 성장률은 각각 64%와 30%로 PB 상품의 성장이 크게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B제품 확대 글로벌 트렌드

대형마트들의 PB 확대는 식품을 포함한 생필품 제조업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소제조업체들의 경우, 유통업체의 PB 상품을 제조해 매출증대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에 PB 상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중소제조업체들은 PB와의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한편 중소유통체들도 대형마트들의 가격파괴 공세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PB 확대에 따라 NB 상품들에게는, 단기적으로 1위 브랜드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2,3위 브랜드들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의 PB 상품과 1위 브랜드의 병행진열이 계속되고 PB 상품의 품질이 1위 브랜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소비자에게 인식이 되면 1위 브랜드들의 성역도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조업체들은 이제 소매업체의 PB와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으로 제품의 품질 및 브랜드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제조업체들의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유통경로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대형마트 불공정거래 없애야

지난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국내 유통시장은 빠른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의 규모화와 함께 산업의 발전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에 유통경로상의 유통주체들간 갈등도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형마트들의 PB 확대도 대형마트와 제조업체간 힘겨루기와 갈등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 시장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고 이를 통해 산업이 발전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앞으로 PB 확대는 시장의 트렌드가 될 터인데, 유통업체는 거래관계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통해 비용전가와 같은 오해를 받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경쟁업체와 차별화 될 수 있는 독특하고 경쟁력 있는 진정한 PB 상품 개발의 역량을 갖추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체는 시장의 트렌드를 인정하고 시장변화에 부응하고 끊임없는 제품력 향상을 통해 그 경쟁력을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대형유통업체들은 PB 확대와 함께 글로벌 소싱도 늘릴 것이기에 특히 국내 생활용품 제조업체들은 판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통채널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유통채널을 찾으려는 노력 등 급변하는 시장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대비하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때, 중소제조업체들의 판로확보와 개척을 위한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 정책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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