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흘러가고 또 하루의 시작이다.
전날 힘겹게, 나름대로 유명하다는 홍콩의 여행지를 뽑아 보여주고 나서는
여행사들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전날 못 돌아본 쇼핑센터를 아침부터 4-5군데를 둘러본다는 것이다.
이미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여행객들은 홍콩을 단지 쇼핑하러 온 것인 듯하다.
버스 안에서 그들의 행각은 미뤄 짐작하고도 남을 만큼 쇼핑에 목을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패키지 상품 여행에 익숙한 선배의 태도는 의연하기만 하다. 쇼핑때는 조용히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는 조언이다.
그래도 필자에게는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다. 우선 보석가게를 들른다. 보석세공이 세계 최고라는데, 우리나라 익산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얼핏 살펴보니 보통 연구하는 자세가 아니다. 보석에는 워낙 관심이 없는 터라 둘러보지도 않은 채 밖에 나와 버렸고, 다음 차례는 라텍스 코너다.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서 신기할 것 없다는 여행객들의 말이다. 동남아 여행때 필수코스로 드나든다는 코스다. 들어가는 진입로가 무서울 정도인데, 영화속에나 나올 법한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라텍스. 듣도 보도 못한 생고무 추출물로 만든 침대시트와 베개 등. 능숙하게 설명을 잘한다. 전시된 침대에 누워 보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가격은 매우 고가다.
세 번째는 옷가게 였는데, 이곳 또한 명품이라고 하지만 도통 믿음이 가지 않는다. 딱히 사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사이즈가 맞아서 비싸지 않은 검은 자켓을 하나 사들었다. 라벨에는 이탈리아 마크가 찍혀 있다. 중저가라고 하는데, 가격이 웬지 싸고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이후, 또 한군데 쇼핑센터를 갔는데,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전날 가이드는 여행 옵션을 제시했다. 심천에서 공연을 보는 것과, 마카오 가는 코스를 제안했다. 이미 여행을 떠나 올 때부터 일정표에 제시된 것이었는데, 여행경비 이외에 따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총 30명이 넘는 인원중에서 신청한 사람은 단 두 사람. US 100달러라는 추가요금이 드는 코스다.
심천은 홍콩과는 달라서 중국비자를 내야 하며 민속촌과 공연을 보는 돈, 그리고 석식까지 합한다면 그다지 비싼 상품은 아니었다.
필자는 한군데라도 더 돌아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무거운 카메라 가방에, 통하지 않은 언어를 감수하면서까지 혼자 돌아다닐 생각이 없었기에 당연히 옵션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인원이 예상보다 적어지면서 계획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모두 쇼핑이나 자유여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도 오전 쇼핑을 끝내고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에게 다른 팀과 합류해 달라고 했고, 겨우 지하철 역에서 다른 팀과 합류를 해서 심천행 KCR지하철을 타게 된다.
홍콩 지하철은 MTR이라고 부르는데, 철도 이용구간은 구룡의 홍함에서 중국 국경인 광동(Kowloon-Canton Railway:KCR)까지 전장 34km를 운행한다.
어떤 역에서 출발했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또다른 낯선 한국 사람들과 합류가 되었고, 역전에서 여러 가지 절차를 밟아 심천 땅에 발을 내딛는다. 이 역 2층에 올라가면 당일 비자를 낼 수 있다지만, 아마도 그렇게 했다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을 것이다.
어쨌든, 역전에는 미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젊은 조선족 가이드가 합류했다. 심천은 경제 특구지역으로 국가가 경제 개방의 필요에 따라 대외 경제와의 교류에 유리한 지역을 선정하여 특수정책을 아울러 실시함으로써 대외개방과 국내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특별경제구이다.
이는 등소평의 ‘검은고양이나 흰 고양이나 쥐를 잡으면 모두 좋은 고양이다’라는 유명한 고양이론 이후 중국은 자본주의 물결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두 돈독에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심천은 새로 생긴 신흥도시라 할 수 있다. 잘사는 홍콩과 인접해 있어서 인지 건물 자체도 매우 깨끗해 잘 사는 곳이라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차는 시내를 향해 달려가더니만 어김없이 또 쇼핑센터를 찾는다. 실크와 건강제품을 파는 곳인데, 고급 중식집에 가면 후식으로 나오는 리츠라는 열매즙을 넣어서 만든 차와 호랑이 기름을 이용한 파스를 팔고 있었다.
그들이 샘플로 붙여주는 파스를 목에 붙이고 밖으로 나와 대추를 파는 아가씨를 만난다. 3천원 가격의 대추는 양이 많았고 달았으며 땅콩은 소금을 넣었는지 짰고, 귤은 신맛이 강했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려고 부친 파스는 화끈거렸는데, 나중에는 아플 정도가 되었으니 행여 사지 말기를 전하고 싶다.
드디어 원하는 목적지 민속촌을 향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소인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걷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탓에 미니카(3천원)를 탔고, 그저 주마간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필요한 곳에 잠시 차를 세워주지만 그것도 짧기만 하다.
중국내 55개 소수민족의 민속에 대한 볼거리와 중국 각지의 유적을 축소시켜 전시해 놓았다는데, 나름대로 볼만하다. 미니어쳐 뿐 아니라 소인국의 가옥 등등. 그들의 역사만 안다면 충분히 더 즐거울 수 있는 곳이다. 기암이 펼쳐지는 곳들을 보면서 꼭 가봐야 할 곳을 눈여겨 둔다.
이 넓은 땅덩어리를 언제 다 찾아다닐 수 있을런지. 중국사람도 못하는 세가지. 언어, 음식, 관광이라고 했는데, 정말 광할한 곳이다.
다음 일정은 공연을 보는 일. 그 사이에 식사를 한다. 신교해선주류(13902922472)라는 곳이었는데, 홍콩 패키지 여행때보다 훨씬 푸짐하고 맛있는 김치까지 곁들여진다.
한국인들이 즐겨 으레 찾는 코스라서 그렇겠지만 홍콩과는 또 다른 중국의 면모를 보는 것 같다. 드디어 공연장이다. 1부(오후 5시 공연)는 공연장에서 시작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자리는 비좁다. 정해진 좌석에 앉아야 하고, 사진을 찍으면 공안이 찾아와 제재를 한다. 그럼에도 이곳저곳에서 후레쉬 불빛을 터뜨린다.
모수족, 와족, 티벳족, 이족등 7~8개 소수민족들이 보여주는 전통공연은 역사 사극 '금과와조'와 민족패션쇼 '동방의상', 창작공연 '용봉무중화'를 펼친다.
공연의 내용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어지는지, 내용도 모르겠다. 단지 1년 365일 쉬지 않고 펼쳐지며, 이 공연은 중국의 5000년 역사를 보여주는 무대라고 한다.
2001년 1월 1일부터 준비에 들어가 2003년 1월 1일 첫 공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18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 무대, 출연 인원만 580여명, 1200여 세트의 복장, 숫자로만 따져보아도 정말 대단한 규모다.
얼핏 보기에도 관람석이 2000석, 그 이상 훨씬 넘을 것 같다. 세계 각국 사람들의 뒤섞여 공연에 열중한다. 2부의 야외 공연장은 8천명이나 수용할 수 있다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공연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예술학교’ 출신이나 ‘모델학교’ 출신으로 나이는 평균 19~20살이라고 하는데, 현란한 무희들의 모습에 반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조명과 화려한 의상 등등. 한족 여인들의 몸매, 특히 긴 다리는 미스코리아를 무색케 한다. 몇 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지도 셀 수 없다. 뒤에 앉은 백인초등학생들은 쉴새 없이 떠들고 있다.
한국이었다면, 말이 통했다면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르며 자제를 요청했을 텐데, 언어가 딸리니 그것도 어렵다. 고개를 돌려 눈짓을 주지만 어린아이들은 세계 어디서나 말을 듣지 않는 듯하다.
어쨌든 1부 공연이 끝나고 잠시 짬을 내서 발마사지(2만원)를 받았는데, 가격대비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 돈은 아끼는 것도 여행방법이다.
드디어 2부 공연을 볼 차례. 야외 공연은 1부 공연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다이나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웬걸, 비가 내린다. 아쉽지만 야외공연은 무산되고 실내에서 1부와 비슷한 공연을 펼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미흡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한번쯤은 봐야 할 멋진 공연임에는 확실하다. 그렇게 다시 오던길로 나와 숙소가 있는 역사에 내려, 처음으로 택시를 탄다.
지하철역을 벗어나는데도 꽤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 그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다음날 마카오를 가기로 정해놓고 같이 간 선배에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잠시 숙소 주변을 배회하게 되었다.
여행객들이 술집이 모여 들었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김없이 과음을 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길어져 새벽을 달려가고 결국 술자리는 방으로 이어지고, 아침을 맞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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