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을 하나 개발하는데 평균 12~15년이 걸리며,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8억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고 해서 모두 신약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신물질의 신약개발 성공확률은 1만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발된 신약들은 물질특허를 획득함으로써 그 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거나 유통하는데 20년간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물질특허란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물질 자체에 부여되는 특허로 그 물질에 관련된 모든 용도특허 및 제법특허에까지 그 배타적 권리가 미치므로 특허권 중 가장 강력한 특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독점적 권리는 신약개발에 투입된 연구개발비를 보상해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이러한 20년간의 독점권 이외에도 허가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에 대해 특허를 연장해주는 제도가 이미 일부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특허제도와는 별도로 신약 재심사제도 등을 통해 신약의 독점권을 연장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거의 모든 신약에 대한 물질특허들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20년의 독점적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이 기간을 더욱 확장하려는 시도를 해 오고 있다.
최근에 체결된 한미FTA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제도와 품목허가시 제출된 안전성, 유효성 평가자료를 최소한 5년간 보호해주기로 한 자료독점권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최소 수년간의 특허권 연장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제도들의 도입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이 많은 어려움에 당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다국적 제약사나 이들로부터 신약을 공급받아 시판하고 있는 제약사가 해당 제네릭 제품을 시판하는 국내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와 한국MSD, 한국릴리, 화이자등이 각기 자사 제품의 제네릭 제품을 시판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등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소송의 내용들을 분석해 보면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신약에 대해 새로운 결정형이나 염의 물질특허 또는 용도특허, 조성물특허 등을 후속특허로 새로이 출원해 최초의 물질특허를 연장하려고 하는 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특허소송들이 패소하는 경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송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의약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한미FTA가 발효되면 이러한 특허 소송은 더 늘어날 것이기에 국내 제약사들의 근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중소 제약사들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침해 소송을 내는 것만으로도 영업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허소송에 소요되는 비용도 적지 않을뿐더러 소송기간 중에 영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에 소용되는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블록버스트 제품들의 특허기간이 만료돼 수익성의 악화가 우려됨에 따라 기존 제품들의 특허독점권을 연장하기 위한 ‘에버그린 전략’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특허연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신약을 개발하려면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개발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속적인 신약개발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신약에 대한 특허권을 보호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러한 신약의 독점권을 지나치게 남용한다면 그 피해는 값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우리 국민이 될 것이며, 국내 제약사들 또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무리한 ‘에버그린 전략’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특허심판의 과정에서도 물질특허를 연장하려는 후속특허들에 대한 일관된 판결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이 불필요한 특허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경수
(주)카이로제닉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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