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언’(食言)하면 근래에 생긴말 같지만 실은 유교 경전(經典)의 하나인 <서경>(書經)이 출전이다. 일단 자기가 했던 말이나 약속을 자기가 먹어버린다. 자기가 약속했던 말을 실행하지 않으니 거짓말이 되고만다.
‘식언’하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선거때 입후보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이다. 당선되면 즉시 실천에 옮기리라 생각하는 유권자는 거의 없다. 안믿는 것이 국민 상식이 돼버렸다.
자기가 했던 말을 번복하거나 변절(變節)하는 것도 ‘식언’과 마찬가지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신뢰성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의 믿음을 짓밟는 행위다.
식언이나 변절을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해서 자기가 했던말,약속한 말이라 해 모두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변명을 늘어놓게 되는데 변명의 자료는 얼마라도 만들 수 있다. 어차피 그럴바에야 식언의 동기를 당당히 밝히고 바뀌어진 현실에 솔직히 참여하는 것이 떳떳하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중에는 자기가 한 말이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면서도 갑자기 신변의 변화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본의 아니게 식언을 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는 사정을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세상에는 자기 말이나 약속이 ‘식언’이 될까 전전긍긍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소심해서야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큰 일은 못할 사람이며 그렇다고 ‘식언’을 밥먹듯 예사로 하는 사람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가하면 식언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확답을 회피하는 사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일에 책임문제가 생겼을 때 이리저리 피하는 길을 미리 열어놓는 방법이다.
중국 한왕조(漢王朝) 초기에 고조(高祖)가 계포(季布)라는 항우(項羽)의 부하에게 천금의 상금을 걸고 잡으려 했으나 오히려 그를 숨겨주는 사람이 많았다. 사정을 알고보니 계포는 약속을 지키기로 유명해 누구의 부탁이라도 일단 응낙만 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사재(私財)를 털어서라도 일을 성사시켜 주는 남아(男兒)였다.
한왕조 2대황제 혜제(惠帝:BC 195~188)가 계포의 남아다움에 반해서 계포를 수도경비 사령관의 장군으로 등용했다.
아침에 발령된 명령이 오후에 취소되거나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가 많은 것을 ‘조령모개’(朝令暮改)라 하는데 이것은 정부나 회사나 마찬가지로 일종의 식언이며, 사전에 확고한 방침이 서 있지 않다는 증거다.
오늘의 세상은 자고나면 신변이 바뀐다. 하지만 그렇다고 식언에 대한 변명이나 사과가 너무 잦은 것도 좋지않으나 식언이 두려워서 비겁하거나 소극적인 인간이 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식언이나 변절은 무시하고 무슨 일에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나아가는 사람이 오늘과 같은 경쟁사회에 적합한 인재라 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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