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이곳의 계절만큼이나 지루하게 이어진다.
이동중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태국을 감지하는 것이 전부다.
가이드는 아주 으레적인 표현으로 태국을 말하고 있다.
너무 진지해서 우스갯 말은 기대할 수가 없다.
북부 치앙마이쪽 빼고는 산이 없다는 것, 한국의 4배 정도의 크기, 인접해 있는 미얀마 국가와 서로 앙숙인 것,
물이 많아서 음기가 쎈 곳이라는 것도 지극히 풍수지리학적이다.

휴게소에서 잠시 차를 멈추었지만 가는 곳마다 한국인 일색이니 현재 내가 외국에 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할 뿐이다. 태국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칭얼대는 것이 귀찮았던지 가이드는 조금씩 말문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왕궁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리고 오늘의 일정을 결정하기를 원했다. 사실 싼 패키지 여행에는 옵션이라는 것이 붙게 마련이다. 그는 생각보다 진솔했는데, 무수히 많은 옵션중에서 별표를 정해놓고 추천해주었다. 조금 비싸다 싶었지만 가이드 노팁이기에 기본적인 것은 해주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는 알카이자 쇼(30달러)와 태국전통안마(40달러)를 권했다. 으레 태국에 오면 해봐야 할 것들이니 거절할 이유는 없다.
버스는 세계 유명 건축물을 절묘하게 축소해 놓은 미니시암 테마공원이라는 곳에 멈추었다. 이미 홍콩 방문때 심천에서 보았던 일이라 이것 또한 신기할 것이 없다. 이곳은 세계 유명 모형을 다 갖다 만들어 놓았다.
한국의 국보 1호인 남대문을 비롯하여 개선문, 이집트 아브심벨 신전, 글라이에이터에 나왔던 로마의 콜로세움, 영국의 런던브리지,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중국의 천안문 광장, 그리고 콰이강의 다리와 애거서 크리스트 원작인 오리엔트특급열차 살인사건을 다룬 열차 등등. 미니시암 또한 정형화된 곳이라 매력적이지 않지만 눈요기는 있다.
이번 여행길에는 속된 말로 ‘쭉쭉빵빵’한 러시아계 여성들이 많았는데, 여자의 눈에도 극찬할 정도로 멋진 몸을 가졌다는 것이다.
미니시암 근처에서 저녁으로 수끼를 먹는다. 수끼는 태국 전통 요리는 아니고 일본의 샤브샤브 요리가 태국식으로 발전된 퓨전 요리라는 것이다. 지금은 태국 전역 및 아시아권에 소개 될 정도로 유명해져 있는데 각종 해산물과 야채와 오뎅등을 펄펄 끓는 냄비 육수에 데쳐먹는 요리다. 맛은 담백해서 다이어트에 걱정이 없는 음식이다.
장소를 옮겨 알카자쇼를 보기 위해 파타야 시내쪽으로 나간다. 태국에는 티파니를 비롯해 이런 쇼가 여럿 인데 그중 알카자쇼는 동서양 주요국의 전통 민속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세계 3대 버라이어티쇼의 하나. 알카자(Alcazar)는 스페인의 세빌에 있는 알카사르궁전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알카자쇼 공연장이 궁전처럼 크고 웅장해서라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더 슬픈 이유가 있다.
유럽의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빼어나게 아름다워, 미국의 월트 디즈니가 영화 ‘백설공주’가 사는 성의 모델로 했다는 알카사르성은 절대로 함락당하지 않는 절대 요새로도 유명하다.
알카사르의 성탑과 성 아래의 낭떠러지, 그리고 낭떠러지 사이를 흐르는 새파란 강물은 주변의 초록색 풍경과 잘 어울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트랜스젠더로 성을 바꾼 여인들이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까지는 될 수 있으나, 끝내 극복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있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목소리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공연장(매일 저녁 3회 정도, 입장료 500바트, 예약필수)은 사람들로 빼곡하게 들어찼고 공연은 시종일관 흥겹게 펼쳐진다. 전통 극보다 우리 귀에 익숙한 팝송들이 많아서 흥겨움은 더해진다. 한마디로 오락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배우들의 공연은 눈요기를 준다. 귀에 익은 영화 드림걸즈 ost 패러디는 물론이고 절반은 남장, 절반은 여장을 한 반남반녀의 노래(One Man Women)는 배우의 몸짓과 너무나 잘 어울려 돌아와서도 음악을 찾아볼 정도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 옷 그대로 나와 돈을 받고 사진촬영을 해준다. 아쉽지만 이곳에도 아름다운 사람은 인기가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별볼일 없이 서성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이곳이 트랜스 젠더가 많이 생긴 것에는 여러 설이 있다. 일찍부터 전쟁터에 끌려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 있고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이곳은 일부다처제 국가로 남자들이 여러 여자를 거느릴 수 있어서 남편들은 책임감 없이 집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 여자 혼자 남아 아이를 기르게 되는데, 여성은 아이를 버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신 아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 등으로 인해 여성을 선호하게 되고 결국 많은 남성들이 여성화되면서 자연적으로 남성 인구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일부다체제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그래도 알카이자쇼는 나름대로 태국을 대표하는 문화이나 한번쯤 필히 봐야 할 여행상품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난 후 자리를 옮겨 이름도 알 수 없는 마사지 클럽에서 태국 전통 안마를 받는다. 모두 자격증을 갖춘 베테랑 여인들. 근 2시간 정도 온몸 구석구석의 혈자리를 풀어주는 모습이 애닯기도 했지만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데는 최상인 것 같다. 흐뭇한 기분을 안고 도착한 곳은 촐찬 파타야 리조트(cholchan 663-870-2777).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임이 확연하고 이곳보다 더 좋은 호텔이 많다지만 수영장도 있고 바다가 인접해 있어 이 정도면 괜찮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계속>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