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서두르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꼬란섬(Ko Lan), 일명 산호섬으로 불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사 전용 배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가다보니 바다 가운데 패러세일링 하는 곳을 만나게 된다. 단지 구경만 해도 된다고 했지만 여행객 일행 몇 명은 체험을 원했다. 장비를 걸치고 몇 발자국 뛰어가면 배가 움직이고 낙하산이 펼쳐지고 사람은 하늘에 둥둥 떠오르는 레포츠다.

체험이 끝난 후 배는 20여분 급속으로 달려 섬에 이른다. 우리나라 관광지와 별다르지 않다. 이미 서로의 자리가 있었고 안전하게 짐을 보관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먹이사슬처럼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나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물속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2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크지 않은 섬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섬 끝 해변에는 정자가 있었고 나무다리를 만들어 두었다. 하얀 모래사장은 모래결이 고왔고 물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옥빛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무송 형님을 연상케 하는 상인이 망고와 두리안 등 몇 가지 싱싱한 과일을 판매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망고를 사고 서로 말 통하지 않은 중국 관광객을 만나 한자로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일이 나름 재미가 있다. 그래서 자유여행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그곳에서 산정에 있는 사원사진을 보여주면서 오토바이로 옮겨주는 일을 하는 태국인을 만나게 된다.

산정까지 트레킹을 할까 하는 생각을 저버리고 오토바이(5달러)를 탄다. 중년의 운전자는 까맣게 그을렸고, 몸은 심하게 말랐다.
오를수록 길은 제법 가파라서 과연 오토바이로 올라갈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지경. 마른 몸에 걸치고 있는 윗옷을 부여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가는 길목에서는 검은 빛 나는 불상을 만나고 조금 더 오르면서 오토바이는 멈추었다. 그곳에는 사원이 있었는데, 운전자는 건물을 뒤로 하고 부산하게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를 따라 가보니 앞이 확 트인 장소에 해수 관음상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해 낙산사보다 훨씬 더 바다가 멋지게 조망되는 위치다. 멀리 산 아래로 산호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유난히 맑은 물빛 사이로 물살을 가르면서 해양 레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멋진 물 선으로 이어진다. 막힌 가슴이 확 트인다. 짠 바닷물에 담그고 노는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다.
운전자를 잠시 세워두고 산정을 향해 오른다. 시멘트 계단길이다. 이 산 이름이 무엇인지도 지금도 알 수 없다. 숨을 헉헉 거리면서 오르니 자그마한 사원이 있고 그 뒤쪽으로 올라가니 비가림 정자를 만들어 놓은 자리에 불상 3기가 있다. 가운데 불상을 보좌하는 형식이다.
대부분 바다에서 노는 탓에 여행사에도 이곳에 관련된 기사를 써 놓은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언젠가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산 이름 정도는 알아볼 예정이다. 제법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지만 말없이 운전자는 기다리고 있었고 물을 먹으라고 권한다. 불상 앞에 놓여 있는 물은 공짜라는 것이다.
그 어느 여행보다 행복하다. 그에게 나름 넉넉하게 돈을 챙겨주고 한국말이 잘통하는 유원지 음식점에서 닭꼬치와 바닷가재를 먹는다. 바닷가재는 매우 맛이 좋아서 좀더 먹지 못하고 온 것이 후회스러울 지경이다.
또 길가에서 파는 ‘망고스틴’이라는 제법 고가의 과일을 구입했다. 과일장사는 일일이 먹을 수 있게 칼집을 내주었고 중국 리츠와 비슷한 과일 한알도 서비스 해주었다. 그렇게 여유자적으로 보내는 동안 약속시간보다 지각을 했고, 결국 가이드들이 찾고 나서야 섬을 떠나게 된 것이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여행객중에 산정에 오른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패키지 여행도 즐기기 나름 아니겠는가.
그렇게 섬을 나와 본가(HP:085-087-0011)라는 한정식집을 찾았는데 겉에서 보는 것만큼이나 음식 맛도 괜찮다.
특이점은 입구에서 잔돈을 바꿔달라는 태국 여인들이 많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1천원짜리 10장을 1만원권으로 바꿔주면 그들에게는 2천원 정도가 이득이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서는 그냥 말 수가 없다.
결국 몇 장 바꿔주는 바람에 잔돈으로 지갑은 두꺼워지고 말았다. 잠시 옷을 갈아입기 위해 호텔에 들러 수영을 즐긴다. 3m가 넘는 곳도 있어서 익사사고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말에 발 안 닿는 곳에서 멈출 수가 없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여가를 즐긴 셈이다.
오후 코스는 농눅빌리지 관광이다. 사실 정형화된 식물원 구경이나 민속쇼, 코끼리 쇼 등이 그다지 솔깃한 품목은 아니다.
그래도 아열대 지방의 식물원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농눅식물원은 가히 점수를 줄 만큼 아름다웠다. 농눅이라는 할머니가 일군 개인 땅을 1980년도에 정식으로 개장한 곳인데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이 아주 멋진 식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서 민속쇼와 코끼리쇼가 펼쳐지는데, 처음이라 안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정신이 없고 빨리 벗어나고 싶을 지경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남았다. 바로 코끼리 트레킹이다. 어느 지점으로 안내를 했는지는 몰라도 아주 짧은 시간 코끼리를 타고 걸어보는 일인데, 그런대로 체험해볼만하다. 호텔로 돌아와 시푸드를 뷔페식으로 먹는다. 바닷가재가 많았지만 산호섬에서 숯불에 구워낸 그 맛은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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