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서 대학을 다닐 때는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신문에서는 100만이 넘는 청년실업, 불안한 경제에 대한 소식뿐이고, 취업을 하지못한 스스로의 능력을 한탄하게 됐다.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생각을 살려 교육대학원을 선택했다. 미술선생님이 되려는 목표를 갖고 교육대학원 6학기동안 임용고시를 위한 준비를 했다. 3년간 고시공부를 하고 시험을 친 결과는 낙방이었고 남은 건 상처와 대학원을 선택한 후회, 그리고 방황이었다.
여태까지 한 공부는 교육분야가 목표였기 때문에 학교선생님이 되지 않으면 학원 강사를 하는 길밖에 없었다. 여태껏 투자한 학비와 배운 공부가 아까워서 학교 시간강사라도 되기 위해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공고가 나오기만 하면 제출했지만 교무실에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이력서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이렇게 이십대 후반을 보냈다.
‘석사출신 타이틀만 가지고 있는 백수’라는 가족들의 원성에 마음은 더욱 침울해져갔고 차마 부모님께 용돈조차 부탁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신문에서 ‘청년채용패키지’ 공고를 보게 됐다.
이미 서른의 나이인지라 모집전형에서 뽑힐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교육만 받고 채용이 가능할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고 국비교육과 함께 나오는 교육수당이 나에겐 더 절실했다.
교육합격통지를 받고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수업을 받으러 들어선 첫날 강의실의 정원이 꽉 찬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 대부분이 내 또래였기 때문에 또 한번 놀라움을 느낌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두들 취업의 희망을 품고 온 분들이어서 수업시간은 강사님의 열띤 강의와 함께 매우 차분했고 집중도가 높았던 시간이었다. 교육기간동안 나와 같은 취업의 장벽에 서 있는 동기들과 수업을 같이 하게 되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침울해졌던 생각이 점점 활기차게 변해갔다.
매일 6시간이 넘는 수업을 했고 그 속에서 실력은 꾸준히 늘어갔다. 저절로 자신감이 들만큼 담당 선생님이 상세히 가르쳐 주셨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현장실무에 쓰이는 실무교육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 만큼 포트폴리오의 결과물 수준이 높았다.
교육기간이 끝나고 현장연수기간이 돼 회사에 이력서를 가지고 들어가기 전에 문득 몇달전 한동안 시간강사라도 하고 싶어 이력서를 가지고 학교 교무실로 갔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마다 거절당한 기억이 떠올라 ‘혹시 또 안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첫날 두 업체를 찾아가서 면접을 보았는데, 교육기관에서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고 욕심을 내어 원래의 희망 연봉까지 당당히 밝혔다. 면접을 보고 난 후 몇 시간이 안 돼 두 곳 모두 합격이라는 팀장님의 전화를 받게 됐다.
합격한 두 업체중에 내가 선택한 업체는 ‘광성오토’라는 자동차 램프회사인데 그곳에서 어쩌면 대학시절부터 꿈꿔왔던 제품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성오토’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프로그램은 내가 배운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설계프로그램이었으나 교육기관에서 익힌 과정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고 기본적인 설계방법은 같았기 때문에 오히려 프로그램에 대한 실력을 한층 더 넓힐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먼저 앞서게 됐다.
그 이후 일정에 맞춰 현장연수를 하게 됐다. 연수기간동안 일했던 업체의 회사 분들이 너무 잘해주셨다. 서툰 부분이 있어도 너그럽게 봐주고 도움을 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연수기간을 마치고 그대로 취업으로 연결 될 수 있었고 그렇게 일한지 지금 4달째가 돼간다.
지금은 수습기간이 지났는데, 회사의 과장님께서는 완전히 회사식구가 다 됐다고 말씀하셨다.
생각지도 않았던 청년채용패키지사업으로 인해 나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으며, 아직도 국비교육을 할까 말까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조언하고 싶다.
당당히 교육을 받고 당당히 입사할 수 있는 기회가 청년채용패키지사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과 사람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 사이의 다리가 되는 이 제도가 나에겐 너무나 감사히 여겨진다.

■업체명 : 광성오토, 연수생 : 진미흔, 업 종 : 자동차 부품, 보조사업자(연수기관) : 영진전문대 산학협력단(대구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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