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가 자체브랜드(PL) 확대 후속으로 ‘조인트 비즈니스 플랜(JBP)’을 도입·확대시킨다는 발표를 했다.
이마트는 이번에 풀무원과 JBP를 도입키로 제휴를 맺은데 이어 올해 10∼15개 업체로 JBP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JBP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상품개발부터 소비자 환경 분석, 기본적인 운영전략까지 함께 하는 제판동맹(제조업체와 판매업체 동맹)의 또 다른 형태이며, 1980년대 미국 월마트가 3M, 코카콜라, 네슬레, 존슨앤존슨 등과 함께 선보인 제휴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해 이마트의 PL 확대 발표에 이어 계속되는 제판동맹의 확대는 유통시장의 경쟁상황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제조업체들에게는 시장상황 대처능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제판동맹은 가격경쟁력 확보와 취급 제품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대형유통업체가 선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제조업들은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혹은 힘의 논리에 의해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점유비중이 점차 커져가는 상황에서 입지가 보다 좁아지는 쪽은 제조업체이며 특히 소비재를 생산하는 중소제조업체의 어려움은 앞으로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대형유통업체는 시장을 선도하고 제조업계의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크게 성장했다. 그렇다면 시장을 제로섬(zero sum)이나 네가티브섬(negative sum)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 sum)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대형유통업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형유통업체가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최대의 유통기업인 월마트의 시장지배력과 그 영향력에 기인해 월마트효과(Wal-Mart effect)라고도 한다. 월마트효과에는 물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병존하고 있다. 월마트의 전성기인 지난 90년대에는 미국 내에서 월마트효과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큰 것으로 평가 받았다.
규모의 경제에 의한 가격파괴로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면서 90년대의 미국 신경제(new economy)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에 들어, 미국 내에서 월마트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그 동안 월마트하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과연 월마트가 미국에 도움이 되는 기업인가(Is Wal-Mart good for America?)라고 하는 질문이 미국사회에 던져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말에 미국 PBS 방송에서 이러한 주제로 방송이 나간 이후 월마트의 미국 사회와 경제에 있어서 역할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월마트효과의 부정적인 면은, 월마트는 미국 전통적 제조업의 쇠퇴를 가속화 시키고 실업의 증가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월마트는 자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2005년 1월을 시작으로 미국 주요 일간지에 대대적인 전면광고를 통해 월마트가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판적 여론을 불식시키려 애써오고 있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유통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소비자에게 편리성 제공 등의 기여를 해 온 국내 대형유통체들도 이제 월마트 사례를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 논리에 만 의존하기 보다는 시장에서의 영향도를 고려해 시장 전체적으로 상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PL이나 JBP와 같은 제판동맹은 결국 유통업체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형유통업체는 능동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기술력이 있는 중소제조업체를 발굴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그 거래관계에서 단기적인 계약이 아닌 중장기적인 계약을 통해 제조업체가 안심하고 시설투자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존 제품에 포장과 이름만 바꾸고 거래관계에 있어서 내일이 불확실한 제판동맹으로는 유통업체에게도 차별적 경쟁력이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얻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상생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 서로가 이익을 모두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당장은 양보에 의해 일부 손해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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