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한미 FTA의 비준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타결을 이루어 냈으나 여전히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과의 FTA에 대해 우호적이지 못한 시각이 잔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국제적인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부문에서의 우려감이 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미 FTA가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퇴출의 위기에 몰리게 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로 인해 국제적인 경쟁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업전략이나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그만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면 미국과 같은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다양한 사업 개진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무관세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을 들 수 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국들과의 경쟁에 밀리기 때문이다.

관세인하로 美시장 확대

전세계 기업들이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 시장에서 미국의 평균 관세율 4.9%정도의 가격인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쟁력의 제고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많이 생산하고 있는 양말, 모자, 신발 등은 11% 내외의 관세 인하 효과가, 그리고 티셔츠, 언더셔츠, 가방, 핸드백 등은 무려 20%의 관세 인하 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KOTRA가 2006년 초 미국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가 한미 FTA 체결시 한국 제품의 수입을 늘리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우리 제품의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미 FTA를 계기로 수입경쟁력 강화를 통한 대외경쟁력의 제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은 최고의 품질과 가격을 제공하는 지역이나 제품이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창출 호기

한미 FTA는 국내시장에 수입 제품과의 경쟁을 유발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원자재나 부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대외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역발상의 자세가 중요하다.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가치사슬에 편입됨으로서 국제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된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국제시장을 개척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한미 FTA는 국내로 진입하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을 통해 중소기업이 국제화를 추진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지 못한 사업기회도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사업화되지 않은 다양한 사업모델이나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들을 접하게 됨으로서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사업들의 창출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FTA와 같은 세계화의 물결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조업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모습의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을 통해 21세기의 사업 환경에서는 작고 유연한 조직이 생존하기에 더욱 적합하다고 했다.
실제로 생성과 퇴출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서 경제의 생명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본질이다.
업종전환을 꾀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제한이 따르는 대기업들 보다 중소기업이기에 가능한 창조적 유연성을 십분 발휘해야 할 때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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